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끝까지 해내는 힘

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일본의 작은 지방 대학교를 졸업한, 지역 중소기업의 평범한 연구원이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노벨상의 주인공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는 1954년 일본 시코쿠의 에히메현이라는 시골 동네에서 태어났다. 학교성적이 출중하지도 못했던 그는 지방대학을 나왔고 직원 200여명의 중소기업 니치아화학 개발과에 입사했다.

나카무라의 회사생활은 쉽지 않았다. 입사 후 10년 동안 갖은 노력 끝에 개발한 상품들은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어느 날 그는 “어려워서 사람들이 손대지 않는 것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택한 것은 그 당시 20세기 안에는 절대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청색 LED였다. 청색 LED는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대기업에서 27년이나 연구에 실패한 분야였다. 그런데 지방 중소기업 연구원에 불과한 그가 혼자서, 단 4년 만에 청색 LED개발에 성공해서 노벨물리학상까지 거머쥔 것이다.

<끝까지 해내는 힘>(비즈니스북스, 2015년 5월)은 나카무라가 직접 쓴 자서전이자 자기계발서다. 이 책에는 맨손으로 뛰어든 LED 개발에 관한 비사 뿐만 아니라 나카무라의 독특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아무도 주목하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청색 LED개발에 매달렸고 500번이 넘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세계 최초로 고휘도 청색 LED 개발에 성공했다. 고독한 도전이었으나 그의 성취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제 LED를 제외하고 우리 주변의 조명을 설명하기란 어려울 정도다. 그가 개발한 청색 LED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IT기기의 혁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가로등, 신호등 같은 공공 조명들도 속속 LED로 바뀌고 있다. 조명이 LED로 바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에너지 효율 때문이다. 전기 에너지의 90퍼센트 가까이를 열로 소모해버리는 백열등과 달리 LED는 적은 양의 전력으로도 밝게 빛을 내 효율성과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 후 우리나라를 찾았을 당시 나카무라는 “노벨상은 작은 기업에서 나온다”고 단언하며 “노벨상은 미친 짓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데 수많은 상사들이 있는 대기업에서는 기발한 ‘미친’ 아이디어가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적이 좋은 젊은이는 대기업으로, 성적이 좋지 않은 젊은이는 중소기업으로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일본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현재 세계 LED 업계의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는 니치아화학이다. 이 모든 것을 저자가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탈로그 한장 받기도 어려웠던 작은 도시인 도쿠시마에서 세계 1위의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도 변함없이 매일 자신의 연구실로 출근해 새로운 연구 주제인 ‘질화갈륨과 관련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노벨상은 자신의 연구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니 실제로 아주 단순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직 ‘생각하는 힘’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해내는 힘’ 만이 성공의 열쇠였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최첨단 시대에도 다를 바 없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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