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1500억, 2700억.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한 대기업 총수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해 사재 출연이라는 파격책을 내놓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도 사회공헌과 상생을 핵심키워드로 제시했다.

관세청(청장 김낙회)은 지난달 25일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등 서울 시내 3곳의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접수를 마감했다.

2라운드 면세점 유치 전략의 공통점은 사회공헌과 상생이다. 기타 운영관리 능력에서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파트너사와 동반성장 펀드 조성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은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2일 롯데면세점 비전 선포식을 통해 상생 2020을 밝혔다.

‘상생 2020’은 △중소·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중소 파트너사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면적 확대, 인큐베이팅관 도입,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을 위해 2020년까지 5년 동안 총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후보지로 서울 시내 면세점 첫 입성을 노리는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6일 상생과 사회공헌을 위해 27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본점 신관 맞은편 메사빌딩에 1만200㎡(3080평) 규모의 ‘국산의 힘’ 센터를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을 홍보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남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명동-신세계백화점-남대문시장-남산 등으로 이어지는 관광특구를 만들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광상품 개발과 관광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 발전 협력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취지로 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하면서 사재 100억 원을 출연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별도로 100억 원을 내놓았다.

재단 사업은 △동대문 씽크탱크 △동대문 마케팅 △브랜드 엑셀레이터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된다. 민·관·학 협력을 통해 지역 상공인이 동대문 지역 현안과 상권 발전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이밖에 두산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두산그룹 자체 영업이익 전망은 향후 5년간 5000억원이다.

이밖에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역시 상생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과 동대문에 면세점을 유치할 경우, 총 2400억원을 최우선 과제인 ‘지역 및 중소상생’을 위해 사회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커힐에 900억원, 동대문에 1500억원을 각각 배정해 지역 관광인프라 개발과 지역상권과의 상생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잇단 대기업의 상생계획 발표에 중소기업계는 환영하면서도 향후 총수들의 약속 이행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대규모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 기업들이 대규모 상생 전략을 내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며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실현 가능한 전략인지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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