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대담]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전국 34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며 산하 20여개의 단체와 900여개의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이끌게 된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과 함께 경제 4단체로 분류된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회장 선거를 하는 선출직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박성택 제25대 중기중앙회장은 당선 직후부터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범중소기업계 차원 내수살리기추진단 출범, 청년 1+ 채용운동, 민생입법촉구 서명운동을 비롯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조달구매 최저가낙찰제 폐지 등의 수많은 성과를 쌓았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성택 회장을 만나 최근 중소기업계 현안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자 : 권기만 편집국장 / 정리 : 이권진 기자/ 사진 : 나영운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 제25대 회장에 취임하신 지 1년이 됐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겸손한 중앙회, 공정한 중앙회로 탈바꿈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산업별 위원회를 통한 책임부회장제를 도입해 회장의 권위를 내려놓았습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의 평가등급 상향, 재무현황 공개와 10년만에 회계진단, 그리고 계약업무 투명성 강화 등 조직 청렴도도 개선됐습니다. 이를 통해 중앙회 사무국의 투명성, 신뢰성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봅니다.

임기 2년차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자본 인력 등 공정한 자원의 배분과 공정 거래와 경쟁 측면에서 시장의 불균형 회복을 위한 목소리를 높일 예정입니다. 큰 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중구조 개선, 정책자금, 연구개발(R&D) 지원, 노동유연성 등 자본과 인력의 왜곡문제 라든지, 하도급, 백화점 및 대형마트, 적합업종 문제 등 각 세부적 사안에 대해 더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 본격적인 상반기 공채 시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회장님은 취임 초창기부터 중소기업이 청년 1명씩을 더 뽑는 ‘청년 1+ 채용 운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신데요.

지난해 6월부터 15개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과 함께 추진해 온 ‘청년 1+ 채용 운동’의 중간 성과를 잠정 집계한 결과, 13만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지난해 12월말 기준)해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움츠러들지 말고 고용창출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에 중소기업이 먼저 나서자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과 직접 접촉해보니 중소기업은 청년을 뽑고 싶어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문구제조 중소기업 대표는 “청년 채용에 관심이 많으나 오히려 회사에 지원하는 청년이 없다”며 “청년이 관심이 있다면 계속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한 섬유업체 대표는 “인력이 고령화 되고 있다”며 “젊은 인력이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아서 향후 일거리가 있더라도 기계가 놀 지경”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실업난에 시달리면서도 중소기업은 외면하는 청년층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봅니다. 고용유연성 확보를 통해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 개선여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 한국경제의 저성장·저물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어두운 터널 입구에 서 있는 상황인데요.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는지요?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올해 경기전망은 작년과 비슷(48.1%)하거나 악화(33.1%)될 것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요인으로는‘내수회복 불확실성 (55.3%)’을 꼽았고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내수활성화(53.9%)’ 정책을 가장 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수출부진, 중국 경기둔화 및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들의 체감경기 및 실물경기 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정책 및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경제 활성화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위기 타개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활로 모색에 총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 회장님은 공식석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만들자”고 강조하십니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이룩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신문 경제면·증권면에서는 한국경제를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 따온 ‘전차(電車)경제’라 지칭합니다. SK, LG같은 주요 기업집단까지 합하면 매출액이나 자산규모 등 대기업 편중이 심각합니다. 특히 30대 재벌 중에서도 10대, 4대 재벌 중심의 양극화가 심해져, 대한민국의 부가 일부 가문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근로자간 소득격차가 심화됐고, 이제는 무게추가 시장자율적으로 회복되기 힘든 상태까지 왔습니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수많은 계열사들을 통해 문어발식 확장으로 모든 산업영역에 독과점적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설 땅이 좁아지고 활발한 창업을 통한 경제활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 임금의 91%수준이었으나 현재는 52%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로 이어져 취업난과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의 연속을 겪게 되는 지점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우리가 이른 바 경제·사회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국가들 가운데 중소기업이 취약한 국가는 한곳도 없습니다. 한국도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사회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내외 환경이 다원화된 상황에서는 소수의 대기업이 아닌 역동적이고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중소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는 경제구조가 필요합니다. 한국경제가 성장과 분배 모든 부문에서 한계점에 도달해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점은 정·관·학계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경제활력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수저론’이 유행하고 유례없는 청년실업, 세대갈등 등 사회전반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으로의 경제축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지속성장 하려면 탄탄한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 중소기업이 지속성장 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결국 자원의 공정한 배분이 이뤄져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자원의 공정한 배분은 크게 자본의 공정한 배분과 인력의 공정한 배분을 말합니다. 현재는 자금과 인력이 대기업, 재벌에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대기업 계열사는 경쟁력이 없음에도 대기업 전체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금융지원, 자본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은 거의 대기업에 몰려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대기업에 집중된 자본과 인력을 관련된 제도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확산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도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조업은 ICT 융합, 스마트 공장 확산 등에, 내수기업은 수출기업화와 지적재산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유통서비스업은 O2O 플랫폼, 구매망 구축, 성장인프라 마련, 콘텐츠에 기반한 사업추진 등 자체적으로 해야 할 부분과 협력을 통해 추진해야 할 것 등 구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 지난달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입주기업과 협력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원 방안과 향후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복안이 있으시다면?
이번 개성공단 가동중단, 그리고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방안과 정부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남북경협은 사실상 단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124개 입주기업과 5000여개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영의 정상화를 지원해 사업의 안정적 운영, 근로자 고용 유지 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시스템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또한, 국가안보와 근로자안전을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결정인 만큼, 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지원)을 통해 향후 남북경협 재가동시 기업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사회적 신뢰프로세스 구축도 요구됩니다.

