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예스, 앤드

코미디와 기업 운영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코미디 극단과 기업들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혁신을 이뤄야 하는 것처럼 코미디 극단도 늘 무대 위에서 새로워져야 한다. 둘 다 청중(고객)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지 못하면 영영 사라지거나 변방에서 머물게 된다.

그런데 비즈니스 잡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400여개 기업의 리더들이 컨설팅과 교육을 의뢰하는 코미디 극단이 있다. 도대체 기업의 리더들은 코미디극단에서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바로 ‘예스, 앤드’를 배우기 위해서다.

<예스, 앤드>(위너스북, 2015년 4월)는 세계 최고의 코미디 극단 <세컨드 시티>(The Second City)가 지난 30년간 많은 기업가와 단체들을 가르친 내용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1959년 설립된 <세컨드 시티>는 즉흥연기를 활성화시킨 최초의 극단으로 ‘코미디계의 하버드’라고 불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세컨드 시티>의 즉흥극은 그전까지 존재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코미디였다.

이 코미디에는 기획방향은 있어도 미리 짜인 대본은 없다. 출연 배우들은 호흡을 맞춰 주어진 주제를 즉흥적으로 연기해야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예스, 앤드’의 원칙이다. 이 원칙을 ‘예스, 앤드’라고 부르는 이유는, 즉흥극을 진행할 때 각 문장의 첫머리를 이 말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배우가 “꼼짝 마! 난 총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그게 무슨 총이야, 그건 네 손가락이잖아!”라고 하게 되면 즉흥극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니! 그 총은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것이잖아! 이 나쁜 자식!”이라고 하게 되면 또 다시 새로운 상황이 시작된다. 말하자면 ‘예스, 앤드’란 상대가 한 대사와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면서(‘예스’), 이에 관련된 개선조치를 내놓는 것(‘앤드’)이어야 한다. ‘예스, 앤드’는 즉흥극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세컨드 시티에서는 웃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농담이나 짤막한 우스갯소리를 배우지도 않는다. ‘예스, 앤드 모드’에서는 즉흥적인 캐릭터, 대사, 장면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게임이 벌어진다. 이때 엄청난 순발력과 창의력이 분출된다. ‘예스, 앤드’는 관객을 미처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끌고 폭소를 자아낸다. 즉흥극의 배우들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모두를 웃게 만든다. 그들은 장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웃음으로 승화시켜 그 순간을 유쾌함으로 가득 채운다.

즉흥극은 겉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간단한 구조가 있다. 즉흥극의 3가지 중요한 규칙은 첫째 ‘제안을 들어라’, 둘째 ‘ 예, 그리고 라고 말하라’, 셋째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라’다. 그래서 즉흥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제안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긍정 마인드 때문이다.
 
전 세계 CEO들이 코미디 극장으로 몰려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스, 앤드’가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조직 내부의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며, 기업 교육은 물론, 심지어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에는 정해진 대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 글 : 이채윤·삽화 :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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