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충길 명장의 작업모습. 옹기를 만드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수만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옹기는 따스하고 투박한 생김에 비해 쓰임이 많다. 한민족은 예부터 옹기에 곡식을 저장하고, 장과 김치를 담고, 찌개를 끓였다. 장식용 도기와 달리 옹기에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렇듯 음식에 쓰이기 때문이다.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어 장을 발효하고, 김치 맛을 좋게 하고, 잿물 성분이 쌀벌레를 막아준다. 전통 기법 그대로 ‘살아 있는 그릇’ 옹기를 빚는 황충길 명장을 만났다.

전통방식 고수하는 명장의 고집
황충길 명장의 집안에서 대대로 옹기를 빚은 바탕에는 천주교가 있다. 할아버지 황춘백 씨가 천주교 박해를 피해서 고향을 떠나 옹기점을 시작한 것이 1850년, 아버지 황동월 씨가 뒤를 이었고, 황충길 명장이 예산 땅에 정착했으며, 지금은 명장의 아들이 함께 일하니 4대가 160년 전통을 잇는 셈이다. 부친이 가마에 불을 때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뒤, 명장은 힘들고 알아주지도 않는 옹기 일을 몇번이나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마다 집안에 우환이 생겨 마음을 다잡고 옹기에 전념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 집집마다 냉장고가 생기고 아파트 생활이 늘자 김칫독이나 장독 사용이 급격히 줄면서 문 닫는 옹기점이 많았다. 명장도 몇년을 고전하다가 1996년 냉장고용 김칫독을 발명하고 반전을 맞았다.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면 김치가 빨리 익거나 군내가 나서 먹지 못하는 일이 잦았는데, 냉장고용 김칫독은 다 먹을 때까지 시원한 맛을 유지했다.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찾아와 트럭으로 사 가느라 옹기점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상 복도 따랐다. 1996년 열린 제1회 농민의 날 공예 부문 대상과 충남발전대상 수상에 이어, 1998년 월드컵 유망 업체로 지정되며 2~3년 사이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1998년, 드디어 도자기 공예 부문에서 대한민국 명장(98-23호)에 선정된다. 3대에 걸쳐 쌓은 기술과 평생 한길만 보고 달려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그제야 벗어나려고 한 옹기 인생이 천직임을 깨달았다.

명성도 얻고 기반도 탄탄해졌지만, 옹기에 대한 명장의 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옹기 한 점 한 점이 빼어난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 편하고 쉬운 전기 물레 대신 전통방식 그대로의 물레를 고집하며, 흙 고르는 일이나 천연 재료로 잿물 만드는 일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평생 해온 일이라 물레에 흙 반죽을 올리면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눈 감고도 만들 정도로 몸에 익었지만, 눈길 한번 떼지 않고 집중한다. 밑바닥을 만들고, 흙가래를 올리고, 두드리고, 다듬기를 반복하면서 항아리가 모양을 갖춰간다. 수많은 손길을 거쳐야 아담한 항아리 하나가 빚어진다. 좀더 매끈하게 다듬으려는 마음이 손끝에 나타난다.

옹기 직접 만드는 체험관도 운영
전통예산옹기의 전시실에는 판매용 옹기와 함께 명장의 작품도 전시된다. 쌀독, 김칫독, 장독, 시루, 뚝배기 등 전통적으로 쓰인 옹기는 물론, 현대 가정에 어울리는 식기 세트, 원형 접시, 양념통, 머그잔, 냄비, 다기 세트까지 100종이 넘는다.

명장이 발명한 냉장고용 김칫독은 크기가 다양해 반찬을 넣어도 좋다. 옹기는 음식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고, 저장 중에도 계속 발효하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길쭉한 새우젓 독을 우산꽂이나 화분으로 쓰고, 물을 저장하거나 채소를 절이는 자배기를 어항이나 수반으로 쓰는 등 전통 옹기를 현대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성인 여덟명이 겨우 들 정도로 큰 독, 작품으로 만든 아름다운 옹기 등 전시실 내부에 볼거리가 많다.

