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금성산성을 찾은 날은 겉으로는 맑았지만 희뿌연 안개가 낀 듯해서 사진찍기에는 그다지 좋은 날은 아니었다. 담양읍에서 금성산성 나가는 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통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지나친다. 햇살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하늘을 향해 뻗어오른 나무가 아름답다. 이 가로수를 벗어나 달려 금성면으로 접어들어 담양댐 방면으로 가면 담양 산성산(603m)가는 비포장 도로가 있다. 중간지점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해 산행이 수월하다.
매점이 있는 곳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지만 그 앞부분에서 길을 막아 뒀다. 매점에서 산성입구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면 가능하다. 천천히 걷는다 해도 1시간 내외로 산성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그저 입구에 있는 산성만 보고 오는 격이 된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서문, 북문, 동문길 등 등산로가 여럿 있다. 완전하게 산성을 감상하는데는 3~4시간이 족히 걸린다.
금성산성은 용면 도림리와 순창 팔덕리의 경계에 있다. 산길은 흙길이며 소나무가 우거져 있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천천히 20분쯤 오르면 성곽의 출입구인 외남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 위에 정자처럼 이어진 망루에 앉아 바람을 맞이하면 흘린 땀이 다 식는다. 다시 10분쯤 올라가면 내남문. 산성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노령의 산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서북쪽 능선은 추월산과 맞닿아 있다. 동북쪽에는 무등산이 버티고 있다.
잘 쌓은 성은 한폭의 그림같고 멀리 담양호와 추월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맑은 가을 하늘까지 합세한다면 천국이 따로 없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번쯤 기억해 뒀다 찾아가봐야 할 곳이다.
산성은 언제쯤 세워졌는지 알 수 없다. 삼한시대나 삼국시대부터 건립됐을 것이라는 추측뿐이다. ‘고려사절요’에는 우왕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완공했다고 기록돼 있다. 고려 때는 항몽의 격전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왜병과 맞서 싸우던 전장이었다. 구한말에는 동학군이 거병했던 곳이다. 정유재란 때는 무려 2천명의 병사가 금성산성 전투에서 숨졌다고 한다.
산성은 전체 길이가 7천345m로 외성이 6천486m, 내성 859m. 넓이는 36만2천2백37평. 예전에는 성 안에 마을과 관아, 절이 있었을 만큼 넓은 산성이다.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힌다.
성 누각을 따라 걸어도 좋고 내남문 뒤 산길을 따라 걸어도 좋다. 서문, 북문, 동문길로 나뉜다. 내려오는 길에 노천법당이 있는 연동사도 둘러볼만하다. 커다란 바위 절벽 아래 지장보살이 서 있다. 잠시 바위에 기대고 누워서 따뜻한 햇살을 한아름 안아보자.
■담양 온천
산성산 밑에 있는 담양온천(061-380-5000, www.damyangresort.com)은 올해 7월에 문을 열었다. 5만여평에 1천200여명이 동시에 목욕할 수 있는 대온천장, 야외수영장 등을 갖췄다.
또 2만2천여평의 수목원과 4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원, 잔디광장 등도 조성됐다. 36개 객실을 갖춘 가족호텔도 개장할 예정이다.
온천은 대나무에서 추출한 죽초액을 이용한 죽초탕, 대잎을 활용한 대잎탕, 대나무 찜질방 등 지역특색을 살린 건강테마 온천으로 꾸며졌다.
지하 10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는 스트론튬과 황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신경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장한지 오래지 않아 시설이 빼어나고 다양한 이벤트 탕을 즐길 수 있다.
■자가운전 : 호남고속도로~88고속도로 담양IC에서 빠진다. 읍내에서 군청쪽으로 좌회전하지 말고 새로 뚫린 국도 24호선을 타고 순창방향으로 직진. 5분쯤 달리다보면 왼쪽에 금성산성이 나타난다. 담양리조트 바로 옆 비포장 산길로 들어서면 된다.
■별미집·숙박 : 추월산 주변에는 흥부네집(061-382-2688)의 추어탕이 괜찮고 은송회관(061-381-8877)은 토끼탕과 토종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담양읍내에는 신식당(061-382-9901, 떡갈비)과 덕인갈비(061-381-2194)가 있다. 또 민속의집(061-381-2515, 죽순요리)이 소문나 있다. 또 장날이면 ‘홈쇼핑’의 암뽕 순대집도 기억해두면 좋다. 담양 온천의 숙박동이나 읍내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이혜숙 여행작가(http://www.hyesoo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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