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윤석금 회장, 웅진그룹 재건 시동

요즘 재계의 이슈에는 웅진그룹의 이야기가 거의 회자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사실 이 그룹의 흥망성쇠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한 구석이 많다. 요즘 웅진이 언론사의 뉴스거리가 안 되는 이유는 그룹의 덩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겠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지난 2011년만 해도 웅진그룹은 32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었으며, 6조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하는 큰 덩치를 가졌다. 당시 매출면에서 재계 순위를 따지면 31위쯤 됐으니, 매주 이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지난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2012년 부도를 내면서 웅진그룹의 영광이 급격하게 퇴색되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비운을 겪는다. 현재 웅진그룹은 지주회사인 웅진과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북센 등의 계열사만 두고 있는데, 5년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든다.

맨손으로 웅진그룹을 창업하고 재계 30위까지 이룩한 윤석금 회장의 샐러리맨 경영신화도 이제 옛말이 됐고, 윤 회장은 그동안 각종 송사를 겪으며 간신히 명예회복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일단 윤 회장은 그룹 경영부실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를 받았고 1심에서 징역 4년, 2심과 3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지난해 연말 간신히 현장경영에 복귀를 할 수 있었다.

그가 현장에 복귀해도 웅진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회사들을 되찾기는 묘연한 상황인 것이, 웅진코웨이(현 코에이),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웅진식품 등 돈이 되는 계열사들이 그룹이 몰락할 시기에 차례차례 다른 회사와 사모펀드 등에 팔려버렸다.
현재 남은 계열사로 절치부심하는 윤석금 회장의 최근 노력을 ‘웅진그룹의 재건’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보면 ‘윤석금 회장의 재기’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과연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 경영신화는 이대로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윤 회장, 웅진씽크빅으로 재기 ‘청신호’
그런데, 요즘 웅진이 이슈다. 먼저 웅진씽크빅의 최근 성장세를 열거해 보자. 웅진씽크빅은 어린이 교육 전문 업체인데, 사실 이 기업은 웅진그룹의 모태다. 윤석금 회장이 1980년대 초반 학습지를 가정마다 방문해 가르치는 세일즈를 펼쳤는데 당시 이름은 웅진출판이었다. 윤 회장은 1970년대에만 해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방문판매원이었다.

방문 학습지 사업을 발판으로 웅진그룹의 시작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의 웅진씽크빅은 디지털 도서 콘텐츠 회원제 서비스가 장점인데, 웅진씽크빅의 ‘북클럽’ 인기가 요즘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매출액 650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것에 머물렀지만 2009년 이후 첫 흑자전환이라 의미심장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이익 126억을 기록해 전년대비 138% 성장한 이른 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레드오션에 빠진 출판·학습지 시장에서 이러한 일련의 성과를 낸 것만 해도 결코 작은 성공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북클럽 서비스는 윤석금 회장의 장기가 발현된 사업이다. 북클럽은 회원제 독서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이 약정 기간에 월회비에 따라 지급되는 포인트로 태블릿PC를 통해 전집이나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자책 렌탈 서비스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웅진그룹이 한국경제에서 렌탈 서비스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잘했다는 걸 상기할 수 있는데, 정수기가 특히 그랬다. 웅진씽크빅의 북클럽을 우습게 볼게 아닌 것이 유아, 초등학생 학습지 시장까지 확대해 청소년 사교육 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웅진씽크빅의 학습지와 전집 총 회원은 43만5000명이 넘는데, 출시 1년 반 만에 회원 23만명을 모았다. 그 성장세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콘텐츠를 렌탈하는 기업으로 변신
웅진씽크빅의 이러한 결과물이 웅진그룹 재건의 신호탄이 될지 모를 일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웅진그룹은 1년 반 동안 법정 관리를 받았으며 이 시기에 계열사 20여개를 정리해 버렸고, 지금 윤석금 회장의 웅진에는 14개 계열사만 남아 있다. 우량 계열사도 몇개 안 남았다.

윤 회장은 남은 계열사에서 과거 웅진코웨이와 같이 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알짜 기업을 키워내야 하는데, 과거 웅진코웨이의 괴력을 웅진씽크빅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윤 회장이 자신의 장기인 렌탈 방식을 웅진씽크빅에 적용해 전자 콘텐츠 렌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1989년 무렵에 웅진코웨이를 세웠다. 일단 선도적으로 정수기 사업으로 시장의 영향력을 넓혔고, 1998년에는 매월 일정액을 내면 필터 관리까지 해주는 렌탈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의 렌탈 서비스의 시초가 웅진코웨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현재 윤 회장이 렌탈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기조는 웅진씽크빅 말고도 다른 계열사에서도 포착된다. 지주회사격인 웅진은 소프트웨어 렌탈 방식을 도입한 새로운 사업을 최근 개진했는데, 주로 기업들의 관리시스템인 전사적자원관리나 ERP 등의 설치와 구축을 해주는 사업을 해왔고, 이 시스템을 이제 공유 서버인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대여하고 있다.

