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서 미사일까지’. 이 말은 우리나라 종합무역상사의 전성기 때 흔히 듣던 말이다.
생활용품에서 중공업제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다룰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는 미국 동북부 시장에서부터 아프리카 내륙까지 파고들던 시절에 나온 말이다.
이때 종합무역상사는 대한민국의 수출입 창구였고 상사맨들은 그야말로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맨으로 각광을 받았다. 매년 수출의 날 정부로부터 ‘수출의 탑’을 받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던 종합무역상사들이 요즘은 환경변화에 따라 고전하고 있다. 이제는 대형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그리고 벤처기업까지도 스스로 무역능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초밥집 개업한 종합상사
기업이든 개인이든 살아남으려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현대종합상사가 서울 압구정동에 회전 초밥집을 연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던 현대 종합상사가 초밥집을 연다는 것이야말로 세상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가를 웅변해 주는 것 같다.
“종합무역상사가 수출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어려움에 처한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외식산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것이 회사관계자의 말이다.
초밥집은 현대상사 국내 사업부 외식 사업팀이 관리하며 상무급 사업본부장이 수시로 현장을 감독하고 상주하는 매니저와 호텔 일식당 출신의 주방장은 대리급 직원으로 정식 채용했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해당 업계 수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운영에 대해서는 20분 이상 된 초밥은 폐기 처분하고 모든 원료는 산지에서 직접 공급 받아서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며, 초기에 5~10개의 직영점을 연 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대종합상사는 조만간 하우스 맥주집을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도성장을 해 오면서 유난히 ‘양’과 ‘규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고정관념 깨고 수익성 높여야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규모의 경제’를 체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업을 평가할 때도 종업원 수, 공장규모, 매출액 등 규모부터 따졌다. 그러나 이제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규모의 비경제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덩치가 크면 기동성이 떨어지고 고정비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속도의 경제’가 더욱 의미를 갖게 됐다. ▲작고 ▲빠르고 ▲알차고 ▲재미있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이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아지게 돼 있다.
한 때 우리나라 종합무역상사는 일정규모가 되지 않으면 상담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도도한 자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해졌다. 매출액보다는 이익이 성과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현대종합상사는 현재 은행 공동관리 체제에 있다. 초밥집 개업은 규모보다 내실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고 체질을 바꿔가는 증거라 생각된다.
지금 이런 변신은 중소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일 것이다. 고정관념을 과감히 파괴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창의적 도전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중소기업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과감히 도전해야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스스로 나를 바꾸지 못하면 남이 나를 바꾼다는 사실을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새겨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거대기업이 초밥집까지 진출한다고 욕할 필요도 없다. 21세기 기업환경에서 ‘변신은 무죄’이기 때문이다.

윤은기(IBS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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