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곤로, 워크맨, 전화번호부…. 요즘 어느 자리든 두세명만 모이면 화제가 되는 단어들이다. 이야기꽃의 중심은 바로 ‘응답하라 1988’이다.

40~50대는 젊은 시절 추억을, 10~30대는 1980년대 문화를 더듬는 기회로 삼으며 열광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88서울올림픽, 6.10항쟁 등 역사의 굵직한 장면들을 담은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카페 등에서는 이상은의 ‘담다디’, 김창완의 ‘청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등 1980년대 히트곡들이 추억을 소환한다. 

와이드 팬츠 젊은 층에 유행
패션계 역시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패션 열풍이 강하다. 와이드 팬츠, 체크셔츠, 야구·항공 점퍼, 더플코트, 청재킷 등이 핫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아웃도어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가을·겨울 시즌부터 아웃도어 의류에 체크 패턴이 적용되면서 전형화된 ‘등산복’ 느낌에서 벗어났다.

남성 정장도 복고풍 패턴 디자인이 대세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장이 긴 디자인에 넉넉한 피팅감의 코트가 눈에 많이 띈다. 잔잔한 체크 무늬가 들어간 네이비 컬러 정장 역시 최근 인기를 끄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뜨거운 복고 바람이 부는 곳은 먹거리 분야다. 추억과 함께 돌아온 맛들이 외식가를 완전 점령했다.

추억의 음식 1호는 옛날통닭. 누런 봉투 안에 푸짐하게 담겨 침샘을 자극하던 옛날통닭은 이름만으로도 향수를 자극한다. 옛날통닭의 가장 큰 특징은 요즘 유행하는 치킨과 달리 닭을 토막 내지 않고 한마리를 통째로 튀겨내는 것.

오늘통닭, 놀부옛날통닭, 비비큐 등이 아버지가 사다 주시던 옛날통닭의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추억의 경양식집도 인기
1980~90년대 최고의 가족 외식 장소이자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던 경양식도 다시금 떠올랐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복고풍 프리미엄 버거 등이 인기 메뉴다.

대표적인 곳은 은화수식당. 경양식 프랜차이즈를 표방한 은화수식당은 복고 열풍을 타고 경남에서 서울까지 진출했다. ‘추억의 경양식 돈까스’와 카레가 주메뉴다. 이곳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아기자기한 공간 연출 때문이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 소주 한잔으로 퇴근길을 달래는 주점에도 복고 바람이 거세다. 안양 1번가에 최근 문을 연 ‘포차어게인’은 1970~90년대 길거리를 실내에 그대로 옮겨 놓은 포장마차다.

도로처럼 꾸며놓은 바닥의 이정표, 버스승강장, 빨간 우체통, 공중전화, 전봇대 등이 실제 길거리로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발소, 극장, 다방 등 상점이 늘어선 듯한 한쪽 벽면과 벽을 장식하는 오래된 포스터들이 옛 골목의 정취를 전한다. 레코드판을 연상케 하는 메뉴판 역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대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1960년대 모습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주점도 인기다.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달동네를 재현한 ‘쭈꾸미 블루스’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아줌마 윗도리와 몸빼 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주문을 받는다.

아무렇게 쓰여진 듯한 간판과 60년대로 돌아간 듯한 포스터,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쿠리, 쟁반 등의 소품들이 정겨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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