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LG전자, 새해 전략 포인트는?

2015년은 LG전자에게 치욕적인 한해였고,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이 예상 보다 너무 안 팔려 고전을 면치 못한 시간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신제품은 초반에 잘 나가나 싶다가도, 이내 삼성전자와 애플 신제품 출시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사실 이런 상황이 반복된 지도 꽤 오래됐는데,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는 중국 신흥강자들에 밀려 3등 그룹에 속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 올해에도 LG전자가 죽을 쑤며 뒷걸음질 칠 것인지, 아니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서 세계 전자업계에서 자신의 명성을 드높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때는 전자업계에서 LG전자하면, ‘혁신’과 ‘1등’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를 반감시키고 있는 게 바로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주목할 LG전자의 전략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살펴보면 LG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거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핫한 제품인 ‘K시리즈’다. 가격대는 아무리 비싸도 50만원에 그치고, 저렴한 모델은 20만원대다.

잘 알다시피 그동안 LG전자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 경쟁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거대기업들과 싸워왔다. 그런데 중저가 폰의 판매 확대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단적으로 ‘점유율을 수성하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중저가 폰의 세계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세계인들에게 한발 더 ‘LG전자’라는 스마트폰 이미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란 것이다. 그래서 그 토양 위에서 고가라인의 프리미엄 제품을 마케팅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승기를 잡아오지 않을까 하는 고심이 엿보인다. ‘꼬리를 잡아 머리까지 먹겠다’는 LG전자의 새로운 전략 포인트다. 

중저가 폰으로 세계시장 ‘수성’ 나서나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LG전자만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들어 저가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도 최근 저가형 신제품을 출시했다. 저가폰 위주로 전략 구성을 다시 짜는 건 세계 스마트폰의 성장이 앞으로 둔화기에 접어들기 때문인데, 예방차원에서 각 사마다 ‘저속 기어’를 장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대비 9%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만 보면, “잘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올해가 처음으로 성장률 한자릿 수로 떨어지는 해다. 지난 4, 5년간 스마트폰 시장은 두자릿 수로 폭풍성장을 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이 고가 라인 위주로 찍어내기만 하면, 세계시장은 넙죽넙죽 잘 받아먹으며 함께 성장해 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대 소비시장이었던 북미시장과 중국본토의 분위기가 예전처럼 뜨겁지 않은 것이다. 반면, 다른 지역이 후끈거린다.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다. 다시 말해, LG전자를 비롯한 세계 스마트폰 기업들의 중저가폰 전략은 이들 신흥국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신흥시장을 선점하려면, 역시 싸고 기능이 좋은 중저가 라인이 최고다. 또한 저가폰이 잘 팔리다 보면, 이어서 고가폰 마케팅으로의 전환도 손쉽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에게 저가폰은 스마트폰 사업의 반전을 꾀할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가 달리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중저가 폰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재고와 마케팅 비용의 부담이 새삼 커지기 마련이어서 그렇다. 일단 중저가 폰을 100대 파는 것보다 고가폰 10대 파는 게 남는 장사일 만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와 함께 수많은 저가라인이 확대되면서 시장에 마케팅해야 할 비용도 점차 늘어난다. 박리다매를 꾀하다 보면, 재고 관리도 큰 포션을 차지하게 된다. 그럼으로 중저가 폰 전략은 LG전자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처방이라는 이야기다.

조준호 사장의 의중은?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스마트폰의 판매량과 매출을 2014년만큼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대략 5970만대인데, 2014년에 비해 정도 1% 늘어난 수준이다.

그런데 수익성 악화가 문제였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약 438억원이었고, 3분기 영업손실은 776억원이었다. 적자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을 많이 팔아도 손해를 보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생존과 성장은 조준호 사장에 달려있다. 조 사장은 올해 1분기에 프리미엄폰인 ‘G5’를 내놓는데, 이게 올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첫 단추다. 지난해 선보였던 프리미엄 제품인 ‘G플렉스2’‘G4’ ‘V10’이 모두 기대 이하로 팔렸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과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북미 시장 등에서는 약간의 성장세를 맛보고 있는 중이다. 충성도가 높은 안방을 내주고 있다는 건 LG전자에게 치명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조 사장은 외적인 매출 성장보다 내적인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급한 상황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조 사장이 프리미엄 폰과 중저가 폰의 투트랙 전략을 펼칠지, 아니면 프리미엄 폰을 축소하고 중저가 라인에 올인할지는 미지수다.

프리미엄 폰과 중저가 폰 생산은 각각 마라톤과 단거리 뛰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사전에 막대한 연구비용과 생산투자비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업의 추진은 물론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LG전자가 어물쩍하게 프리미엄과 중저가 전략을 동시에 펼치다가는 이도저도 안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여전히 LG전자는 프리미엄 폰을 해마다 두종류씩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최근 중저가 폰에 힘을 싣고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실속은 없고 점점 거대해질지 모른다는 예상이 든다.

LG전자의 뉴 희망은 VC사업본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머리는 좋은데 공부 성적은 신통치 않은 아이라면, LG전자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은 아직 어리지만 점점 신통한 능력을 보이는 유망주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는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대폭 흑자(매출 5204억원, 영업이익 97억원)를 내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마이너스를 모두 만회한 결과였다.

VC사업본부는 2013년 7월 출범했다. 구체적으로 이 본부는 자동차 전장부품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 태양광에너지 등 LG전자의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신사업 전문 본부다. 그래서 이제 LG전자의 차세대 성장 기틀은 VC사업본부에서 나올 거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들이다. 이번 흑자 전환은 그러한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거기에 GM과 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LG전자의 고객사라는 점은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흑자를 내는 사업인지는 적어도, 5년은 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다. 2013년부터 전폭적인 자금 투자와 인력 투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장기 성과는 2018년 이후에나 평가해도 늦지는 않다. 이와 함께,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기반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VC사업본부에게는 큰 이점이다.

생활가전 의존도 줄일 수 있을까
스마트폰 시대가 오기 전, LG전자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왔던 곳이 MC사업본부였다면, 이제 향후 LG전자의 청사진을 준비할 곳이 VC사업본부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LG전자를 굳은 날이나, 좋은 날에도 계속 성장시킬 수 있었던 사업은 다름 아닌 생활가전사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4조5601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을 거뒀다. LG전자가 지난 연말에 수익성을 극대화한 것도 이 프리미엄 가전제품 사업이 잘 돼서 가능했던 일이다.

생활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이익을 2148억원이나 냈다. 전체 영업이익의 61% 비중인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132%나 올라선 수치였다. 언제나 LG전자를 지켜주는 건 생활가전사업이었단 이야기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올레드 TV, UHD TV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HE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09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4년 4분기와 비교해 21억원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LG전자의 고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MC사업본부는 계속 허덕이고, VC사업본부는 아직 어리고, 그나마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업과 영업이익 비중이 생활가전 쪽으로 쏠리면, 결국 투자나 인력투입에 있어 LG전자는 중장기적으로 MC사업본부를 밀어줄 수가 없을 것이다.

LG전자는 2015년에 매출 56조509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조1923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2014년 대비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34.8%이나 감소한 수치다.

LG전자가 2016년 새해 새롭게 환골탈태하려면, MC산업본부의 선전이 절실하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LG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올인하는 것도 멋진 카드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LG전자에겐 과감한 결단과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올 연말에 LG전자는 웃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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