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순영(한국금속울타리조합 이사장)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입찰담합문제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명경쟁입찰 사업에서의 담합비리가 마치 관행처럼 일반화 돼 있고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은 연 150억에서 200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이다.

또한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지명경쟁입찰로 일반기업들에겐 진입장벽을 높게 해놓고 몇몇 기업들이 담합해 입찰을 독점하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련된 기업의 대표들은 조합의 임원들이라고 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공공연한 비리는 뿌리 깊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라고 한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 같다. 협동조합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무언가 개운치 않다. 사실관계가 왜곡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장 상황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작은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필자는 보도와는 상반된 환경 속에서 매일을 힘들게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다른 협동조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수료는커녕 사무실 운영비가 없어서 협동조합이 운영되지 못하는 곳도 많고, 이권을 챙기기는커녕 너무나 영세해 아예 협동조합 구성이 안 된 곳도 많다.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이 이런 상황이어서 150억 200억 수수료 장사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분명히 말하지만 대다수의 협동조합들은 보도 내용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환경에 처해 있다. 상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보도로 선량한 조합들이 도매금으로 비리의 온상이 됐다.

소기업공동사업제품 우선구매제도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이 공동브랜드나 특허, 공통기술개발, 단체표준 등을 통한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조합이 3인 이상의 소기업·소상공인과 법적으로 정한 ‘공동사업’을 수행할 경우, 해당 업체 간 제한경쟁 또는 협동조합이 추천하는 업체 간 지명경쟁이 가능하다.

또 조합은 지명경쟁대상 업체를 추천함에 있어 반드시 공동사업에 참여한 소기업·소상공인만 추천이 가능하고 추천대상 업체를 결정할 때에도 조합의 임원여부는 추천여부 결정 시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중기중앙회는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추천된 전체 건수는 13건, 30억원에 불과하고 조합별로 0~4% 수준의 추천 수수료를 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수수료가 150억원을 상회한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기사에 제시된 사례를 중기중앙회가 해당 조합에 확인한 결과, 실제 추천된 5개 업체 중에는 소기업인 임원이 1명 포함돼 있을 뿐 나머지 4개 업체는 일반 업체였고 최종 입찰결과에서도 해당 임원업체는 낙찰받지 못했다.

망치를 손에 든 사람은 세상에 보이는 것이 모두 못으로만 보인다. 망치를 써야 할 대상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각과 고정된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다. 언론들은 자기만의 잣대로 만들어진 망치로 세상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계속되는 내수·수출의 동반부진으로 많은 중소기업들과 이들 중소기업이 모인 협동조합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는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중소기업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해당 기사를 읽은 국민들이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을 전부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중소기업인들에게도 지켜야 할 명예가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