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쿠팡의 무한도전

▲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송 인력도 직접 채용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이처럼 유통과 택배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쿠팡이 최초다.

요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손에 꼽는 최대 경쟁자는 누구일까? 두 유통공룡에게 각각의 경쟁자를 묻는다고 하면, 당연히 서로가 최대 경쟁자라고 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을 연구하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쿠팡의 성장세에 대응하는 전략을 강구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단순하게 “좀 알아봐라”가 아니라, “쿠팡과 제대로 싸워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CEO의 메시지였다고 한다. 진짜로 요즘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쿠팡이다. 

쿠팡은 완전 젊은 기업이다. 지난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소셜커머스업체인데, 설립 첫해에는 월 거래액이 2억원도 안 되는 벤처기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쿠팡은 2013년 들어서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3조원으로 추정되는 명실상부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야 말았다. 정말이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장세였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1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하면서 쿠팡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고, 앞으로의 성장세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손정의 회장의 1조원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은 김범석 쿠팡 대표였다.

김 대표가 천문학적인 투자금으로 쿠팡을 혁신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신세계와 롯데가 두려워하는 로켓배송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송 인력도 직접 채용해 운영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 이처럼 유통과 택배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쿠팡이 최초다. 쿠팡은 신세계와 롯데가 가지 않는 새로운 혁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의 성장세를 경계하는 유통공룡들
이러한 성장세라면, 쿠팡은 유통업계의 지형도를 뒤집지는 못해도 신세계와 롯데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3등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정용진 부회장은 쿠팡의 맹공을 극복하기 위해 이마트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고 있다.

특히 쿠팡의 열혈 고객층은 30대 여성이라고 하는데, 가장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이라서 유통업계에겐 중요한 손님들이다. 이마트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30대 여성층이 혹할 수 있는 최저가 상품들을 공격적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기저귀와 분유 매출이 전년대비 평균 25%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정용진 부회장에게 질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요즘 이마트에 가보면 기저귀, 분유, 생리대 등의 가격이 인터넷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고, 품목도 다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게 다 이마트가 도모하는 최저가 전략 중에 하나다. 30대 층이 주로 구매하는 생필품의 가격을 다운시키면서, 다른 제품인 생수, 물티슈, 샴푸, 휴지, 커피믹스 등으로 구매를 유혹하는 것인데, 그간 쿠팡에게 밀렸던 품목들이기도 하다. 30대 여성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된 신세계의 모습이다.

쿠팡이 영리했던 점이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미 쿠팡은 1, 2년 전부터 30대 여성을 겨냥해 기저귀, 분유, 생리대의 가격을 업계 최저가로 오픈했다. 이들 상품은 기본적으로 부피가 크고 무거운 편인데, 그래서 한번에 많이 사기보단, 필요할 때마다 자주 사야하는 품목들이다. 이와 함께 쿠팡은 서울 등 수도권 핵심 도심에는 당일배송이라는 로켓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은 쿠팡의 구매 사이트를 방문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다른 제품까지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매출이 껑충 뛰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신세계와 롯데가 양분한 유통 생태계에서 쿠팡의 이러한 전략은 마치 특공대를 투입하며 판세를 역전하려는 작전과 비슷해 보인다. 이제 그 전략도 신세계와 롯데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와 롯데가 쿠팡을 경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쿠팡이 선도하고 있는 온라인쇼핑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규모는 53조9000억원으로 지난 2014년보다 19%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러한 규모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가 연간 판매하는 규모인 48조6000억원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는 온라인쇼핑 거래가 대형마트 거래를 처음으로 따돌린 의미심장한 한해였다.
 
출혈경쟁 속에서 쿠팡의 자금력은

그렇다면, 최저가 경쟁으로 마진을 안남기고 고객을 다시 찾으려는 대형마트들의 심한 견제를 쿠팡이 언제까지 맞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런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쿠팡이 요즘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내면서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 장사의 맹점이란 것은 결국 싼 가격과 다양한 품목들일텐데, 그간 쿠팡은 30대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업계 최저가로 줄기차게 내놓으며 적자가 쌓여갔었다. 또 직접 택배 인력까지 고용하면서 인건비 지출도 많아졌다. 손정의 회장에게 받은 1조원 투자금도 언제든 바닥이 드러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쿠팡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최저가를 철회해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일단 최저가 전략과 로켓배송으로 외형적인 성장은 잘 해왔고, 그게 쿠팡의 최대 경쟁력이 됐기에 그렇다. 손정의 회장도 그게 아니라면, 쿠팡에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쿠팡은 누적적자가 4000억원이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회장은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인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소프트뱅크 실적발표회장에서 쿠팡의 경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평가는 쿠팡의 배송 시스템으로 전달되는 매출 즉, 리테일매출이 전년보다 4배 넘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매년 크게 성장하는 쿠팡이 적자에 시달리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로켓배송의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14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이 올해만 4개의 대형 물류센터를 더 오픈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또한 배송인력인 쿠팡맨들도 3600명이 넘을 정도로 채용했던 이유도 크다. 이 모든 게 계획에 있는 적자라는 것이 쿠팡 측의 주장이다. 이쯤되면, 쿠팡의 지금 위기는 성장통에 불과해 보이기도 하다.

쿠팡의 로켓배송, 2시간 배송까지
쿠팡의 진짜 경쟁력은 뭘까? 손정의와 같은 투자의 귀재가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할 정도로 쿠팡의 진짜 매력이란 것이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쿠팡의 진짜 힘은 로켓배송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가 경쟁이 유통업계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결국 최저가가 최고 무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박리다매만 하다가는 다이소나, 1000냥 백화점처럼 마진이 거의 1%에 가까워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결국에는 쿠팡의 경쟁력은 당일(24시간)안에 배송되는 배송시스템의 힘이다. 이미 가격은 온라인이나 대형마트나 10~100원차이라면, 상품을 집에서 주문할 때 좀더 빨리 받아보는 것의 만족을 고객에게 주는 게 중요해 진다.

쿠팡은 2017년까지 물류센터를 계속해서 짓고, 또한 쿠팡맨을 신규 채용하는 등 로켓배송의 경쟁력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24시간 배송도 ‘2시간 이내 배달’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2시간 배송이 가능하다면, 신선식품 배달까지 넘볼 수가 있는 것이다. 쿠팡의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대형마트의 최대 강점 중에 하나인 신선식품 판매 영역까지 쿠팡이 공략할 수 있어 보이는데, 이게 바로 쿠팡의 무서운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금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적자경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터무니없는 경영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미래를 위한 투자경영이라고 고쳐서 말하고 싶다. 손정의 회장과 같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쿠팡의 잠재력을 높이 사고 투자를 더 한다면, 쿠팡도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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