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인권유린 사례는 단기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서 주로 일어나는 것이 사실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중소벤처신문은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른 이국 땅 한국에 와서 훌륭한 산업역군으로 거듭 나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의 성공적인 한국생활 적응 과정을 시리즈로 게재해 불법체류자의 온상으로 알려진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 남동공단에서 승용차용 흡·차음재를 생산하는 (주)고려소재(대표 최완근)는 지난 93년 설립된 흡음재 전문기업.
지난해 매출 181억원에 이어 올해 매출 200억원 달성이 기대되는 이 회사에는 99명의 생산직 직원중 인도네시아 출신 연수생 13명이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차량용 흡음재는 원료를 배합하고 장판과 같이 얇은 형태로 1차 생산품을 만든 후 열 성형을 거쳐 완제품이 탄생된다.
연수생들이 주로 배치돼 있는 생산공정은 시트제작과 열 성형공정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거의 없고 QS500과 ISO14000에 따라 지속적인 교육도 받고 있다.
올 해 1월 입국한 코사시(27)씨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한국 섬유회사에서 ‘QC’로 일한 경력이 있는 특이한 경우.
한국기업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소통은 물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업체로서도 환영하고 있다.
고려소재는 최근 일부 생산라인의 연수생들을 순환근무 시키고 있다.
이것은 코사시씨를 비롯한 연수생들 스스로 제의한 것으로 반복적인 업무형태로는 단조롭고 힘들기 때문에 하루씩 임무를 교대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의된 것이다.
이러한 연수생들의 제의를 회사측은 전격적으로 받아들였고 연수생도 회사측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지난 2월 입국한 인도네시아 연수생 디디티(22)씨는 지병을 모르고 한국행을 택했다가 생명을 잃을 뻔했다.
유난히 몸이 약해 보여 회사측은 생산공정중 가장 평이한 유압공정에 배치했고 디디티씨가 야간 작업중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 4월 초였다.
새벽 4시경 쓰러진 디디티씨를 작업반장과 경비 책임자가 신속히 119에 연락했고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했다.
3일간의 병원생활 뒤 퇴원을 한 디디티씨는 그 후에도 몸이 계속 붓는 등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인하대 병원으로 재차 후송돼 몇 일 동안 계속된 정밀 검사결과 심장 판막증으로 판명됐다.
“수술비는 1,500만원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외국인관련 단체에서 병원비를 모금해주겠다고 나서는 등 호의를 보였지만 막상 본격적인 논의가 되니 나 몰라라 하더군요.”
병원비 마련을 못해 디디티씨는 결국 4월말 인도네시아로 귀국했다. 400여만원에 달한 병원비와 검사비는 회사측에서 150만원 가량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기협중앙회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으로 해결했다.
고려소재에서 연수생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랑복 차장은 지난해 9월 연수생으로부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친 동생처럼 돌봐줬던 연수생 한 명이 애로사항에 대해 논의하던 중 본국에 있는 부인이 바람났다며 만기일 보다 한달 먼저 출국을 요청해왔던 것. 이 차장은 인건비 정산은 물론 출국수속을 밟아 공항까지 데려다줬지만 비행기 탑승직전 도주를 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탈할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관리자에게 믿음을 주려고 연극을 한 것이죠. 지금은 어디에선가 불법체류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불법체류하기 쉬운 환경과 불법체류자들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에서 합법적인 연수생들을 활용하는 업체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법과 원칙은 불법체류자 처리 문제에서도 예외가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도경영을 추구하는 고려소재는 내국인들에게 연 7∼8회 지급되는 보너스를 연수생들에게도 지급하고 있다. 2년 이상 근무한 연수생에게는 1회 30만원을 지급하고 1년 미만은 10만원을 지급해 합리적인 차별화를 유도하고 있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연수생들에게는 작업조장으로 임명해 그에 따른 보상도 제도화 시켰다. 이같은 고려소재의 합리적인 성과기준 설정과 파격적인 대우가 연수생들의 코리언 드림 실현의 근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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