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한샘의‘가구업계 애플’꿈

한샘 브랜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구 전문기업이다. 신혼집이나 새 아파트를 고를 때 대다수 신혼부부들은 한샘의 싱크대나 옷장이 빌트인으로 돼 있으면, 일단 불만 없이 만족하는 편이다. 그만큼 한샘은 오랜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 가구업계에서 선두기업으로 오랜 기간 지켜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 기업이 해외진출과 사업다각화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특히 잘 나가는 국내 내수기업이 안방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에는 수많은 속사정과 다양한 전략들이 담겨있어서 더욱 그렇다.

한샘이 최근 내건 회사 비전은 ‘공간을 파는 기업’이라고 한다. 과거 한샘이 가구를 파는 데에 열중했다면, 현재의 한샘은 가구라는 물품만 파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집 안 곳곳을 채울 ‘공간’을 구상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이러한 비전은 흡사 애플의 전략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즐기고,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생태계’를 창조했듯이 한샘도 기본적인 가구 상품과 각종 인테리어 기구를 통해 대중의 생활공간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가구업계의 애플을 꿈꾸는 한샘. 대체 어느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는 걸까?

모든 걸 팔고, 공간을 채운다
그렇다면, 한샘의 제품 라인업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겠다. 일단 기본적으로 가구를 중심으로 생활용품, 소형가전,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샘의 변화는 상당히 공격적이고 거침이 없는데, 침대사업을 예를 들면 지난해 대략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한샘이 침대를 만들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매출규모로만 보면 한샘은 침대시장에서 2등이다. 한샘을 침대회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의 성적표인데, 침대만 파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들어가는 각종 매트리스, 프레임과 침대와 함께 사용하는 부속가구 등을 종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한샘은 사무용가구 시장에서도 적극적이다. 한샘은 ‘비츠’라는 전문 브랜드를 통해 전국에만 50개가 넘는 대리점과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샘의 생활용품 판매확대를 위해서 ‘한샘홈’이나 ‘한샘 플래그샵’과 같은 전문매장을 두고 있고, 2500여종이 넘는 각종 용품이 진열돼 있다.

한샘의 생활용품 매출만도 1400억원 수준에 달해서 앞서 침대와 생활용품 부분만 합치면 매출로 2500억원을 육박하게 된다.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샘은 ‘키친앤바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건설자재를 판매하고 있으며, 소형가전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소형가전사업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LG전자와 GE같은 글로벌 전자기업과의 제휴로 진행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이 한샘은 가구전문기업이지만, 침대회사이면서 생활용품회사이며 또 동시에 사무용가구회사라는 게 실감이 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걸 파는 한샘은 지난 2014년에 총 매출1조3250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매출은 대략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 친숙한 한샘의 어마무시한 위력을 실감하는 부분이다.

한샘만의 안정적인 ‘경영 스타일’
최양하 회장은 한샘의 이러한 쾌속성장을 이끌어온 전문CEO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은 대우중공업에서 5년 동안 근무하다가 지난 1979년 경력사원으로 한샘에 입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한샘의 창업주는 조창걸 명예회장이다. 조 명예회장은 단박에 최 회장의 능력을 알아봤고, 지난 1994년 최 회장에게 한샘의 경영 전반을 맡기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런데 그때만도 한샘은 지금처럼 위풍당당한 풍채를 지닌 회사는 아니었다. 매출은 1000억원에 그친 중소기업이었던 것이다.

최양하 회장은 한샘을 두번이나 크게 일으켜 세웠는데, 첫번째는 IMF 외환위기 당시 과감한 도전으로 전문시공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가구업체는 전시장에서 가구만 팔았지 시공은 다른 전문업체에서 대신했다. 그런데 이걸 한샘이 바꿨다. 고객이 주문하면, 원하는 가구를 일주일도 안돼 원하는 장소에 시공이 완료가 됐던 것이다. 이게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서비스였고, 한샘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에 일등공신이었다.

