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中企로 풀자] 쥱질 낮은 일자리 내몰리는 청년들

▲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서울의 한 포장재 관련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 K씨는 최근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도의 활용을 대표에게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지난해까지는 6개월까지 지원되던 정부 지원금이 올해부터 3개월로 줄었기 때문.

K씨는 “인턴 혜택이 줄어든 대신 정규직전환지원금이 늘어났다고 설명했지만, 정규직으로 고용할 생각은 없어보였다”며 “청년인턴제도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양질의 청년’을 싼 값에 단기간 활용하는 용도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청년 인턴제도 활성화’‘고졸 취업 확대’ ‘해외 취업 확대’‘취업 정보망 강화’.
그동안 역대 정부가 내놓았던 청년 고용대책의 ‘단골 메뉴’다. 수많은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내놓다 보니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임시직만 양산하고 노동 시장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은 인턴 활성화다. 청년 인턴 확대에 고용부에서만 2005~2014년 1조4634억원을 투입했다. 결과물은 초라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2003년 8%였지만 2014년에는 9%로 1%포인트 오히려 상승했다.

청년 비정규직 10년새 되레 늘어
2003년 8월에는 청년 임금근로자 409만8000명 가운데 31.7%에 해당하는 130만100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올 4월 기준으로는 청년 임금근로자 354만4000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117만2000명으로 33.1%를 차지했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이 비정규직만 양산했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정책의 질도 문제가 많았다.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일하는 ‘열정페이’로 청년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학생 인턴 참여자의 40%는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무급으로 일을 했고, 3분의 1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고학력자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고졸 취업 활성화 등 고용률을 높이는 데만 몰두하는 점도 지적된다.

정부는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 등을 잇달아 내놨지만 고학력 청년층보다는 고졸 및 중소·중견기업 고용문제 해소에 무게를 뒀다. 특성화고와 폴리텍대 부설학교, 기업대학 등을 통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참여기업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거나 채용과 연계한 기업맞춤형 수업을 산업단지 인근 학교 1000곳으로 확대한다는 대책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 ‘선 진학-후 취직’인 고용 구조를 ‘선 취직-후 진학’ 구조로 바꾸겠단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은 대학진학률이 70%에 달하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대졸자들은 대기업·공기업 등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면서 청년들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는 미스매치 현상을 간과한 것이다.

이에 정부가 국정 핵심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고용률이 낮은 고졸자들의 취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 3월 기준 4년제 대졸자의 고용률은 74.2%로 고졸자 고용률 61.2%보다 높다. 수치상으로 고졸자의 고용률을 높이면 국정과제 달성이 용이하다 보니 청년 취업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대졸 실업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고용부가 2005~2014년 10년간 전체적으로 약 3조3000억원의 예산과 고용보험기금을 쏟아부었지만 청년실업자는 오히려 5만명가량 늘어났다.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는 대책을 반복적으로 내놓으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 확대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이 2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지만, 취업 현장에서 고용 한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20~30대 구직자들 사이에선 체감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몇년째 취업준비생의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겐 정부의 이런 통계 발표가 되레 더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반응도 제기된다.

엉터리 실업률 통계에 취준생 분통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29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37만9000명 늘었던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특히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1.7%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실업률도 7.4%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전월보다는 0.5%포인트 떨어져 2013년 5월(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395만1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0만1000명 늘었고 고용률은 41.7%로 1.1%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문제는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160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6000명(1.1%)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청년 백수들의 비경제활동 인구 편입으로 실업률이 떨어지는 착시 효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학원수강 등을 통해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은 6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2000명(14.7%) 늘었다.

취업이 어려워 교육기관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은 많아지는데 청년실업률은 2년 반만에 최저인 상황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가 청년실업률이 낮아졌다고 발표할 때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바와 큰 괴리가 느껴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청년층 취업자 중 다수가 아트바이트나 비정규직 등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0.5%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 비정규직도 올해 3월 기준 11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4000명 늘었는데,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청년 비정규직 가운데 시간제 근로자는 53만6000명으로 7만2000명(15.5%) 늘었다.

일반적으로 취업자라고 생각하면 주5일 이상 출근을 하는 케이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수입을 목적으로 조사대상 주간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정의내린다. 우리 정부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주위에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도 통계청에서 볼 때는 취업자가 되는 것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청년들은 본인이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근로형태로 일을 하고 있을 때 본인을 취업자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구직 청년들과 정부 통계 간 괴리는 질 좋은 일자리 숫자와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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