말레이시아의 경우 인도네시아에 비해 중국계의 인구 구성비율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으면서도 민족간 갈등은 훨씬 적다. 마하티르 총리 22년 통치의 훌륭한 치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공적인 민족간 융화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30%나 되는 중국계 국민들이 내부에 잘 융화됐기에 이런 역동적인 모습을 갖게 됐고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마하티르 총리가 중국계 국민들의 추진력을 잘 활용하고 말레이계 국민들이 이에 편승해 뒤따르도록 정책을 펴나갔기 때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만일 다른 동남아국가처럼 극소수 중국계 국민들이 국부의 대다수를 차지했었다면 그런 정책이 유효했겠느냐하는 생각이다.
청교도적인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말레이시아가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나가오고 있는 데에는 석유 등 이 나라의 자원이나 안정적 정치 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 나라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계 국민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중국인들의 상술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다.

말레이시아내 중국계 역할 긍정적
중국인들은 ‘작은 것’도 무시하지 않고 철저히 챙긴다.
말레이시아 중국인들은 육골차(肉骨茶)라는 묘한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들 언어로는 ‘빠꾸떼’ 혹은 ‘무꾸떼’라 부르는 음식인데, 술 먹은 다음날 아침 해장에는 최고의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돼지 물렁뼈를 한약재, 야채와 함께 차(茶)식으로 끓인 특이한 음식이다. 돼지고기 때문에 느끼할 것 같지만 어린 돼지를 쓰기 때문에 전혀 기름지지 않고 국물도 아주 시원하다.
콸라룸푸르 남쪽 어느 거리에는 동남아와 중국에까지 알려진 유명한 ‘빠꾸떼’집이 있다. 이 부근은 원래 중국계 하류민들이 살던 곳으로 우범지역이었지만 이 식당의 상술 하나로 이제는 중국 본토나 동남아 화교들이 콸라룸푸르 관광을 오면 꼭 다녀가는 명소로 바뀌었다.
이 식당도 처음에는 평범한 식당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주변 여러 점포를 모두 사들여 100명 가량이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그러나 겉모습은 여전히 초라하고 누추하다.
이 식당의 성공 비결은 바로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먼저 이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면 제일 먼저 중국 자스민차가 나온다. 식당의 관록이 느껴지는 낡은 도자기 주전자와 찻잔이 나오는데 차는 펄펄 끓고 있고 찻잔은 끓은 물이 담긴 양재기에 담겨 나온다.
대개 동네 중국 음식점하면 지저분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 식당도 그렇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도 하다. 차 주전자와 좀 찌그러진 양재기는 ‘그렇다’이지만 그 속에 담긴 펄펄 끓는 물은 ‘그렇지 않다’이다.
젓가락은 여느 식당과 달리 포장된 나무 젓가락이고 중국식 수저는 ‘끓는 물 양재기’ 속에 같이 담겨져 나온다. 음식도 역시나 너무나 뜨겁게 끓여서 한약 냄새를 맡으며 한참을 식힌 후에야 먹을 수 있다. 이 중국 음식점의 ‘작은 것’에 대한 배려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식후에는 뜨거워서 만지기 어려운 작은 손수건과 과일이 나오는데 많은 손님을 맞이하기바쁜지라 과일은 깨끗한 플라스틱 투명 통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준다.

작은 정성이 관광명소 만들어
찻잔과 수저를 펄펄 끓는 물에 주고 손이 델까 겁나는 수건을 주고 시원한 과일을 깨끗한 플라스틱 통에 담아주는 아주 간편하고도 작은 정성이 이 식당이 위치한 동네를 슬럼가에서 ‘동남아에서 유명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 동네의 외관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관광 버스와 벤츠 같은 고급 승용차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많은 중국 노점상들이 이 중국식당 덕에 먹고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면 이제는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중국인’에 대한 어두운 면도 이야기하자.
기자가 살고 있는 대학 기숙사 뒷편 길로 10여분을 걸어가면 고급 주택가에 해산물식당이 하나 있다.
싱싱한 바닷가재와 전복, 생선, 대합 등 갖가지 해산물이 발 아래에서 천장까지 수족관에 가득한 곳으로 대충 네 사람이 적당히 먹으려하면 우리 돈으로 30만원은 드는 곳이다. 이곳 물가기준으로 보면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그런데 이 식당의 청구서를 보면 한번 더 놀란다. ‘물 한잔 50센트(155원)’, ‘손타올 30센트(93원)’, ‘썰은 고추 1링깃(310원)’, ‘염장과일(단무지) 1링깃(310원)….
그 비싼 음식재료를 고르고 ‘회뜨는 값’, ‘매운탕 혹은 튀기는 값’등을 따로 지불했는데도 우리 같으면 당연히 주는 밑반찬 값마저 모두 챙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은 저녁, 특히 주말에는 자리가 없다.
기자 생각은 이렇다. 이 식당이 계속 그 모든 값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나중에 손님이 썰렁해지면 그 값을 안 받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성업중이므로 다 받아도 장사가 되는 것이다. 대신 재료만큼은 진귀한 것으로 계속 갖다 놓는다. 심지어 중국 남부지역의 어느 유명한 호수에서 잡았다는 민물 게조차도 산 채로 가져다 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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