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우(서원대학교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동북아에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드배치 논의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취했고 UN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미국은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광물 거래 뿐 아니라 운수, 에너지, 금융 분야 등 재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이번 행정 명령은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제3국까지 제재할 수 있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중 관계는 그동안 형제관계 또는 치아와 입술 관계(脣亡齒寒)로 표현돼 왔다. 이러한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5세대 지도부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저성장시대를 맞아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 유지는 중국 경제의 지속 발전에 필수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김정은 3대 세습 지도자의 돌발적인 행동은 중국 지도부와 중국인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북한에게 중국은 개방을 통해 국제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창구이자 생존을 위한 출구 역할을 해왔다. 북·중 경제 교류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자명하다. 2013년 북한의 전체 교역액 73억달러 중 약 90%인 65억4000만달러를 중국과 거래하고 있다. 주요 교역품은 이번 미국의 행정명령 제재대상인 광물성 자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북핵문제로 북·중 거래 위축

또한 위화도·황금평 경제지대, 나선경제무역지대, 신의주경제개발구 등 접경지역 경제 특구를 중심으로 중국은 대북 투자 확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의 절반인 약 21만명은 중국에 파견돼 의류, 도로 건설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북·중 경제 교류는 이번 북핵문제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광물성 자원 거래는 물론 경제 특구 협력, 근로자 파견 등 경제 교류 전 분야에서 중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해외진출 프로젝트에서 북·중 접경지역은 소외될 수 있다.

최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밝혔듯이 중국은 한반도에 관한 세가지 기본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중국 이익의 합리적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이번 북핵문제를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기업 지원책 시급

한 때 북한경제의 중국 종속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 수 있다고 기대했던 북·중 경제 교류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와 함께 남북한 인적·물적 교류와 투자를 통한 경제 교류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해 온 남북경협사업 또한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경협사업은 남북한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고 더 나아가 통일을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사태 이후 북·중 경제 교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남북 경협의 재개 여부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의 한반도 긴장 국면과 경제 교류 중단의 책임은 북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국제사회의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북 제재 자체가 북한 비핵화의 수단일 뿐이지 목적은 아니다.

북한 체제 붕괴에 초점을 맞춘 대북 정책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도 병행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하루아침에 사업의 터전을 잃은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주의와 조속한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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