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H&M의 브랜드 전략

 

세계 패션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다름 아닌 스웨덴의‘H&M’이다. H&M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선두주자다. 최신 패션 유행을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킨다.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2, 3주마다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H&M의 빠른 속도에 한번 반한 소비자들은 충성고객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사람들의 열렬한 소비 덕분인지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2015’에서 스테판 페르손(Stefan Persson) H&M 회장은 28위를 기록했다. 패션기업 가운데는 단연 1위다. H&M의 출발은 지난 1947년 얼링 페르손이 헤네스(Hennes)라는 이름으로 여성의류 전문점을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1968년 H&M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남성의류까지 영역을 넓히며 지금의 패션제국을 완성해 나갔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이름을 떨치게 된 원동력에는 1990년 후반 무렵부터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면서부터다. H&M을 SPA의 원조로 부르는 이유도 업계에서 가장 먼저 패스트 패션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H&M은 55개국에 진출해 있다. 매장만 3500개가 넘는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만 23조원이 넘는 공룡기업이다.

명동에서 벌어진 H&M-발망 대란
이 세계적인 패션 공룡기업 때문에 최근 서울 명동이 한때 사회면 뉴스의 중심이 됐다. 10월 31일부터 지난 5일 오전 8시까지 서울 명동 H&M 매장 앞에서 H&M과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을 구매하려는 400여명이 노숙을 이어갔다.

발망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다. H&M과 함께 선보이는 제품은 발망에서 구매하는 제품에 비해 절반 가격도 되지 않기에 사람들이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발망 컬렉션이 개시를 한 5일 오전에는 한정판을 구매하려는 쇼핑객과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H&M-발망 대란’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H&M이 바랐던 바라지 않았던, 발망과의 협업은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성공이었다.

발망과 같은 패션 명품과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H&M은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와 손잡고 샤넬 스타일 옷을 H&M 가격에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상품만 선보이는 줄 알았던 H&M에서 명품을 살 수 있다는 기회만으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기에 충분했다. 이후 H&M은 매년 마돈나(Madonna), 지미 추(Jimmy Choo), 베르사체(Versace),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등의 수석 디자이너를 초청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명품 디자인을 SPA 브랜드 가격에 구매하게 만든 H&M의 전략은 패스트 패션 기업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경쟁 업체인 자라나 유니클로도 주기적으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원조는 역시 H&M이다. H&M은 한정판 수량도 적게 방출해 희소성을 극대화 시킨다. 이번에 H&M은 세계 약 3500개 매장 가운데 250여곳에서만 발망 컬렉션을 판매했다. 한정판으로 공급제한 정책을 내건 H&M의 명품 컬렉션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불을 지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세컨 브랜드로 고급시장 공략 확대도
패스트 패션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H&M은 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자체적으로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려 한다. 2007년 H&M은 프리미엄 브랜드(Primium Brand)인 ‘코스(COS)’를 선보였다.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한 세컨 브랜드인 셈이다. 한국에도 코스를 만날 수 있다. 지난 14일 코스의 한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청담동에 오픈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브랜드 전략을 펼친 인물은 지난 2005년 H&M에 입사한 칼 요한 페르손(Karl-Johan Persson) CEO다. 스테판 페르손 회장의 아들로 런던의 유럽경영학교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가 CEO가 된 이후 H&M은 매년 수백개의 매장을 늘리며 외형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또한 위크데이(Weekday), 몽키(Monky), 칩먼데이(Cheap Monday)과 같은 브랜드도 인수합병하면서, 다양한 브랜드 경영도 펼치는 중이다.

H&M은 지난 2013년부터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고 있다. 파리 컬렉션은 명품 패션 브랜드가 자사의 위용을 떨치는 자리다. H&M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함께 명품 패션의 반열까지 넘보는 21세기에 가장 핫한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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