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人] 박창숙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장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으레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한복을 입는 사람이 드물 뿐 아니라, 입더라도 격식에 맞춰 입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전통 한복이 사람들에게 점차 멀어져 가고 있는 와중에 우리옷의 품격을 알리고, 세계 속에 한복이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박창숙(사진)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 옷은 상황에 따라 제대로 입는 법이 있습니다. 관례나 혼례 같은 경사에는 예복을 입었는데 상황에 맞게 겉옷·장신구·옷감의 색상을 달리해 격식과 품위를 갖췄습니다.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는 우리 옷을 제대로 입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실생활이 아닌 미디어를 통해 주로 접하다 보니 사극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입는 옷을 정통 한복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상황별로 입는 방식 따로 있어”
“얼마 전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혼주복을 보러 오신 분이 있었어요. 그 분이 미리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라고 한복 차림의 드라마 주인공 사진을 보여주셨죠. 그러나 그 옷은 조선시대 화류계 여성들이나 입는 옷이지, 격식을 차려야 할 혼주에게는 적절치 못한 복장이에요. 이렇듯 격식에 맞지 않는 한복들이 점차 많아 지는게 걱정입니다.”

관혼상제에 규정된 전통한복, 이를 응용한 현대한복 디자인 연구, 세미나, 패션쇼를 개최하며 제대로된 한복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박 회장은 대표적인 방안으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우리옷을 제대로 입도록 홍보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우리옷에 대한 강의를 하고 공식석상에서 우리옷 입기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나라의 행사 때 우리 정체성이 담긴 한복을 입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 가정의 행사, 개인의 행사 때도 우리옷을 찾아 입지 않을까요?”

“엉터리 한복이 버젓이 전시”
박 회장이 최근 중점을 두는 활동 중 하나가 해외에 제대로된 우리옷 알리기다. 각국 한국 문화원에 한복이 전시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교포가 기증한 잘못된 한복이 버젓이 전시돼 있는 등 열악한 것이 현실. 이에 박 회장이 직접 한복 제대로 알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그 첫 단추로 전세계 28개국에 있는 전통문화원에 제대로된 한복을 전달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필리핀, 벨기에, 스페인, 중국 북경 등 4곳의 전통문화원에 한복을 전달했다. 올해는 3월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와 일본 오사카, 중국 상해에 한복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벨기에에서 한복 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받았던 감동이 해외에 한복을 제대로 알려야 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당시 세미나에 우리나라에서 벨기에로 입양된 분들도 초청했었어요. 난생 처음 한복을 입어보고 다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밤 늦도록 한분 한분 한복을 입혀드리느라 진을 뺐지만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또 일반 사람들이 쉽게 한복에 대해서 알고 제대로 우리옷을 입도록 하려고 기준서도 제작했다.

박 회장은 다른 나라 의상과 차별화된 한복의 매력이 바로 ‘색’(色)이라고 정의한다. 대학 시절 양장복 디자인을 전공하던 그를 한복의 세계로 이끈 것도 한복 고유의 색이다.

“예전에 세탁소에 맡겨놨던 한복을 잃어버려서 종로에 있는 주단집들을 돌아다닌 적이 있어요. 그 때 양장복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복의 색에 매료돼 대학원에서 전통한복 의상학 공부와 함께 한복 매장을 같이 운영하며 한복 연구가의 길을 걷게 됐죠.”

박 회장은 처음 한복의 색에 매료됐던 자신처럼, 많은 사람들이 우리옷의 진가를 알아주기를 희망한다.

“한복에 대한 올바른 이해야 말로 진정한 우리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지름길입니다. 부디 한복의 한류 바람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 그 격조가 한층 더 돋보이길 바랍니다.”

- 사진=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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