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분야별 규제 완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담겨 있다.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것은 ‘규제 프리존(free zone)’이다.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신성장 산업 기반 마련과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핵심규제 대폭 철폐
규제프리존이 도입되면 전국 단위로는 풀 수 없었던 핵심 규제가 지역별로 철폐돼 관련 사업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로 전략산업을 두개씩(세종시는 한개) 지정했다.
먼저 부산시는 역점사업인 해양관광산업과 사물인터넷(IoT) 융합 도시기반서비스가 규제 프리존 대상 산업(전략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기기나 센서를 서로 연결하려면 주파수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출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는 주파수 출력 허용 기준의 상향 조정을 검토해 IoT 산업을 특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신산업과 드론(무인기) 부문 규제 프리존에 선정된 전라남도는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전과 고흥 항공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시범사업 지역 내 야간·고(高)고도·장거리 비행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무인기와 관련해 연 10만회 가량의 인증평가를 하는 평가센터 내실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에는 지능형기계와 항공산업(항공부품인증) 규제 프리존이 들어서며, 충청북도는 청주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의약, 오송·오창·진천·음성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이 규제 프리존 전략산업으로 선정됐다.

수소기반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육성키로 한 광주와 울산에선 수소충전소와 기존 주유소를 병행 설치하도록 허용하거나 수소충전소 시설의 거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경상북도는 스마트 기기와 타이타늄이 규제 프리존에 선정돼 관련 산업 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구미의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사업이 이미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한 데다 규제 프리존에 선정돼 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관광산업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국제 크루즈선에 탑승한 한국인 승객이 국내 기항지에 내려 관광 쇼핑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해양관광을 특화하는 부산은 마리나 선박으로 빌려줄 수 있는 선박 기준을 5톤에서 2톤으로 낮춘다. 마리나 선박은 유람·스포츠 또는 여가용 선박을 의미한다.

강원도‘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에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을 추진하고, 제주를 경유한 관광객이 양양공항으로 환승 관광할 경우 체류 허용 기간을 120시간에서 240시간까지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산과 강원에 시내면세점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규제 체감도 ‘제로’가 목표
정부는 지역별 규제를 과감히 풀어 관련 기업들이 확실히 수혜효과를 느끼게 할 방침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기업의 실질적 규제 체감도를 제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규제프리존 안에서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사업화를 위한 시범 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기존 규제 적용 여부가 모호한 신기술·융복합 분야는 기업이 문의하면 정부가 30일 내에 규제 적용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규제로 사업화나 시장 출시가 어려웠던 신기술·융복합 분야도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규제특례를 인정해준다.

필요한 재정·세제·금융·입지·인력도 집중 지원한다. 지역 전략산업과 관련된 기업에는 정책금융을 확대 제공하고 세제 지원과 고용창출 시 인건비 지원 등도 병행한다. 14개 시·도가 전략산업 관련 부지 개발을 추진하면 건폐율 특례 등 토지이용 규제도 대폭 완화해 준다.

14개 시·도는 내년 1분기까지 전략산업 육성계획안을 정부에 보고할 계획이다. 정부는 완화해야 할 핵심 규제와 정부지원 방안을 마련해 내년 6월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다.

수도권은 규제 프리존에서 빠졌다. 대신 정부는 북한과의 접경지역 중 낙후지역을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경기 동북부 지역에 대한 수도권 규제 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 내의 공장 신·증설 제한 등이 완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던 10만헥타르(㏊)의 개발 규제도 풀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정회의에서 “농업진흥지역 10만㏊를 정비해 기업형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농업진흥지역(104만㏊)의 10%로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렇게 되면 농업진흥지역을 농업보호구역으로 전환한 이후 농어촌형 승마시설이나 농수산 전후방 연관시설 등을 운영할 수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의 경우 공급량을 올해 1만4000가구에서 내년에는 5만가구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안 들이고도 지역에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전국적으로는 풀기 어려운 규제라도 일정 지역에 한정해 완화할 경우 법령 개정이 상대적으로 쉬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활성화]‘코리아 블프’ 매년 11월 열린다
정부는 소비절벽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내수 진작책도 마련했다. 국내 소비 진작과 해외 관광객 소비 유치로 대응한다.

올해 내수 진작 효과를 낸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매년 11월 중순으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코리아 그랜드세일’과 연계해 세계적인 쇼핑축제로 육성한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전통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유통·제조업체의 협력을 유도해 할인폭을 키우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상품판매전도 병행할 계획이다. 행사명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기업들의 연간 온누리상품권 구매 목표는 올해 16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올려잡았다. 내년 1분기 중 조기에 최대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 유치를 위해 한류·미용·레저·문화체험을 결합한 새 관광비자인 ‘한류산업연계비자’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현행 최장 30일로 제한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체류기간이 90일로 늘어난다. 

[수출 확대] 베트남 등에 中企 산업단지 조성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4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수출회복을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우선 국내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4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진출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현지 생산 및 유통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수출 지원창구인 ‘차이나데스크’는 판로 개척, 비관세장벽 애로 해소 지원 등으로 역할이 확대된다. 해외 인건비가 싼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통해 내년 6월 해외 산업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이 한국 산업단지가 들어설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출금융 부문에서는 내년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올해보다 20조원 늘린 271조원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다. 화장품, 식료품, 유아용품 등 5대 유망품목을 지정해 맞춤형으로 육성하는 등 수출 지원을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4대 개혁 완성]노사정 대타협 후속 조치 추진
정부는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내년 안에 마무리 하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불균형 완화에 힘쓰기로 했다.

우선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5대 노동개혁 법안 입법을 올해 마무리 하고 노사정 대타협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 부문에서는 금융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영업을 개시하고, 은행 영업시간은 금융소비자 수요에 맞춘 탄력적 운영이 적극 추진된다. 공공 개혁은 공공기관 부채를 감축하고 방만 경영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교육 개혁을 통해서는 산업체와 교육의 이음새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순환도 유도한다. 대기업 신용의 매출채권 담보로 2·3차 협렵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에 대한 상생결제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유통 벤더의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실태 점검한다.

[신산업 육성]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 내년 15조원 모두 사용
정부는 내년에 5G(5세대) 등 통신과 에너지 신산업에 5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하는 등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로 했다.

에너시 신산업 육성 특별법을 제정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정부 예산 1조4000억원, 한전 및 발전 5개사 1조1000억원 등 2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차세대 태양전지, 융합형 ESS, 고효율 발전시스템(초초임계압 발전:고온 고압 증기를 이용해 열효율을 높인 발전) 등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내년에 4700억원이 지원된다.

또 민간투자활성화를 위해 산업은행을 통해 추진 중인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 잔여분 15조원을 애초 계획인 2017년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전액 사용하기로 했다.

창업·시장진입·경쟁을 제한하는 인허가제 개선을 추진하고 신시장 창출을 위한 행정규제 특례를 마련키로 했다. 신시장 창출 분야로는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 공유 경제 등이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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