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年이 ‘청년일자리’를 말하다]
신입이라도 주요 프로젝트 맡기는 회사가 바람직
‘돈 보다 가치’…능력 마음껏 펼치기엔 中企가 제격
창업도 좋지만 현실적 어려움 산적, 정책지원 시급

▲ 왼쪽부터 박혜란(23)_ A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재학생, 김동환(29)_ 마이다스아이티 신입사원(1년차), 임수연(28)_ B지자체 청년활동가, 문대인(23)_ C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휴학생, 김경서(25)_ D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학년 휴학생

지난 12월 18일 오후. 5명의 20대 청년들이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로 모였다. 누구는 회사 출장이었고, 누구는 시험기간이었고, 누구는 휴가 중이었다. 생김새도, 말투도, 사고방식도 제각각인 청년들과 마주앉아 10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주된 주제는 ‘청년 일자리’에 관한 고민과 고충이었다.

주제는 거창했지만, 대화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20대를 거쳐 온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부딪혀 봤을 세상에 대한 막막함과 불확실성에 대한 토로였다. 뚜렷한 정답이 없는, 인생문제이고 사회문제이고 경제문제였다.

중소기업뉴스가 신년기획으로 답이 안 나오는 주제를 가지고 교수나 정책입안자들과 토론을 하지 않고 청년들을 만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당사자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해결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가열차게 ‘청년1+ 채용운동’을 개진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청년들이 취업난 속에서 겪는 생생한 목소리를 담으려 애썼다. 그들의 육성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소통하자는 취지로 말이다.
청년들의 바람은 단순했다. 신바람 나는 일자리로 ‘출근’하는 것이다. 
<진행·정리=이권진 기자>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부딪히는 첫 번째 시험이 서류전형 단계다.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을 거 같다.

김경서_ 채용 전형에서 서류통과가 가장 어렵다. 서류로만 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 은행의 청년인턴 채용의 경우 200명을 뽑는데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어떻게 인사담당자를 유혹할까’가 최대 고민이다.

김동환_ 현재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에 근무하고 있다. 입사 1년차다. 서류전형에서 모든 걸 보여주고 싶은데 답변 분량에 제한이 있어 더 어려웠다. 종이 몇장으로 나의 열정을 보여주기가 쉽지않다.

임수연_ 이력서 상에 지원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 기업은 부모의 재력을 묻기도 한다. 온전히 지원자의 능력과 열정을 측정했으면 한다.

문대인_ 기업에서 지원자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라도 있으면 어떨까 싶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이라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직접 듣는 게 가장 큰 도움이다.

마이다스아이티의 경우 채용 기준이 상당히 흥미롭다. 스펙 대신 열정이 50%, 전략적 사고 30%, 관계능력 10%, 가치관과 지식이 5% 비중이다. 열정의 정도를 어떻게 책정하는가.

김동환_ 회사 인사팀의 가장 큰 한해 농사가 신입 공개채용 전형이다. 회사 전체의 행사이기도 하다. 자기소개서도 인사팀과 직무 담당자들이 세세하게 읽고 점수를 매긴다. 다각도에서 평가를 받는 셈이다. 채용경쟁률이 높다보니, 채용기간도 상당히 길고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나온다. 스펙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을 중점적으로 본다. 특히 면접에 들어가면 1명의 지원자와 다수의 면접관이 1시간 가까이 이야기 나눈다. 한명의 지원자지만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엔 열정과 인성을 중점적으로 보는 회사들도 많은 거 같다.

잡플래닛과 같이 현직 임직원이 자기 회사를 솔직하게 평가한 취업 정보 사이트도 있다. 거기에 올라온 평가들을 읽다보면, 대기업이라고 반드시 좋은 일자리도 아닌 거 같다.

박혜란_ 대체적으로 대기업은 높은 연봉과 체계적인 복지 등으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편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의 경우 ‘회사가 준만큼 뽑아 먹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높은 보상 제도는 좋은 일자리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유인기재라고 생각한다.

김동환_ 돈이 가장 중요한 보상이 되는 건 안타깝다. 대체적으로 대기업은 고액 연봉을 준다. 반면 중소기업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돈으로만 따지고 보면 중소기업은 근로자에게 보상을 못하는 꼴이 된다. 돈 말고 중소기업에서도 충분히 보상 받을 요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자기발전을 느끼는 게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박혜란_ 작은 기업일수록 CEO의 리더십이 중요한 거 같다. 직원이 조직 안에서 성장을 충분히 느끼고 성장하는 걸 확인한다는 건 CEO의 역할이라고 본다. 사실 대학교에서 학문으로만 접했던 이론이다. 마이다스아이티와 같은 강소기업의 사례를 통해 가끔 실감한다.

김동환_ 우리 회사가 좋은 일자리라고 평가 받는 이유는 일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보상체계 보다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이라고 문서 복사나 커피 심부름 등 단순 업무만 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있는 신입에게 막중한 프로젝트도 맡겨버린다. 신입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가.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일반적인 인식 수준은 어떠한가.

