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中企로 풀자]일자리 희망 보여주는 중소기업

▲ 지난달 24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서울경제신문 공동주최로 열린 ‘제2회 행복 중기 경영대상’에서 수상기업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년 구직자라면 삼성전자에 대해 몇가지 사실들을 확실히 알고 있다. 바로 상당히 센 업무강도와 ‘삼성고시’라고 불리는 치열한 입사경쟁률 등이다. 막상 입사를 해도 ‘미생’에 나오는 신입들처럼 하루하루 전투를 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도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구내식당은 하루 12시간 최고급 음식을 무한 제공한다. 점심식사에만 10가지 이상의 메뉴를 선사한다. 맛만 중시하는 게 아니라 임직원의 건강을 챙기는 저염식 메뉴도 갖췄다. 식사할 시간이 없는 바쁜 임직원은 한켠에 마련된 포장 코너에서 샌드위치나 주먹밥을 챙겨간다. 하루에 6000~7000명이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삼성전자의 복지 혜택은 선도적이고 파격적이다. 삼성전자는 5월부터 자율근무제도 도입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일주일에 40시간 이상만 일하면 출퇴근은 본인 스케줄에 맞춰도 상관없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워킹맘을 위해 분당과 삼성동에 원격근무센터를 구축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매년 조사하는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제조업 부문에서 7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청년들이 괜히 삼성을 선망하는 게 아니다. 복지와 급여와 사내문화 3박자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진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숨은 알짜 일자리 ‘수두룩’
삼성전자의 사례는 대기업이라면 인재를 영입하고 성장시키는 데에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려고 최대한 물심양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처럼 많은 혜택을 직원들에게 전폭 지원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청년 구직자들이 애초에 취업 희망 리스트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하는 일이 빈번하다. “중소기업은 희망이 없다” “성장 가능성이 있을까” 등 구직자들이 쉽게 품는 의심들이다.

청년층이 갖는 중소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들로 다수의 전도유망한 중소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취업하기 어렵다는 청년층과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는 중소기업간의 미스매칭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도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이미 존재해 왔다. 근무 환경만 따지면,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 기업들은 임직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그들의 능력을 키워 회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나간다.

지난달 말 잡플래닛과 포춘코리아가 선정한 ‘2015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에서는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일자리라는 희망을 품기에 충분한 기업들이 선보였다. 잡플래닛은 개별 기업 임직원들이 직접 자사의 평가를 게재하면서 다른 회사의 은밀한 사내 현황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포춘코리아는 미국 포춘(FORTUNE)지의 한국판이며, 포춘이 수십년 가까이 선정·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세계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올해 분석결과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부문 1위에 오른 나이스평가정보의 사례를 보자.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기업이며 복지적인 측면이나, 선후배간 인간관계와 직원 만족도가 높다.” “개인신용 업계 상위권이며 기업신용부문 포지션이 확대되고 있고 재무구조 탄탄하고 안정적인 회사다.” 모두 실제 근무하는 직원들이 평가한 회사의 현주소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정시 출퇴근, 동절기 업무 시간 단축, 다양한 사내 이벤트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 최고의 급여와 젊은 층으로 이뤄진 조직문화도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요인이었다.

전체 3위를 차지한 휴넷은 평생교육 전문기업으로 기업교육에 특화된 곳이다. 휴넷은 자사의 직원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탄력근무제와 수평적인 조직문화, 직원 간 높은 친밀도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잡플래닛에 올라온 내부 임직원의 평가를 보면 “선후배간 일 배우기 좋고, 복리후생 좋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 등이 눈에 띈다.

몇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사무가구 제조업체인 퍼시스는 6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사원급부터 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사무가구업계 국내최고로서 사무가구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곳”이라고 평가한다. 사원급도 팀장급 업무를 추진한다는 건 직원에 대한 ‘신뢰’와 ‘능력’ 중심의 업무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들에는 단순한 비밀이 숨어 있다. 그것은 대기업과 같은 물량지원이나 특전이 아닌 중소기업이 쉽게 할 수 있는 친밀감을 주는 것이다. 바로 선후배 혹은 회사와 직원간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개인도 회사도 성취감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위를 차지한 좋은사람들의 임직원들 코멘트는 이를 확실하게 방증한다. “또래의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인정해주는 회사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비교적 만족스러운 기업문화를 누릴 수 있고 여자들에겐 참 좋은 회사입니다.”

이는 미국 포춘이 198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했을 때 공통적으로 나타난 핵심사항이기도 하다. 사내에서 양질의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 말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이 수익률도 높아
현재 우리 중소기업은 대기업은 비교가 안될만큼 고용창출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약 88%의 경제활동 인구를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고용 증가세도 중소기업이 앞선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2.1%와 3.7%의 고용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에 대한 발견과 재조명은 중요한 작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와 서울경제신문이 지난달 24일 공동 주최한 ‘제2회 행복 중기 경영대상’에서도 다양한 우수사례들이 쏟아져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고용창출과 중소기업 인식개선 부문에서 모범이 된 박주봉 대주이엔티 대표와 송산특수엘리베이터가 각각 대상인 경제부총리상에 선정됐다. 박주봉 대표는 지난 1989년 이중 보온관 생산업체인 대주이엔티를 설립해 현재 시장 점유율 45%로 업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어 고객만족 경영과 인적자원 육성, 중기 개발 전략 등을 실천하며 최우수 품질을 인정받았다.

법인 부문 대상을 받은 송산엘리베이터는 대형 선박과 500명이 탈 수 있는 해양 플랜트 전용  엘리베이터인 ‘골리앗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중공업 공사의 새로운 전환기를 만든 곳이다. 특히 이 회사는 매번 안산 지역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자사의 기술연구소에 채용해오고 있다. 매년 4~8명의 졸업반 학생들의 실습반을 운영하고 졸업 후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해 병역특례까지 지원한다.

언론이든, 특정 기관이든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을 선별하고 적극 알리는 일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앞서 소개한 기업들의 사례만으로도 어떻게 하면 평범한 중소기업도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 힌트를 주고 있다.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해 급여를 올리고, 복지를 강화하고, 사내문화를 유연하게 만드는 과업이 단순히 직원들에게만 좋은 일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은 다른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훨씬 더 높다.(약 3.5%) 이 역시 포춘이 지난 1984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속한 상장기업을 실제로 분석한 결과에도 나타난다. 경영진 입장에선 고용창출의 황금열쇠가 여기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표가 임원부터 사원의 이야기까지 꼼꼼하게 귀를 기울이고, 직접 소통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2015 일하기 좋은 한국 기업’에서 중소기업 부문 11위에 선정된 에스티앤컴퍼니의 한 임직원이 잡플래닛에 올린 말이다.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대표가 직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일하기 좋은 기업들의 대표에겐 너무 익숙한 사실이면서, 동시에 경쟁사들이 끝까지 몰랐으면 하는 경영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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