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세기의 바둑대결은 영국의 딥마인드(Deepmind)를 2014년 3억 파운드(약 5250억원)에 사들인 구글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본능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추진력을 만들어낸 교과서적 사례다.

이처럼 적극적인 M&A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M&A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성공하는 M&A는 무엇이 다른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M&A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100억 달러 이상 메가딜 증가
2000년대 중반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M&A는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됐다. 2014년을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M&A는 지난해 거래 규모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리테일, 제약·헬스케어, 화학, IT, 전자 등으로 산업이 확대됐다. 인수 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인 메가딜(Mega deal)이 대폭 증가한 것도 큰 특징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큰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이얼이 GE의 가전부문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하이얼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 기술 분야에서 명망있는 GE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라며 “가전 부문은 우리의 수출 주력군으로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곧 우리 산업계의 부진과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얼뿐만이 아니다. 중국 국영화공그룹(켐차이나)는 최근 스위스 농약종자업체 신젠타를 품에 안았다. 인수금액은 430억달러로 중국의 M&A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달리안완다그룹이 미국 할리우드회사 리젠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종우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회사들은 이제 새로운 브랜드 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에 왔다”면서 “올해도 이런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 조직으로 리스크 줄여야
보고서는 M&A에 앞서 회사 내 전문 조직이 인수 기업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스코는 M&A를 통해 기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시스코는 ‘전사개발팀’을 두고 엔지니어링에서부터 마케팅 및 영업에 이르기까지 각 부서에 M&A의 역할을 확실하게 알도록 교육했다. 그리고 이 조직들은 지속적으로 적합한 인수 대상 기업을 탐색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잠재적 인수 대상회사들이 모두 나열된 ‘에버그린 리스트’로 이들을 모니터링하고 또 접촉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M&A의 통합 리스크를 줄였다.

M&A의 또다른 강자인 GE의 ‘사업개발팀’도 비슷한 조직이다. GE는 지난해 프랑스 알스톰의 전력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무려 95억달러 규모. GE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그 보이지 않는 주인공은 사업개발팀이었다.
이종우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E에서 사업개발팀이 M&A 대상 회사를 제대로 모르거나 경쟁사의 M&A 동향을 모른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올해도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M&A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예상하며 성공적으로 M&A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핵심 성공 요소들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M&A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전체적인 전략적 목표간의 연계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재와 프로세스 △PMI를 설계하고 집중적으로 이 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조직 구성 등이 갖춰졌을 때 성공적인 M&A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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