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마주했다.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라고 읊었다.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봄의 생명력을 찬양하고 있다. 생명이 움트고 꽃이 피고 그래서 낭만적인 계절. 하지만 이 계절은 가슴 속 아픔과 마주하는 ‘슬픈 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문화계에서는 추모 공연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날과 그들을 찾아가 본다. 

차범석 10주기 추모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시컴퍼니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고 차범석(1924~2006) 선생 1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2년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다.

연극계의 거장 신구와 손숙이 추모공연을 위해 다시 뭉쳐 진한 감동을 전한다. 드라마 ‘토지’ ‘연개소문’, 연극 ‘황금연못’ 등 수많은 작품에서 인간애를 보여준 이종한이 연출을 맡았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올 봄 부모님과 함께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2013년 초연된 이 작품은 두 노장의 인생을 담은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2014년 앙코르 공연 역시 객석 점유율 84%를 기록하는 등 문화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간암으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 역을 맡은 신구,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는 어머니의 손숙은 바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로 무대 위에 존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연기파 배우 정승길과 서은경도 아들과 며느리 역으로 변함없이 무대에 오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무엇인지 끊임없는 질문 속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김광석 20주기 추모전 ‘김광석을 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
‘가객’ 김광석,  ‘인간’ 김광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20주기를 맞아 열리는 추모전 ‘김광석을 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이다. 

국내 뮤지션을 소재로 한 최초의 음악 전시로, 유족과 지인, 팬들에게서 제공받은 유품 300여 점을 비롯해 그가 남기고 떠난 명곡들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김광석의 육성으로 제작된 오디오 가이드,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엿볼수 있는 친필 일기와 메모, 공연 때 사용한 자필악보, 통기타, 유년시절의 사진 등을 보고 들으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8개 관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아빠로서의 김광석을 볼 수 있는 인트로를 시작으로 ‘노찾사’‘동물원’에 이어 그의 솔로앨범이 연대기 순으로 짜여 있다.

또 김광석 1000회 공연의 대표 노래들로 정리된 전시가 섹션 5관까지 선보인다. 섹션 6관부터는 미처 완성되지 못한 5집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섹션 7관은 팬들과 아티스트들의 헌정 작품들이 전시된다. 7관 트리뷰트관에서는 이외수, 이종구, 김기라, 최루시아 등 국내 대표 예술가들의 헌정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광석의 절친인 이택희 화백의 작품과 김광석의 대표 캐리커처를 그린 이창우 작가의 캐리커처 원화, 20주기 전시기념으로 새롭게 작업한 헌정작품도 볼 수 있다.

김광석이 운영하던 ‘고리카페’의 콘셉트로 만들어진 8관에는 김광석을 그리며 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됐다. 이번 전시를 함께하고자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정기 토크콘서트도 진행된다. 여기에는 영화배우이자 뮤지컬 배우인 오만석이 싱어송라이터 램즈와 함께 참여한다. 오는 6월26일까지 87일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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