임수연_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일이 고된 반면, 연봉은 작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중소기업의 경력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직을 하려는 친구도 많다. 불안한 대기업 인턴자리 보다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다니면서 경력을 쌓고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 

김경서_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비교하는 내용을 종종 접한다. 특히 뉴스의 댓글을 읽어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악플이 어김없이 달려있다. 미디어를 통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구축하는 거 같다. 

취업 경쟁에서도 남녀 간의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박혜란_ 학교 선배들이 취업 이후 SNS에 회사신입 동기 모임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을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 목격한다. 거의 8:2 비율로 여성 신입의 수가 적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여성 신입을 기피한다는 인상을 갖는다. 

임수연_ 예전에 다른 회사에 일을 할 때  사장에게서 “여직원은 야근 같은 것도 맘 놓고 못 시켜 좀 불편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직 더 많은 일과 경험을 해야 할 시기인데 좀 당혹스러웠다. 취업  이전보다 취업 이후 성적 차별을 느꼈다.

김동환_ 여전히 직장에서도 남녀의 성차별이 있다는 게 가슴 아프다. 개인적으로 여성들의 업무능력이 상당히 높다는 걸 깨닫는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신입사원을 평가하러 갔는데, 능력이 출중한 여성 지원자들이 많아서 크게 놀랐다. 확실히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 남녀라고 서로 능력의 격차가 있는 건 아니다.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교의 일상적 풍경도 치열해 졌다는데.

김경서_ 요즘에는 대외활동을 결정할 때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우선 고려한다. 기업의 청년서포터즈나 대학 홍보대사 등을 많이 하려고 한다.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스포츠 동아리 보다 투자 동아리나 금융학회 등에 가입한다.

문대인_ 대학에서 경영이나 경제학을 접했느냐가 중요해졌다. 상경계열이 취업에 유리한 편이다. 처음 어문계열 학과에 입학했다 전과를 했는데,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경영, 경제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혜란_ 학과 이름이 10자 가까이 되는 곳도 있는데, 다양한 전공의 뉘앙스가 풍길수록 고3 수험생이 지원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취업할 때 학교에 따른 가중치도 있겠지만, 학과도 중요하다는 말을 선배들에게 듣는다.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중한다. 직업의 안정성을 중시하고 창업과 같은 도전에는 소극적인데 왜 그럴까.

김동환_ 저도 창업을 고려해 본 적은 있다.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만약 실패를 할 때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주변 선후배들이 창업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봤다. 물론 성공한 분들도 계신다. 대부분이 실패를 한다. 실패 이후 뭘 해야 하는지, 길이 안 보인다. 네이버, 다음 이후 지난 15년간 성공적인 청년 창업도 전무했다.

김경서_ 특정 창업아카데미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거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나 강사도 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다수 참여자 연령층이 평균 40대였고, 다른 20대는 한명도 없었다. 거기서 “젊은 친구가 창업에 관심이 있다니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청년이 창업을 준비한다는 자체만으로 주목받는 시기인 거 같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이봐, 해봤어?”라고 자주 말했고 언론에서도 이러한 도전정신을 강조하지만, 요즘 현실에서 100%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은 아닌 거 같다.     

임수연_ 많은 대학생들이 이미 학자금 대출 등 빚을 지고 시작한다. 채무를 진 경험이 있기에 창업을 위해 자신의 돈이나 부모의 자금이나 은행 대출을 받기엔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소비가 미덕이라고 배웠고, 냉혹한 시장경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리스크를 안고 가기보다는, 안정성을 찾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이유인 거 같다.

문대인_ 창업 그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닌데, 언론에선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을 한다. 창업은 취업보다 더 복잡다단하다. 좋은 창업 아이템이 있으면 취업을 할 때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선배들도 봤다.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비판할 때 많은 걸 포기하며 산다고 해서 ‘N포 세대’라고 한다. 정작 청년 세대가 갖고 있는 진짜 고민은 무엇인가?

김동환_ 취업 이전에 결혼도 했고 자식도 낳았다. 가족을 챙기고, 육아를 하고, 부모님을 부양하고, 퇴직 이후도 준비도 하고 있다. 사실 힘에 버거운 일이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앞으로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알바로만 먹고 사는 사람이 주변에 몇몇 있다. 취업과 직장생황의 스트레스를 떨치고 그냥 먹고 사는 데에 최소한 수입만 유지하는 거다. 너무 지치다보니 그런 결정을 하는 분도 있다.

임수연_ 취직을 해도 그 뒤에 따라오는 인생의 절차들이 쏟아진다.  취업하면 결혼하라고 하고 출산하라고 한다. 모두 큰 결심과 돈이 들어가는 결정이다. 최근 출산률이 저조해 정부에서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자 입장에서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편이다. 과거보다 확실히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배우 성동일이 은행원으로 다섯 가족의 생계를 다 책임진다.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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