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한 철강회사 건물 앞에는 비행기 잔해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있다.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라는 미국 작가의 작품이다. 높이 9미터, 무게 30톤의 엄청난 크기의 고철을 뭉쳐 놓은 듯한 이 작품은 ‘꽃이 피는 구조물(Flowering Structure)’라는 이름이고 부제는 ’아마벨(Amabel)’이다.

아마벨은 작가 친구의 딸 이름이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친구의 딸을 기리기 위해 그 이름을 부제로 붙였다. 인류 역사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철을 소재로 인간의 도전의식을 반영하고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문명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로 꽃을 형상화 했지만 누구의 눈에는 큰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전시되자 많은 논란이 일었다. “달러도 귀한 나라에서 17억5000만 원이나 들여서 이런 고철 덩어리를 사 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부터 “흉물스럽다” “도시미관을 해치니까 철거해야 한다”는 요구로 한때 철거가 검토되기도 했지만 예술에 대한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옹호론자들에 노력에 의해 보존됐다. 

이것이 단순한 고철덩어리라면 1년6개월이라는 제작기간이 필요 없었을 것이고 고철 값보다 수천배의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구는 이것을 보고 고철로 팔면 값이 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고 경외감을 느낄 것이다. 고철의 가치는 정해져 있지만 작품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아무리 낮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고 해도 그래도 고철보다는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고철을 사간 사람은 자랑하지 않지만 작품을 사간 사람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이게 누구 작품인지 아냐?” “이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자랑한다. 고철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그 가격에 맞은 양만큼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작품은 반드시 그것이어야 한다. 그 존재만으로 완성된 가치를 갖는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

우리의 인생도, 기업 경영도 작품 같아야 한다.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는 우리의 삶은 당연히 멋진 작품이어야 한다. 누구의 인생과도 비교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종합예술이다’라고 한다. 기업경영을 보면 뛰어난 매출과 수익성으로 존경받는 기업은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가치가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느껴진다. 기업이 추구하는 온리원(Only One)이란 바로 그것이다.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할 유일한 가치를 가진 기업이 돼야 한다. 기업의 크기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가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개념을 달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훌륭한 기술을 개발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술과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가치 중심이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또 한번의 중대한 변곡점에 와 있다. 미래로 향하는 방향은 급격히 바뀌는데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더 무서운 것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 해 왔고 많은 것을 이뤄 왔다. 오히려 우리가 느끼는 것 보다 세계는 우리의 발전에 대해 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겨우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해서 그것도 기득권이라고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한다. 우리는 다시 뛰어야 한다.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강점을 충분히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데 있다‘라는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처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시 쏟아 부어야 할 때다.

안병익
 (주)다인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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