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천재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의 여주인공은 뛰어난 오페라 가수가 됐어야했다. 그러나 좋아서 매달린 평생 취미나 일이 나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면? 사랑하는 이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신념으로 매달렸던 그 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괴롭게 했다면? 인생을 낭비한, 잘못된 꿈을 꾼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난받아야 할까.

영화 <-비밀>은 음악을 유난히 사랑했던 여성의 행복한 착각과 고통의 환영을 그린 매우 독특하고 신랄하고 서글프나, 사랑스러운 프랑스 코미디다. 자신을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최고의 성악가라고 믿었던 최악의 미국 성악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1868~1944년)의 삶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픽션이므로, 젠킨스의 삶을 일괄하는 것이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젠킨스는 막대한 유산 덕에 어릴 때부터의 꿈인 성악 레슨을 받으며, 자신이 직접 돈을 대 만든 베르디 클럽 회원들을 상대로 노래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젠킨스의 노래는 음의 높낮이나 리듬감이 결여된, 음표를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평론가들이 비꼬려고 쓴 찬사는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관객이 젠킨스의 어이없는 노래를 즐기는 바람에 젠킨스는 사교계 유명 인사가 됐다. 노래를 듣다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시기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직접 디자인한 요란한 장식이나 날개 달린 의상을 입고, 자신이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던 젠킨스. 초청 인사 상대로만 정기 공연을 했던 젠킨스는 대중의 요청에 못 이겨 1944년 카네기 홀에서 공연했다. 그리곤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공연 한달 후 사망했다.

32년 간 엉터리 성악가로 활동한 것은 사람들을 재미있게 하려는 장난이었을까? 대중 공연 한달 만에 죽은 것은 평론가들의 가혹한 비평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젠킨스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을 성공한 성악가라고 믿었다는 점이다.

<-비밀>은 1920년대 프랑스로 무대를 옮겼다. 전쟁고아 돕기 자선 음악회에서 남작 부인 마가렛트(까뜨린느 프로)가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중 ‘밤의 여왕’을  부른다. 그녀의 노래를 피해 숨었던 클럽 멤버들은 노래가 끝나자 우르르 몰려나와 찬사를 던진다. 음악회를 주최하고 거액을 기부할 수 있는 마가렛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늘 그러했듯 자동차 고장을 핑계로 늦게 도착한 남편 조르쥬(앙드레 마르콩)가 섭섭하지만, 마가렛트는 충직한 하인 마델보스(드니스 엠풍가)의 완벽한 통제 덕분에 훌륭한 공연을 했다고 믿는다. 마가렛트의 돈을 노린 젊은 기자가 쓴 호평에 감격한 마가렛트는 정식 대중 공연을 꿈꾸게 된다.

마가렛트는 자신이 음치인 걸 몰랐을까? 주변인이 모두 찬사만 보냈다면, 늘 아름다운 목소리의 성악가 음반만 듣고 살았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지 않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영화는 “진실이 항상 듣기에 좋은 걸까요?”라고 묻는다. 음악이 좋았고, 음악만이 평안과 위안을 안겼기에, 평생을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자처한 이에게 “당신은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을 망치는 형편없는 음치일 뿐이야”라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