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후 2개월 연속 수출이 호조세를 보여 경기회복의 청신호를 보이고 제조업체의 체감경기가 3개월째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등 경기 회복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체감경기와 내수부진의 회복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어 ‘L’자형 불황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2천49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실사지수(BSI)는 79로 9월의 71에 비해서는 다소 호전됐으나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제조업 업황 BSI는 7월 65, 8월 67에 이어 3개월째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제조업의 생산설비 수준 BSI(9월 107→10월 106)와 설비투자실행 BSI(89→89)는 전월과 비슷해 기업들이 투자를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기업들이 꼽고 있는 애로 사항은 내수 부진(30.2%)을 비롯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22.5%), 수출 부진(9.3%), 원자재 가격 상승(7.5%), 경쟁 심화(6.9%), 자금 부족(4.9%), 인건비 상승(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곽영훈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소비부진 요인들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수출호조에서 시작해 소비회복으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경기회복은 내년 하반기에 접어들어서야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불안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라며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가는데 설비투자증가율이 8∼10%에 달했으나 우리의 경우 95년 이후 평균 3.1%에 불과해 내년에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은 “다른 경제 외적인 변수보다 기업인들이 기업하려는 의욕이 저하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기업인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이 요즘의 사회분위기”라고 밝혔다.
A사장은 또 “체감 경기가 IMF 때 보다 어렵다면 금 모으기 보다 더 한 국민 운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인 기(氣) 살리기 운동을 제안했다.
최붕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기업인들의 의욕을 살려야 한다”며 “규제완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기업과 기업인이 우대 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원 중소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법과 제도 등 무형의 SOC가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자원의 비효율성으로 기업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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