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포크송 가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 ‘포크의 여왕’ 존 산도스 바에즈(1941년~). 긴 머리와 청바지 차림의 청순한 모습으로 기타를 치며 음유하는 흑백 화면 속 존 바에즈의 젊은 시절은 708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은색 짧은 커트 머리에 곱게 주름진 얼굴, 목걸이와 팔찌 장식을 한 방랑자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차분하게 지난날을 들려주는 컬러 화면 속 현재는 한길 인생을 걸어온 여장부다운 빛을 발한다.

1959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Newport Folk Festival) 무대 50주년 기념 공연을 기해 되돌아보는 음악, 인권과 반전 평화운동가, 한 여성으로서의 삶이 부럽고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존 바에즈가 유명해진 건 널리 알려진 대로 1959년의 Newport Folk Festival에서다. 1만3000명 관중을 사로잡은 존 바에즈는 ‘포크의 여왕’으로 타임지 표지에 등장했다. 그러나 존 바에즈는 인기와 상업주의에 물들까 두려웠고, 무대공포증이 심해 무대에 처음 나설 때는 사형장에 끌려가는 것 같았으며, 심한 공황 장애 발작으로 공연 도중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1964년 미시시피대학에서 흑인 관중과 노래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존 바에즈의 인권운동가, 반전 평화운동가로서의 궤적을 전한다. 정부가 공공연히 테러를 자행하던 시절에 KKK의 도시에서 흑인들과 노래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행진하는 비폭력운동 선두에 설 수 있었던 용기. 신께 받은 재능을 개혁에 쏟기로 한 존 바에즈는 워싱턴 대행진에서도 노래한다.

“밥 딜런과 그의 음악이 내게 들어왔을 때, 내 음악에 부족한 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는 존 바에즈는 밥 딜런을 자신의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줬다. 존 바에즈 팬들은 성녀(聖女)가 남자를 데려온 것으로 여겼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연인, 음악 동반자로 함께 했지만, 존 바에즈는 밥 딜런 일행의 마약 흡입과 무대에 함께 서자는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밥 딜런으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밥 딜런은 “당시엔 내 광기를 달래기도 힘들었다”고 하고, 존 바에즈는 “난 그가 정치 대변인으로 나서길 원했다. 그를 그 자체로 봐야했는데 나의 틀에 맞추려했다”고 자성하는 인터뷰를 한다.

존 바에즈는 징병 반대 운동으로 감옥에 갔다 온 즈음, 징병 반대 운동가 데이비드 해리스와 사랑에 빠져 1968년에 결혼한다. 그러나 해리스의 출소 6개월만인 1974년, 아들 하나를 둔 채 이혼했다.

백발이 성성한 존 바에즈와 데이빗 해리스가 전원에 앉아 웃으며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나이 들어 전 남편과 우아하게 담소할 수 있는 한국 할머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밥 딜런이 존 바에즈의 ‘Dia monds & Rust’(1975년 4월에 발표한 이 노래는 존 바에즈의 최고 명곡으로 꼽힌다)를 듣고, 두사람의 지난 시절을 잊지 않고 감동적인 노래로 만들어줬다고 감사하는 모습, 제시 잭슨 목사의 존 바에즈에 대한 헌사 등, 존 바에즈는 참 멋진 남성들과 사랑하고 행동했구나, 새삼 부러워진다.

“정치와 음악 병행이 힘들다고들 한다. 내 경우엔 병행할 때 앨범도 잘 팔리고 공연도 잘 되고 나 자신도 행복하다”고 한다. 아들이 참여한 밴드와 함께 공연을 다니는 현재의 존 바에즈는 수줍은 인디언 처녀 같던 젊은 시절보다 더 멋지고 당당하고 에너지 넘쳐 보인다.

포크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필자는 존 바에즈의 노래가 어쩜 이리 한결같은가, 그 노래가 그 노래 같다는 평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대를 노래한 선언에 다름 아닌 가사를 온전하게 알아듣지 못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번역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들어도, 그 시대 그 자리에 없었기에 그 역사성까지 마음에 새길 순 없다. 그래서 한국의 7080세대 가수들이 존 바에즈의 ‘Mary Hamilton’을 개사해 부른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원곡과는 거리가 먼 가사지만, 우리 정서가 담겨있어 처음부터 우리 노래라 여기며 듣고 있다.

외국 노래 가사까지 번역해주는 국내 영화사는 거의 없다. 가사를 알고 들어야 맑고 높은 음색의 존 바에즈 노래를 제대로 듣는 거라는 걸 헤아린 제작사가 노래에까지 한글 자막을 입혀준 것, 칭찬과 감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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