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무역진흥청 회의실에서 모하마드 레자 네맛자데 이란 산업광물무역부 장관을 비롯한 한·이란 양국 정부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합의의사록 서명식을 마친 후 ‘포괄적 중소기업 협력 MOU, 무역진흥 MOU, 전자무역시스템 MOU, 중소형 에너지플랜트 기술협력 MOU, 플랜트인증 JV 설립 MOU’ 등 5건의 MOU 체결식을 가졌다.

연초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경제재건을 시작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잇따라 이란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강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맹주들도 참여 중이다. 특히 중국은 원유 수입 외에도 인프라 건설, 주요 프로젝트 등에 대한 투자 등 이란과의 경제협력이 다원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0년만에 한·이란 경제협력 채널을 재가동하고 우리 기업의 이란 수출 지원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이란은 석유매장량 세계 3위, 천연 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 국가이며, 국내총생산(GDP)이 1인당 5000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수출시장이다. 이란은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올해 5.8%, 내년 6.7%가량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들에겐 기회의 땅이 되기에 충분한 떠오르는 수출 전략지 가운데 하나다.

이란 현지서 세일즈 강행
한국에선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과 이란 기업인 500여명이 참석해 270여건의 상담을 진행한 양국간 대규모 경제협력의 장이 이란 테헤란 현지에서 펼쳐졌다.

산업부는 이날 이란 테헤란 아자디호텔에서 민간 주최의 한·이란 비즈니스포럼을 열고 교역·투자확대, 협력 사업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10년 만에 가동되는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계기로 열렸으며 무역협회와 코트라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대우인터내셔널, GS건설 등 대기업 39개사를 비롯해 중소기업 27개사, 업종 단체 등 총 95개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란에서는 이란투자청, 이란석유공사와 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가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란과 진정한 동반자적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장관은 △이란 산업구조 고도화의 동반자 △보건의료, 교육 등 이란 국민의 복지 증진과 관련한 협력 동반자 △사회간접자본과 인프라 분야의 협력 파트너십 강화 등 3대 비전을 제시했다.

포럼 개막식에 이어 한국전력, 포스코 등 우리 기업과 이란 측이 양해각서(MOU)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연산 160만톤 규모의 차바하르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이란 PKP사와 MOA를 맺었다.

한국전력,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은 이 제철소에 전력과 용수를 공급할 500메가와트 규모의 화력발전소와 담수 플랜트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 내 열병합발전소(280메가와트) 및 담수화설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이란 모크란사와 MOA를 맺었다.
이란 바이어들은 석유화학과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 참석했으며 특히 오일·가스 분야와 중장비분야 협력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란 가스공사(NIGC), 대형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주)기업인 IGC, 건설자재기업인 라 샤르 등이 대거 참가했다”며 “이 기업들이 우리 플랜트기자재 기업과 상담을 진행함에 따라 향후 발주될 이란 프로젝트에 국산 기자재가 공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경우 신규 시장 기회를 얻으려는 곳 뿐 아니라 경제제재에 따라 단절됐던 거래선을 복구하려는 업체도 많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에게도 ‘기회의 땅’
중후장대형 수출 품목뿐만 아니라 이란의 소비재 시장도 한국기업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화장품과 의류·유아용품 등으로 이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달 22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란 경제제재 해제 후 중소기업의 시장진출 전략’을 주제로 관련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 행사에서 구기연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은) 체면을 중시하는 특성때문에 이란 사회는 건강과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고, 선물 교환 문화가 발달해 있다”며 “화장품·건강제품과 유아용품, 의류, 디지털도어락을 비롯한 인테리어 제품, 주방용품, 모바일게임을 비롯한 IT콘텐츠의 수출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부는 양국 간의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 △사업개발,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주), 금융을 결합한 패키지 진출 △플랜트 등 협력 사업 진행 때 부품·설비 중소기업과 동반 진출 △자동차, 철강 등 산업분야에서는 합작 기업 설립과 기술 이전 등을 통한 협력 기반 확충 등의 접근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이번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정노조 디마인드테크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거래가 중단됐던 이란 바이어와 21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이란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암반 굴착용 드릴공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동행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란의 제조업 인프라는 이미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수출을 해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이란 진출을 돕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선보인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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