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다 지나간다. 어느 해보다 변화가 많았다. 2016년은 길고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소망부터 가져본다.

2016년은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전환의 실질적인 원년이다. 금리인상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늦어지면 질수록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출구전략의 첫 걸음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와 유럽중앙은행(ECB)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양대 축으로 같은 길을 걸어 왔다. ‘위대한 수렴(Great Convergence)’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길을 걷는다. ECB는 추가로 금융을 완화하는 대신 Fed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위대한 발산(Great Divergence)’이다.

‘위대한 발산’은 이미 시작됐다. 2015년 12월에 열렸던 ECB 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놓았다. 예금금리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고 양적완화 시한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위대한 발산’의 신호탄

Fed는 금리인상 국면에 들어갔다. 2014년 10월말 양적완화(QE) 종료에 이어 두번째 출구전략 조치다. 출구전략이란 금융위기로 흐트러졌던 비정상 국면을 정상 국면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푸는 것’보다 ‘회수하는 것’이 더 어려운 통화정책 관행을 감안하면 또 하나의 험난한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은 실물경제 여건 면에서 격차가 크지 않는 한 동일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묵시적인 합의 때문이다. Fed와 ECB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은 1994년 이후 21년 만에, 1999년 ECB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위대한 발산이 일어났던 1994년 이후 상황을 보면 독일 분데스방크는 금리를 5%에서 4.5%로 내렸다. 같은 시점에 Fed는 3.75%에서 4.25%로 인상한 이후 1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 안에 6%까지 올렸다.

미국 경제도 견실했다. 빌 클린턴 정부 출범 이후 정보기술(IT)이 주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신경제 신화’를 낳았다. 경제 위상도 높았고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중용의 지혜’발휘할 때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이탈에 시달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신흥국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도 결국 슈퍼 달러의 부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붕괴’라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2015년 내내 반드시 가야 할 금리인상을 놓고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고민해 왔다. 실물경제 여건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위대한 발산으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된다면 경기가 언제든지 침체국면에 재추락할 위험이 높다.

현 여건에서 ‘슈퍼 달러’시대가 전개될 경우 미국과 신흥국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다.

Fed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될 수 있는 위대한 발산이 나타나지 않도록 보완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두가지 조합이 예상된다. 하나는 금리인상 이후 달러 강세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인상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갈 것이라는 의사를 피력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금리인상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추진해 위대한 발산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경우다.

한국은 1994년 이후 상황과 다르다. 당시에는 대규모 경상적자가 외환위기로 치달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선까지 급등했다. 지금은 경상흑자(GDP대비)가 세계 1, 2위를 다툰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를 겨냥해 달러 사재기 열풍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풍이 불면 투자자는 반드시 덴다.”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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