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46억년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30년 한세대는 0.00056초에 불과하다. 사람이 눈을 한번 깜빡이는 시간이 0.25초라고 하니, 지구적 관점에서 우리 일상은 눈 한번 깜빡이는 시간도 안 되는 것이다.

여기에 위기의 일상화는 조바심과 우려를 가중한다. 당면한 중대 위기 중 하나는 인구위기이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다음 세대에게 그저 미안하다고 하는 수밖에 없을까 봐 불안하기까지 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2017년부터 감소한다.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 시대가 가고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가 임박했다. 
인구 오너스 시기에는 생산연령 인구 비중이 줄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된다. 인구 오너스에 대한 전통적인 대안은 출산장려와 이민정책이다.

일단 출산장려정책은 양육부담에 막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합계출산율은 1.2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갑자기 보육 인프라가 대폭 개선되고, 칼퇴근 문화가 정착돼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이 지금의 하루 40분보다 4배 이상 늘어 북유럽 수준이 된다면, 출산율은 증가할 수도 있다.

내년엔 ‘인구 오너스’시대 진입

설령 그렇더라도 그 효과는 아이가 성장하는 수십년이 지나야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마저 무색하게 지난 5년간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은 고작 3분 늘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양육부담을 보면, ‘취업준비생’신분이 일상화돼 버린 새로운 정상(new normal)도 무시할 수 없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주 작은 부품이 없어 활주로 옆에 꼼짝도 못 하는, 그래서 결국은 트랙터나 자전거보다 더 느린 존재가 돼버린 첨단 비행기’와 같은 모양새다.

이쯤 되면 대학 졸업까지 3억원에 달한다는 자녀양육비는 투자가 아닌 비용이고, 자식은 자산이 아닌 부채가 되는 것이 출산장려정책의 대차대조표이다.

다른 대안인 이민정책도 당장 직접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UN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에 대규모 이민을 권고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 보충을 위해서다. 단순히 규모를 떠나, 다양한 산업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략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숙련·전문직 이민의 확대도 검토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고숙련·전문직 이민이 청년실업을 악화시킨다는 논란 같은 기본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아직 시작하지 못한 실정이다. 

서비스부문 생산성 제고 시급

출산장려와 이민정책을 통해 당면한 인구 오너스의 양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면, 질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1인당 노동생산성을 높여 부족한 노동력과 소비력을 함께 증가시키는 것이다.

노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3년 기준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6%, 독일의 54%, 일본의 74% 수준에 불과하다. 우선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1인당 부가가치, 즉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이다. 임금은 규모별로 47%~72%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크고, 이는 다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완화에 따른 소비와 취업증가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서비스 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유휴인력이 자본과 결합하지 못하고 노동투입 중심의 저부가 산업으로 굳혀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점에서 한국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미국, 일본, 독일 수준을 웃돌거나 비슷했지만, 서비스 산업은 크게 미치지 못했다. G7 국가의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노동생산성 추세선에서도 이탈해 있다.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크다고 판단되는 이유이다.

인구위기의 해법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전반의 생산성, 특히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제고 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마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인구위기 해법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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