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은(법무법인 전문 대표 변호사)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40건에 불과했던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사건이 지난해 11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8월까지 발생한 65건의 영업비밀 유출 사건 중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가 83%(54건)를 차지했다는 점은 특히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있다. 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영업비밀을 법률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조문에 언급된 바와 같이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 관리성’ 이라는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이 중 한가지라도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한다.형사처벌을 통한 피해 구제가 불가능하고, 비밀유지약정 내지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경우 등 한정된 경우에만 침해행위 금지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구제가 가능하게 된다.

영업비밀의 요건 중에서도 기업들이 쉽게 놓치는 것이 바로 비밀관리성, 즉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실제로 기업이 법원으로부터 비밀 유지 노력을 인정받지 못해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판례는 무수히 많다.

영업비밀 보안은 기업의 존망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추거나 별도로 보안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인적·물적 노력이 비밀관리성과 직결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분쟁 발생 후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비밀유지 노력으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기밀’ 또는 ‘대외비’ 등의 표식을 통해 해당 문서나 정보가 영업비밀임을 고지하는 것이다. 더불어 비용 부담으로 별도의 보안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타 자료들과 구분된 저장 장소를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력관리 역시 영업비밀 보안과 직결된다. 먼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직원을 제한하고 그들에게 보안유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관련 직원 입·퇴사시 비밀유지서약서, 경업금지약정서 등을 받아둔다면 영업비밀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 직원들에게 보안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사측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비밀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영업비밀과 관련해 ‘영업비밀 원본증명제도’가 신설됐다. 원본증명제도는 전자문서에서 추출한 고유의 식별 값을 원본증명기관에 등록, 영업비밀 분쟁에서 해당 전자문서를 등록시점에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제도로 특허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추후 영업비밀임을 입증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니 중소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영업비밀 유출 후라면 형사고소를 비롯해, 손해배상소송, 각종 금지소송 등의 사후 대책이 있긴 하다. 그러나 소송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 기업의 재기 여부 등을 따지자면,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사전조치가 보다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영업비밀은 저절로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법원이 요하는 수준의 영업비밀 보안 노력을 기하거나, 관련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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