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시자/땅을 여는/저 꽃들 좀 봐요.//노란 꽃/붉은 꽃/희고 파란 꽃,/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옹알거리는 소리,/하늘과/바람과/햇볕의 숨소리를/들려주시네.//(하략)” 김형영 시인의 봄시 ‘땅을 여는 꽃들’이다.

꽃,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햇살이 따스하더니 봄꽃들이 하나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벌써부터 라디오에서는 ‘벚꽃엔딩’이 들려온다.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가족, 연인과 봄나들이하기 좋은 시기다. 남쪽 지방으로 꽃여행을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런 마음을 읽었을까, 때마침 서울시가 ‘서울 봄꽃길 156선’(seoul.go.kr/story/springflower)을 발표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봄꽃길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는 서울의 대표 꽃길을 소개한다.

‘연분홍 치마’ 휘날리는 광진구 아차산 둘레길 =가벼운 캐주얼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광진구 아차산(295.7m) 둘레길을 걸어 보자.

등산길을 따라 아름답게 핀 연분홍 진달래꽃이 환한 미소로 맞아 줄 것이다. 진달래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가 절정인데, 이곳 둘레길은 4㎞가량 길게 이어져 꽃길을 걷는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봄경치에 흠뻑 빠졌다면 내친김에 산 정상까지 올라도 좋다. 아차산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 부담 없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아차산 근처 워커힐 일대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이곳은 연인들의 꽃나들이 장소로 유명하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나들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차산과 연분홍 벚꽃이 어우러진 길을 가볍게 산책하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어서다.

‘노란 바람’ 부는 성동구 응봉산 = 이맘때 강변북로를 따라 운전할 때면 눈길을 잡아끄는 곳이 있다. 바로 성수대교 북단으로 노랗게 물든 응봉산이다. 귀여운 개나리꽃에 마음을 빼앗겨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성동구 응봉산(95.4m)은 4월 초부터 봄의 전령인 개나리가 온 산에 만발한다. 20만 그루의 개나리 나무가 일제히 노란 입김을 뿜어내니 홀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4월 1~3일엔 개나리 축제도 열린다. 서울지하철 응봉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꽃구경 후 소주 한잔까지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문학의 향기’ 품은 삼청공원= 서울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 삼청공원은 사계절 내내 걷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요즘엔 공원 경관과 어우러진 진달래, 벚꽃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인근 삼청동, 가회동의 문화공간과 성북동의 맛집까지 섭렵할 수 있어 가족 나들이에 최고다.

산과 물, 인심이 맑고 좋아 삼청(三淸)이라 불린다는 삼청동은 전통과 현대적 풍경이 공존하고, 길이 단조로워 천천히 걸으며 볼 만한 것이 참으로 많다.

걷다가 목이 마르거나 다리가 아프면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모든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햇살 가득한 도서관에서 숲 속 풍경을 내다보는 낭만도 즐길 수 있다. 열람실 중앙 커피숍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향긋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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