사업명은 ‘클라우드 원팩’이다. 월 회비 400만원 정도면, 따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없고, 초기 장치 비용을 3억에서 5억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이 서비스가 중견·중소기업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대기업 수준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어서다.

여기서 렌탈 사업이 매력적인 이유가 있는데, 렌탈은 한번 시작하면, 추가적으로 투입할 비용이 별로 들지 않고, 회원이 많아지면 이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하튼 웅진도 2013년부터 매년 15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전도유망한 계열사다.

한편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도 웅진그룹의 재건을 도울 회사로 부각 중이다. 지난해 첫 흑자 전환을 낸 웅진에너지는 최근 중국 태양광 회사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잘만하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중국 매출도 가능하다는 게 웅진에너지 측의 분석이다.

내실도 다지면서 후계자 훈련도 가속
그런데 윤 회장은 그룹 재건의 과업도 있지만, 경영 후계자 훈련이라는 중차대한 숙제도 남았다. 윤 회장은 1945년 생으로 70살이 훌쩍 넘은 고령이기에 더욱 그래 보인다. 그의 장남은 현재 윤형덕 상무보인데, 웅진씽크빅에서 신사업추진실장을 맡고 있고, 둘째 아들인 윤새봄 상무보는 웅진의 기획조정실장을 담당하고 있다.

두 아들이 각각 웅진 주식을 12.51%, 12.48%를, 웅진씽크빅 주식을 2.79%씩 나눠 갖고 있다. 현재 두 아들은 지주회사인 웅진의 1대 주주로 경영승계를 조금씩 밟고 있는 와중이다. 먼저 장남인 윤형덕 상무보가 웅진에너지 경영 운전대를 잡고 경영능력을 시험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달이면 윤 상무보는 웅진에너지의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웅진은 몇년 사이 적자행진을 기록중인데, 중국사업의 숨통이 트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가면, 그룹 재건의 큰 축이 될 것이다. 그걸 장남이 해낸다면, 윤석금 회장에서 윤형덕 상무보로 자연스레 넘어갈 것이다. 또한 그간 부실에 시달린 계열사를 오너가 되살린다는 건 큰 명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급격한 회생의지와 경영승계 작업 속에서 최근 윤석금 회장의 도덕성 논란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윤 회장의 손자인 윤시훈 군이 최근 웅진씽크빅 주식을 장내에서 1795주나 취득하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윤 군은 지난해 1월생으로 이제 돌이 지난 갓난 아이다. 주식을 사들이는 것에 들어간 돈이 1990만원인데 한쪽에서는 “성급한 조기 증여가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왜냐하면, 취득시기가 윤 회장이 3심에서 집유를 받은 지 며칠 안 돼 진행됐기에 더욱 세간의 눈총을 산 것이다.

윤 회장의 두 아들도 40억원을 투입해 최근 웅진씽크빅 주식을 장내 취득했는데, 이러한 취득 결정이 결국 오너가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윤 회장도 일단 새해 들어 사기·배임 혐의도 벗었고, 그룹 재건을 위해 속도를 내고 싶었다는 게 이러한 모습들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인은 어찌됐든 경영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윤 회장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렌탈 사업을 노하우로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윤 회장은 코리아나화장품을 창업한 바 있고, 리엔케이라는 브랜드로 선보였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화장품 마케팅은 분명 이전과는 조금 색다른 판매방식을 적용할 공산이 커보인다.

그런데, 윤석금 회장이 과거 30대 그룹인 웅진그룹을 재건하려면, 화장품 사업 같은 신사업으로는 무리수가 따른다. 이미 화장품 시장은 중소기업, 대기업이 대거 진입해 있는 포화시장이기 때문인데, 윤 회장이 얼마나 차별화할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새롭고 강력한 웅진만의 비밀무기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올 한해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 재건의 스토리가 얼마나 뉴스에 회자될지는 윤 회장 손에 달렸다. 한국경제에서 자꾸 실종되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윤 회장이 다시 한번 되살려 주기를 희망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