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은(법무법인 전문 대표 변호사)

기업간 분쟁이 생겨 필자를 찾아오는 사례 중 ‘사람’때문에, 노크를 두드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대부분이 공들여 키운 핵심 인력을 경쟁업체에서 빼 가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얼마 전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음료의 원료와 레시피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사장이 인사담당자와 함께 찾아왔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비용을 투자해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가공법이 있는데,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핵심 연구원 2명과 레시피 개발자 1명을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기업에서 빼 갔다는 것이다.

무리를 해 가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키운 인력을 약탈해 간 상대업체의 비양식적 행동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가족처럼 지냈던 직원에 대한 배신감도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나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애써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 유출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2014년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인재 유출에 따른 피해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34.5%가 ‘최근 3년간 핵심인력이 경쟁 업체 등으로 이직해 경영상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최근 3년간 평균 1.9건의 핵심인력 이직을 경험했고, 1개사당 평균 5억2000만원의 매출 감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핵심인력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5%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회사를 옮길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좋은 인력 확보를 위해 기업에서 업계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스카우트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불만이 있었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겠느냐고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상대 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미 숙련된 노하우와 경쟁업체의 전략들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인력을 영입만 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행을 바라는 행위는 단순이 우수한 인력을 유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만은 없는 문제다. 인력 붙잡기에 실패한 상대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면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부적절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출감소 피해, 심지어는 기업 존폐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다행히도 인력 유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법정다툼을 벌이는 중소기업에 법률 컨설팅이나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인력 유출로 인한 피해 정도와 가해업자가 얼마나 부당하게 이익을 챙겼는지를 확인하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응책은 피해 중소기업이 보다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위법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다 세분화해 규제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손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빼앗긴 인력으로 인해 발생된 기술유출 분쟁이 생기면, 대기업에 유리한 소송 전보다는 조정·중재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돼야만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근로계약 체결 시 경업금지 내지 경쟁업체로의 전직금지 등 조항을 둬 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이탈 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과도하게 근로자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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