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의 올해 경제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기관별로 크게는 0.7%포인트 차이가 날 정도다. 이는 올해 경제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달말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저유가 지속과 함께 소비·투자촉진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 3.3%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또 실질성장률에 물가수준을 반영한 경상성장률은 지난해 5.0%(전망치)보다 소폭 낮은 연간 4.5%로 전망했다.

GDP디플레이터(종합적인 물가지수) 상승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2.4%, 설비투자는 4.4%, 건설투자는 4.3%,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5.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민간 경제전망 엇갈려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인력수요가 늘어 지난해(32만명)보다 많은 35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43만명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고용률(15∼64세) 전망치도 66.3%로 종전(66.8%)보다 내려잡았다. 실업률은 3.5%로 예상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1.2%보다 소폭 오른 1.5%로 전망했다.

한편 경상수지는 수출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내수 회복과 유가상승 흐름 등으로 수입이 늘면서 980억달러 흑자를 예측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3.1%에서 3.0%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전망치보다는 0.1%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올해 3%대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KDI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면 올해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올해도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세계 경제가 3.6% 성장한다는 걸 전제로 추정했다.
KDI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6%를 밑돌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세계경제 성장률이 금년(3.1%) 수준에 머물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2.6%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는 “중국 경제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G2 리스크’가 추가적인 하방위험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여파가 크게 나타나고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경제 성장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G2 리스크’ 추가적 하락 압력
이와 관련, KDI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G2 리스크는 워낙 큰 리스크라 예단하기 힘들다”며 “국내 상황이 건전성을 잘 담보하고 있어야 해외 충격이 발생해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 했지만, 여전히 3%대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3.7%로 내다봤다가 최근 0.5%포인트 낮춘 3.2%로 수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경제관련 연구기관장들과의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전례가 없었던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국제자금 흐름이나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이 3%대의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있는 것에 비해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보다 비관적으로 올해 경제를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전망치는 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7%보다 0.2% 포인트 낮다.

이는 정부나 KDI, 한국은행 전망치는 물론이고 다른 민간 연구기관, 해외투자기관 등의 전망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연구원은 올해에 미국 경기의 둔화와 중국 경제의 성장 감속,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세계 경제 환경이 지난해 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수출(통관기준)이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구원은 “메르스로 위축됐던 소비의 회복 효과는 지난해 대부분 소진돼 올해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진작책은 미래 소비를 당겨쓰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추가로 강력한 정책이 없으면 올해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L자형’ 경기국면 지속 전망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L자형 경기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중국 내수시장 공략, 선택과 집중형 연구개발, 신속한 사업재편 등으로 저성장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의 근거로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 엔저 후폭풍 등으로 수출부진이 지속하는데다 한국 기준금리 인상 압력 증가, 예산 총지출의 낮은 증가율 편성 등 내수부진을 완화할 정책 여력이 약화했다는 점을 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016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하방위험은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및 구조개혁이라며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8%로 내다봤다.

해외 기관들 역시 중국 경제의 둔화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악재로 꼽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적하고 “예상보다 빠른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의 내년 전망치를 기존의 3.6%에서 3.1%로 낮추면서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출부진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성장률 저하 요인으로 들었다.

OECD는 중국경제가 올해 6.8%, 내년 6.5%, 내후년 6.2%까지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중국이 설정한 향후 5년간 성장률 마지노선 6.5%를 밑도는 전망치다.

외국계 투자은행들 역시 2%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노무라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수출 부진으로 2.5%에 머물 것으로 진단했다. 또 데카방크 2.1%, 모건스탠리 2.2%, 다이와증권 2.3%, 씨티그룹 2.4%, 도이체방크 2.8%, 골드만삭스 2.9% 등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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