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우디 알렌까지, 현대의 주요 감독들이 추앙하며 그의 영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되풀이해보며 공부하는 감독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년). 영화 역사가와 팬들은 스탠리 큐브릭을 모든 장르에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남긴 혁신주의자, 완벽주의자로 기록한다.

단편 다큐멘터리 3편을 포함해 총 16편을 연출한 과작의 작가가 된 것도 그의 완벽주의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신화가 적지 않다.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에서 광고 문구까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한다고 결심한 것은 대하 역사극 <스팔타커스>(1960)의 메가폰을 이어받은 신예 감독 시절 제작자, 유명 스타들과의 파워 게임 때문이었다.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 당대 최고 스타 부부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을 3년이나 붙들어두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프로젝트’로 소문나면서 큐브릭의 완벽주의 신화는 널리 유포되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서울시립미술관, 3월13일까지) 전은 스탠리 큐브릭의 완벽주의 영화 인생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다.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 준비에서 개봉까지의 전 과정에서 남긴 사전 연구 자료, 소품과 세트 모형, 촬영 현장을 담은 미공개 사진, 자필 메모가 담긴 시나리오, 필름, 의상, 카메라, 렌즈, 음악, 관련자와의 편지 등 1000여점의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자랑한다.

전시는 큐브릭의 아내인 화가 크리스티안 큐브릭, 그녀의 남동생인 큐브릭 영화의 제작자이자 큐브릭에 관한 다큐멘터리 <스탠리 큐브릭: 영화 속의 인생>을 연출한 얀 할란의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독일영화박물관 덕분에 가능했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 전시 이래 호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 11개국 13개 도시에서 전시가 열렸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전은 건축, 영화, 디자인 등 미술 인접 분야를 수용해 현대미술의 다매체, 탈장르, 융 복합 추세를 알리고자 노력해온 서울시립미술관의 2012년 전시 <팀 버튼>전과 쌍벽을 이루는 영화 감독전이다.

인상적이었던 전시품들을 나열해보면 1차 대전 배경 전쟁 고발 실화 영화 <영광의 길>(1957) 방에선 핸드 핼드 카메라로 참호를 훑고 가는 유명한 도입부를 확인할 수 있는 흑백 사진. BC 73~70년에 일어났던 트라키아 출신 노예 검투사 스팔타커스의 반란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고찰하고, 로마가 어떻게 붕괴되었는가를 사색한 <스팔타커스>의 의상들. 쿠바 미사일 사태 직후의 핵무기와 냉전 공포로 인해, 3차 대전이 언급되던 60년대 분위기를 반영한 반전 메시지의 블랙 코미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의 작전통제실 모형.

선구적이며 철학적인 걸작 S.F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우주복과 의상 디자인 스케치, 원시 인류가 등장하는 도입부 영상을 만들어낸 ‘프론트 프로젝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으로 영국에서 상영 금지되기도 했던 <시계태엽 오렌지>(1971) 방은 청소년 관람불가 방으로 ‘Korova Milk Bar’가 재현돼 있다.

18세기 아일랜드 청년의 인생 유전을 그린 <배리 린든>(1975)은 윌리엄 터너의 풍경화 속에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초상화 속 인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엄격하게 통제된 시대극이자 인물화로 평가받는다. 촛불 조명 아래 선보였던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의상들을 볼 수 있다. 광기에 사로잡힌 잭 니콜슨이 도끼를 들고 문을 부수는 유명한 장면을 재현한 방, 정원의 미로 모형 등은 <샤이닝>(1980)의 공포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는 인간과 총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베트남전 배경 <풀 메탈 자켓>(1973)에 쓰인 헬멧과 M16 소총과 같은 전쟁 용품. <아이즈 와이드 셧>의 난교 파티 장면에 등장했던 가면 거울의 방도 눈여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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