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잇단 서킷브레이커 발동,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 연초부터 대외 악재들이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정도가 한층 심해진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의 충격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내수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 시장에 대한 변동성도 커져 올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3% 초반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
한국은행은 지난 6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강환구 한국은행 모형개발팀장은 이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정 결과’ 보고서에서 생산함수 접근법, 시계열 분석법 등 다양한 모형을 활용해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뜻한다. 보통 수년간 연평균 성장률과 비슷하고 경제 성장 속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평가된다.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2% 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2001∼2005년 4.8∼5.2%에서 2006∼2010년 3.8%까지 떨어졌고 2011∼2014년에는 3.2∼3.4%로 추정됐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은 더 안 좋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2016년 10대 경제트렌드’에서 2%대 성장률이 반복되면서 잠재성장률이 3%대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LG경제연구원은 2015~2019년 잠재성장률을 2.5%로 추정한 바 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3%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과거처럼 5%대 이상의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0%대 저물가 지속
지속된 저물가 기조도 문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리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에 머물러 우리경제가 성장은 멈추고 물가가 떨어져 경제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발표한 2015년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1로 지난해 보다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사실상 0%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소비자물가가 0%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환율이 급락했던 1999년 0.8%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이 전국 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50년 만에 사상 최저치다.

특히 한국은행이 서울지역 소비자물가지수를 집계한 1945~1963년까지를 포함하면 풍작으로 쌀값이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3.6%를 기록한 1958년 이후 57년만의 가장 낮은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물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위축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하는 등 내수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이 소비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저물가 지속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보고서는 “가계 평균 소비성향이 2010년 77.5%에서 지난해 72.9%까지 하락했다”며 “금리가 낮아져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었음에도 누적된 가계부채 탓에 소비여력이 제약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라며 “생산기지의 글로벌화와 맞물려 국내투자는 계속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저물가 체제에 대비해야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적으로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5%에 머물렀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1~11월 평균 0.1%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은 0.3%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 추세에 따라 한국 경제의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디플레이션 고착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져 수출이 계속해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수까지 힘이 빠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저물가 탈피를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겠지만 한국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 통화정책 상황을 보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회복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물가·저성장 체제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책 당국은 금융정책 완화와 해외투자 활성화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저물가 잡기’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5년 한국경제 성과와 과제’에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목표 설정을 계기로 저물가 탈피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과제”라며 “저성장 탈피를 위해 먼저 적극적이고 신축적인 거시정책으로 정상 성장궤도를 조기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적정 수준의 물가 관리를 하겠다며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병행해 관리하고, 한국은행 역시 향후 3년간 중기 물가 안정 목표를 2%로 설정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11월과 12월의 물가상승률이 1%대를 기록했고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를 높이려는 정책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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