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中企로 풀자]청년채용, 중소기업이 앞장선다

삼성그룹 3만명(2년간), SK그룹 2만4000명(2년간), 롯데그룹 2만4000명(3년간), 신세계그룹 17만명(2023년까지), 현대자동차그룹 9500명(올해), 한화그룹 1만7569명(2017년까지)….

지난 7월27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정부부처와 주요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을 발표한 직후 주요 대기업들이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신규 일자리 수다. 삼성·현대차·SK·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연간 수천~1만5000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대대적 홍보에 나선 것.

대기업 청년 일자리 계획 ‘속 빈 강정’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약 한달 뒤인 지난 9월 삼성전자·현대차·SK이노베이션·LG전자 등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종업원 300명 이상 기준)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신입과 경력직 포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감소’라는 응답이 35.8%로 ‘지난해보다 증가’라고 응답한 19.6%의 2배 수준에 이르렀다.

나머지 44.6%는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특히 주로 생산직에 종사하는 고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감소’라는 응답이 48.5%로 ‘지난해보다 증가’라는 응답 4.9%의 10배에 달했다.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이는 이유로는 국내외 경기상황 악화(61.6%), 회사 구조조정(21.9%) 등 경영난 요인이 83.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간 경제계가 노동 개혁 논의 과정에서 비용증가 요인으로 지목했던 정년연장 시행(4.1%), 통상임금 증가 등 인건비 부담(4.1%)을 꼽은 응답은 8.2%에 그쳤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미 도입했거나(31.4%), 앞으로 도입할 계획(49.5%)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5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는 최근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정부 요청과 사회적 압력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하지만, 경영난을 이유로 인원 축소 등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이들 대기업들이 늘리겠다고 밝힌 청년 일자리의 ‘질’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늘어나는 인원의 대부분도 직접 고용이 아니라 인턴이나 직무교육이나 창업교육 대상자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이 3만명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1만개 수준이다. 나머지는 ‘직업체험 청년인턴’이나‘협력업체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인턴십(월급 150만원)’ 등이다.

2만4000명을 채용하겠다는 SK의 계획을 살펴보면, SK가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인원은 단 1명도 없다. 창업교육을 지원하고, 청년들에게 직무교육+인턴십(월급 150만원) 기회를 주는 한편, 이들을 ‘협력업체와 지역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한다는 게 전부다.

지난 5년간 中企가 일자리 창출 주도
이는 결국 청년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체수의 99%, 근로자수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간한 ‘2015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2008~2013) 중소기업 고용 증가인원은 195만4000명으로 전체 고용증가의 85.9%를 담당하며 신규 일자리창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상지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은 규모(사업체수, 종사자수)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 산업 종사자수는 2008년 1307만명에서 2013년 1534만5000명으로 227만4000명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고용 증가인원은 195만4000명으로 전체 고용증가의 85.9%를 차지했으며, 반면에 대기업 고용 증가인원은 32만1000명에 그쳐 전체 고용증가의 14.1%를 차지했다.

전체 산업 사업체수는 2008년 304만7000개에서 2013년 341만9000개로 37만2000개가 증가했으며, 이중 중소기업 사업체수는 37만2000개가 증가했다. 대기업 사업체수는 341개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생산액과 부가가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생산액과 부가가치 증감에 대한 기여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제조업은 제조업 전체 생산액과 부가가치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5년간 생산액과 부가가치는 연평균 6.4%, 5.6%씩 각각 증가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소기업이 생산액 증감분의 51.2%를, 부가가치 증가분의 50.4%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대기업 생산액 48.8%, 부가가치 49.6%)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가 대기업 보다 높았다.

한편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341만6000개로 전체 사업체의 99.9%를 구성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종사자수는 1342만2000명으로 전체고용의 8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中企업계 ‘청년 1+ 채용운동’ 박차
현재 중소기업계에서 추진하는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이 ‘청년 1+ 채용운동’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물론 벤처기업협회·이노비즈협회·메인비즈협회·여성경제인협회·여성벤처협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함께 ‘청년 1+ 채용운동’을 벌여 내년 5월까지 13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협의회 전체적으로 연평균 10만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지는 만큼 알짜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모집을 통해 청년 3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캠페인은 주도하고 있는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본인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회사인 ‘산하’의 채용 인력을 예년의 두배 수준으로 늘렸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의 연평균 고용규모는 약 10만명인데 올해는 여기서 더 늘어나는 3만개의 일자리를 청년 중심으로 채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투자는 내년으로 미루더라도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올해는 청년 채용에 앞장서자는 ‘선(先)고용 후(後)투자’의 원칙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일자리 희망, 300만 중소기업이 만들어갑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캠페인은 현재 홈페이지 구축과 대상 업체 2만5000여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마무리한 상태다.

8월 말에 문을 연 ‘청년 1+ 채용운동’ 홈페이지(youngplus.kbiz.or.kr)에는 캠페인 소개와 함께 채용실적 집계, 고용창출 지원제도 안내, 단체별 채용사업 홍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업체별로 채용을 독려하고 관리하기 위해 중기중앙회 직원 1인당 70여곳의 업체를 책임지는 ‘업체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체에 청년 신규 채용을 독려하는 한편, 채용에 따른 다양한 인센티브를 소개하는 등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청년실업 문제가 단순히 고용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그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면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소명이며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는 희망을, 중소기업에겐 기회를, 대한민국에게는 미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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