나만의 옹기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흙 반죽을 가래떡처럼 길게 만들어 동그랗게 쌓아서 컵이나 그릇, 연필꽂이 등을 완성한다. 흙을 둥글넓적하게 펴서 손 모양을 찍고 가장자리 꾸미기도 쉽고 재미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레 성형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전통예산옹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김정희선생고택(충남 유형문화재 제 43호)도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다. ㄱ자형 사랑채, ㅁ자형 안채, 추사 영정을 모신 영당 등이 있다. 고택 기둥에 걸린 글귀는 모두 추사체인데, 추사의 글도 있고 예부터 전해진 좋은 글귀도 있다. 고택 바로 앞에 자리한 문화해설사의 집에 청하면 추사의 삶과 예술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고택 옆 추사기념관에서는 추사의 일생을 살펴보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년 고찰이다. 1308년에 건립된 대웅전은 고건축학에서도 손꼽는 건물로, 측면에서 볼 때 특히 간결하고 아름답다. 범종각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예산 들녘 풍광도 빼어나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고향이자 슬로시티로 지정된 대흥면에는 하룻밤 묵으며 전통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교촌한옥문화체험관이 있다. 넓은 대청마루, 부엌의 환기를 좋게 하는 홍살, 불을 지펴 뜨끈한 온돌방 등 한옥의 운치가 곳곳에서 전해진다.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전통문화 답사 / 전통예산옹기→김정희선생고택→예산황새공원→수덕사
 - 명소 탐방 코스 / 예산황새공원→광시한우마을→교촌한옥문화체험관→전통예산옹기→김정희선생고택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날 / 전통예산옹기→김정희선생고택→예산황새공원→광시한우마을→의좋은형제공원→교촌한옥문화체험관(숙박)
 - 둘째날 / 예당저수지→수덕사→덕산온천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예산군 문화관광 tour.yesan.go.kr
 - 전통예산옹기 www.yesanonggi.co.kr
 - 예산황새공원 www.yesanstork.net
 - 수덕사 www.sudeoksa.com
○문의 전화
 - 전통예산옹기 041-332-9888
 - 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339-7323
 - 예산황새공원 041-339-8271~2
 - 수덕사 041-330-7700
 - 추사기념관 041-339-8242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예산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5회(05:35~20:3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서울-예산,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회(07:00~19:30) 운행, 약 2시간 소요.
대전-예산, 대전복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6:40~19:55) 운행, 약 1시간10분~1시간5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대전복합터미널 1577-2259
○ 자가운전 정보
쪾서해안고속도로 당진 IC→예산·합덕 방면 우측→반촌로→예산·삽교호 방면 좌측→옛터골길→거산2교차로 우회전→예당평야로→신택교차로 신암·용궁리 방면 우회전→오신로→오촌사거리 좌회전→황금뜰로 우회전→전통예산옹기
쪾당진영덕고속도로 예산수덕사 IC→아산·예산 방면 좌측→충서로→발연삼거리 운산·고덕 방면 좌회전→황금뜰로 좌회전→오촌중앙길→전통예산옹기
○ 숙박 정보
 - 그랜드모텔: 예산읍 충서로, 041-334-8934
 - 슬로시티 교촌한옥 : 대흥면 교촌향교길, 041-335-0163, cafe.daum.net/slowyedang
 - 봉수산 자연휴양림 : 대흥면 임존성길, 041-339-8936~8, www.bongsoosan.com
 - 덕산온천관광호텔 : 덕산면 덕산온천로, 041-338-5000, www.ducksanhotel.co.kr
○ 식당 정보
 - 중앙산채명가 : 더덕구이산채정식, 덕산면 수덕사안길, 041-337-6677
 - 도랑골손맛 : 추사밥상, 고덕면 상장2길, 041-337-8636, cityfood.co.kr/h9/dolanggolsonmas
 - 민속촌가든 : 오향오리, 예산읍 수철길, 041-334-5520
 - 털보신흥정육점식당 : 한우암소구이, 광시면 예당로, 041-333-8924
○ 주변 볼거리 : 예산삼베길쌈마을, 슬로시티 대흥, 봉수산 자연휴양림, 덕산도립공원, 한국고건축박물관, 예당관광지, 윤봉길의사기념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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