통일이나 남북경협 활성화는 언제든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기중앙회는 통일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북한과 북한경제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수집을 통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기중앙회에서는 실천방안으로 ‘북한경제의 맞춤형 정보 제공’ 차원에서 11개 분야에서 학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그 결과가 발표될 것입니다.

- 올바른 경제구조와 함께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중소기업에게 절실한 시점입니다. 20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국내 중소기업은 많은 숫자만큼이나, 산업별(업종별)·규모별·지역별 다양한 정책수요가 존재합니다. 정부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경제활성화 법안 수립, 노동 및 규제개혁, 수출, 예산 확대 등 주요 정책에 있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을 통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및 자금부족 등으로 정부정책 및 법이 정책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지원정책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획일적인 정책 대상 기업기준으로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기업 규모 대비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정책대상, 정책내용 등을 보다 세밀하게 설정해서 추진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규모별 지원의 한계를 업종별 대표성이 있는 협동조합을 통한 업종별 지원 강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생태계 구성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와 같이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가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여·야의 입장차가 큰 것이 현실인데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게 적합업종 법제화입니다. 여·야간 협상력을 발휘해서 생계형(소규모) 업종만이라도 법제화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여·야간 다소 온도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한계는 다 같이 공감하는 부분이므로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차원에서 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심정입니다.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 경쟁구조를 정상화시켜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인력, 자금, 판로 등의 자원을 대·중소기업에 공정하게 배분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소수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성장방식이 아닌, 다수의 중소기업이 끊임없는 혁신과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경제민주화가 경제를 후퇴시킨다는 오해도 있지만, 경제민주화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같이 가야하는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부의 중소기업협동조합 기능활성화 계획 수립 법제화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적인 고용불안 및 양극화 현상의 심화에 따라 대안적 경제모델로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정부도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해 정책적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동일업종의 중소기업자로 조직된 단체로 그간 조합원의 이익을 넘어 업종별·산업별 정책매개체로서 업계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자본입니다. 조합원인 중소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주체로서 보다 많은 역할이 요구됩니다.

특히,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자들이 대기업에 맞서 스스로 협상력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시장경제의 형평성 제고 및 동반성장 등 사회적으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이며 지역사회 공헌 등 우리 경제에서 순기능적인 역할수행이 기대됩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이러한 기대역할을 충족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의 가치 함양 및 공동사업 수행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확대할 예정이며,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지원,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 인프라 확충이 요구됩니다. 또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내외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조합 평가체제를 수립해 건전성 제고 및 자생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 끝으로 중소기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씀을 하신다면?
중기중앙회 여의도 본부 외벽에는 연초부터 큰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있어야 경제가 있고,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구호만이 아니라 실제로 국가가 있어야 경제가 있는 만큼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단순히 돈만 벌겠다는 생각이 아닌 좀 더 큰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입니다. 그래야 실제로 사업도 잘된다고 봅니다.(웃음)
기업의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사회적 책임도 제대로 할 때 우리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금은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언제 우리가 힘들지 않은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위기와 기회는 항상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쌓아나가면서 새로운 투자와 신시장 개척 등 보다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인 여러분들 힘내시고 올 한해도 파이팅 하기를 기원합니다.

▶박성택 회장은…
▷1957년 경기 안성 출생 ▷1975년 서울 경희고 졸업 ▷1983년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1984년 LG그룹 입사 ▷1990년 산하 설립 ▷2012년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2013년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2015년 제25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이사장·중소기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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