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나성린 민생119본부장(왼쪽부터), 김정훈 정책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용태 정무조정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맹점카드수수료 인하를 협의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전국 238만개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3~0.7%포인트 내려간다. 연매출 2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과 2억~3억원대인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7%포인트 내려 인하폭이 가장 크다.

금융위원회와 새누리당은 지난 2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담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수수료율 인하폭이 커 영세상인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지만, 깎아준 수수료를 카드사-밴사(결제대행업체)-소비자 간 누가 얼마나 분담할 것이냐를 놓고 업계 내에서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수수료율 상한도 2.7%→2.5%로 내려가
정부안에 따르면 연매출 2억원 아래인 영세가맹점과 2~3억원대인 중소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7%포인트 내려 내년 1월부터 0.8%와 1.3%의 단일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0.5%포인트 내려 영세가맹점은 0.5%, 중소가맹점은 1%의 단일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영세·중소가맹점은 이번에 카드 수수료율이 대폭 내려감에 따라 연간 카드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최대 140만원과 210만원 정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신진창 금융위 과장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은 정부가 수수료율을 정하기 때문에 내년 1월부터 내려간 수수료율을 바로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카드사가 매길 수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 역시 2.7%에서 2.5%로 내리기로 했다. 통상 최고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유흥업소와 같은 가맹점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매출 10억원 아래인 일반가맹점은 카드사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평균 0.3%포인트 내리도록 유도한다. 정부는 평균 2.2%에서 1.9%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대형가맹점은 이전대로 2% 안팎의 카드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한다.

이번에 가맹점 수수료율이 대폭 내려간 건 카드 수수료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조달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카드업계는 지난 2012년 원가를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매기는 새로운 수수료 산정 방식을 도입하고 3년에 한번씩 원가를 재산정하기로 했다. 원가에는 조달비용을 비롯해 대손비용, 마케팅비용, 밴수수료, 일반관리비 다섯가지가 포함된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카드사의 카드채 금리가 2012년 6월말 3.83%에서 올 6월 기준 2.1%로 1.73%포인트나 하락한 만큼 수수료율을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카드사의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과 대형가맹점에 대한 밴사의 리베이트 금지로 카드사가 밴사에 내는 밴수수료가 추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반영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영세·중소가맹점은 4800억원, 일반은 1900억원으로 총 6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꾸준히 요구해온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통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대폭 완화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크게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중기중앙회는 지난 7월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금융위에 수수료율 인하(영세가맹점 1.5%%→1.0%)를 건의한 바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40%나 차지할 정도로 수익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수료 감소 추정액 6700억원이 카드사의 기본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카드사들은 “정치권 입김에 정부가 과도하게 수수료율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밴사에 주는 수수료를 깎을 태세고 밴사들은 이에 따른 타격을 영세·중소가맹점에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밴 수수료 삭감 등 2차피해 우려도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 축소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밴 수수료 인하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밴사들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영세가맹점을 상대로 한 무료 단말기 보급이나 보수 서비스를 중단할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으로 가맹점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많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소액 거래까지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규정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식 해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호주도 정부가 신용카드시장에 개입은 하지만 가맹점별로 일일이 수수료율을 정해주는 대신 ‘평균 수수료율’만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선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핀테크를 통해 거래 비용을 줄이는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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