두번째 도약도 위기 속에 이뤄졌다.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최양하 회장은 별도의 유통회사인 ‘한샘IK’를 설립하는데 이 회사는 인테리어 유통을 전문으로 하게 된다.

한샘IK는 전국에 펼쳐져 있는 인테리어 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일반가구, 부엌가구는 물론이거니와 욕실공사, 건자재까지 공급하고 유통하는 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현재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최양하 회장이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20년 넘게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의 든든한 지지와 높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두사람이 ‘따뜻한 동행’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이미 최 회장은 전문CEO가 아니라 ‘오너CEO’라고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모두 한샘의 안정적인 경영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일 것이다.

디자인 경영이 만든 ‘한샘 스타일’
그런데 한샘의 가구가 인기를 끌었던 건 튼튼하거나, 저렴해서기 보다는 디자인이 수려하고 이뻐서였다고 한다. 한샘은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가치를 높게 주고 사업을 해왔다. 그리고 조창걸 명예회장은 누구보다 디자인이 우수해야 한다는 걸 강조해 왔는데, 늘상 “누구나 아름다운 디자인을 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샘은 매출 가운데 5% 가량은 디자인 연구개발(R&D)에 들어가서 매번 더 나은 디자인의 상품으로 탄생돼곤 한다.

서울 원서동에 가면 ‘한샘DBEW(Design Beyond East & West) 디자인센터’가 있는데, 지난 2004년 조 명예회장과 최 회장이 합심해서 세웠다고 한다. DBEW란 뜻은 ‘동양과 서양을 뛰어넘는 디자인’으로 한샘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혀들어갈 디자인 연구에 매진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최근 들어 한샘이 디자인 경영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시장을 염두한 전략적 경영판단으로 해석된다. 중국을 강타한 한류의 바람을 제품디자인으로까지 연결시키려면, 한샘만의 독특한 디자인철학과 상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격상된 원동력은 바로 디자인에서 출발했다는 걸 상기해 본다면, 한샘의 디자인 경영도 쉽게 납득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권영걸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를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영입하면서 한샘의 디자인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권영걸 사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 받은 디자이너로 과거 ‘디자인 서울’의 총괄본부장을 지내면서 서울시의 공공디자인을 진두지휘하기도 한 실력자다. 결국에는 한샘만의 스타일을 창출하자는 게 이러한 디자인 경영 투자의 목표일 것이다.

포스트 최양하 시대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자면, 지난 20년 간의 한샘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배경에는 안정적인 ‘경영 스타일’과 디자인을 중시한 ‘한샘 스타일’이 주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의 변화를 달성했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한샘도 포스트 최양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20년을 짊어질 실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강승수 한샘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인물인데, 그 역시도 평사원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 눈에 띤다.

강승수 부회장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해 대한항공에 법무실에 근무하다가 지난 1995년 한샘에 대리로 입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샘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성장시키고, 국내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장본인으로 최양하 회장과 손발을 맞추며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그가 주목하는 캐시카우는 중국시장이다. 일년의 절반을 중국에서 머문다는 그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을 어떻게 뚫고 한샘의 인지도를 드높일지 구상중이라고 한다. 그간 한샘은 중국에서 B2B 사업만 해왔는데 1996년 설립한 중국법인이 첫 시작이었다. 이번엔 B2C 사업이다. 720조원에 달한다는 중국 홈인테리어 시장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한샘 브랜드에 묶어 두겠다는 것이 강 부회장의 목표다.

한샘의 미래는 이렇게 전문경영인과 이들을 지지해 준 창업주의 끈끈한 관계 속에서 탄생해 왔다.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가 세계시장은 물론 한국시장에서도 그 위세를 떨치는 위기 속에서 한샘이 그려나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여기서 희망적인 부분이 있는데 한샘은 IMF도, 금융위기 때도, 위기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았다는 것이다. 한샘이 강한 이유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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