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현장점검] 설 앞둔 제조 중소기업 한숨만

#사례1. 경기도 화성에서 자동차부품회사를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설을 앞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최근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에게 상여금도 챙겨주지 못할 형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많은 돈을 챙겨주지 못하면서 “내년에는 꼭 보답 하겠다”고 약속했던 그다. 박 대표는 “작년에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 직원들도 회사사정을 이해했지만 올해도 이렇게 되다보니 면목이 없다”며 “해마다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사업을 시작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례2. 인천 금속조립업을 하는 최모씨(58)는 최근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소득 없이 돌아왔다. 지난해 줄어든 매출 실적이 문제였다. 최 대표는 “한계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까다로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불황에는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은행의 문턱은 더 높아져 안 그래도 들어갈 자금이 많은 설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지었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설 명절 효과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다. 2월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월에 설 연휴가 포함됐지만 위축된 민감소비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중국 성장 둔화, 환율 불안, 지속되는 저유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비관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경기전망 메르스사태 때와 비슷
대기업·중소기업이 전망하는 2월 체감경기가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낮고, 메르스 사태 때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86.3으로 7개월 내 최저치였다.

지난 세월호 사고 당시(2014년 6월, 94.5)보다 낮고, 메르스 사태 여파 당시(지난해 7월, 84.3)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구나 대기업의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실적치(92.1)가 9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돈 것도 이 같은 경기 비관론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2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78.4(전산업)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전망지수는 전월에 비해 3.9포인트, 전년 동원 대비 3.7포인트 하락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사고 당시(91.5, 제조업만 조사)보다 크게 낮았으며 메르스 사태 당시(81.5, 전산업)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설경기 점수보다 21.1점 낮아져
기업인들이 체감경기 조사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3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설 연휴 및 상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 됐다는 응답이 68.2%에 달했다. 지난해 43.2%에 비해 24.3%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전년과 비슷하다’는 29.5%로 나타났고 ‘개선되었다’는 2.2%에 불과했다. 매우 악화되었다’라는 응답은 중소기업(24.0%)이 대기업(12.1%)보다 11.9%포인트나 많았다.

지난해 설 경기를 100점으로 보았을 때 올해 설 경기에 대한 체감점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은 78.9점으로 평가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77.8점)이 대기업(88.8점)보다 11점, 업종별로는 제조업(78.2점)이 비제조업(81.5점)보다 3.3점 더 낮게 평가했다.

그 여파로 인해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은 73.8%로 전년보다 4.3%포인트 감소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78.3%, 중소기업이 72.7%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중기중앙회가 설을 앞두고 86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에서도 올해 설 상여금과 관련 지급계획이 있는 업체는 62.6%로 지난해(63.8%)에 비해 1.2%포인트 감소했으며 ‘지급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업체는 24.4%로 전년(21.7%)에 비해 2.7%포인트 증가했다. 지급 계획이 있는 업체는 1인당 평균 65만2000원을 지급할 계획인데, 이는 전년(74만2000원) 대비 9만원 적게 지급하는 것이다.

이원섭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전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설 자금 사정은 악화된 데다 경기 변동에 취약해 매출액 변동이 심한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도 매출액 등 정량정보가 아닌 정성정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관계형 금융’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 제조업 체감경기, 7년만에 최저로 악화
문제는 이 같은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기 전망은 더 안좋은 상태다. 1월 제조업 체감경기가 7년 만에 최저로 추락하는 등 연초부터 경제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1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석달 연속 추락이다.

이는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셌던 2009년 3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저치이기도 하다. BSI가 기준치인 100 아래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향후 경기전망도 어두워 2월 전망BSI도 66으로 2포인트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조선·기타운수, 가구 등의 업종에서 많이 떨어졌다. 비제조업의 1월 업황BSI는 68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하며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해 최근 발표한 올해 ‘산업기상도’에서도 대부분의 제조업 전망이 ‘흐림’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전자·정보기술(IT), 자동차, 기계, 철강, 조선 등 제조업 전반의 올해 기상도가 작년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대한상의의 예측이다.

제조업 살아야 경기회복에 속도
우리나라는 주요 경제지표인 산출액 내 제조업 비중,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상위권이다. 2012년 제조업의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이 31.1%인 것도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흐름속에 세계 주요국들도 경기회복의 키를 ‘제조업 혁신’을 중점전략으로 세우고 있다. 올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생산방식의 혁명을 이뤄내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와 정보기술(IT)·SW를 바탕으로 한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과 첨단제조 기술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민관 합동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일본은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과 기업실증특례 등 파격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은 아직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더딘 편이다. 2020년 스마트공장 1만개 고보급화, 세계 10대 핵심소재개발 등을 담은 스마트제조업 혁신 3.0이라는 정책을 내놨지만 이제 첫 걸음을 뗀 수준이다.

퍼스트 무버 전략이 살길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ICT와 물리적인 대량생산체제를 융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높은 ICT와 제조업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년 다보스 포럼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한국도 글로벌 산업재편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 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구조적 위험과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주요국 제조업 혁신에 맞춰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국가차원의 신성장 동력 산업 육성,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융합, 해외 M&A 활성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육성전략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제조업 퍼스트 무버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가경제에서 제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퍼스트 무버 전략’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에 부상하는 기술인 무인자동차와 드론 및 인공지능, 3D 프린팅, 나노 및 바이오 테크놀로지 개발에 빨리 매진해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되지 않으면 우리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들어 제조업 침체를 만회한다는 구실로 금융·서비스·소프트웨어(SW)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런 땜질식 처방보다는 기술의 진보로 공장이 스스로 생산, 공정통제 및 수리, 작업장 안전 등을 관리하는 완벽한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돼야 새로운 차원으로 한 단계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