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누적 판매 1억대 돌파한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자동차가 누적판매 ‘1억대 돌파’라는 금자탑을 곧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만 계산하면 대한민국 5000만명 국민이 두번씩이나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를 구매해 탔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언제 1억대 돌파를 하는 것일까?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6401만대, 3574만대를 판매해서 모두 9975만대에 달했다고 한다. 앞으로 25만대만 팔아도 1억대가 넘어서는 것인데, 지난 3월에만 70만대를 팔았다고 하니, 4월 중에 1억대 돌파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대적인 행사나 마케팅도 있지 않을까 싶다.

천만대 신규 돌파를 1년만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설립된 연혁으로 따지면, 기아차가 1962년으로 현대차 1967년 보다 5년 정도 빠르다. 이렇게 되면, 설립 당시 기아차가 차를 첫 출하한지 54년만에 1억대 돌파라는 쾌거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기아차의 처녀작은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만든 삼륜 화물차 ‘K-360’이었다. 첫 해 67대를 팔았다고 하니까, 누적 판매 1억대까지의 길고 긴 시간을 견뎌낸 것이 새삼 대단해 보이기도 하다.

일단 언론에 공표된 그동안의 누적판매 과정을 보면 이렇다. 현대기아차가 누적 1000만대 돌파를 한 때가 1993년이다. 1988년에 개최된 88서울 올림픽 이후에 대중적인 소비바람이 일어나면서 한국사회에도 마이카 시대가 본격 도래한 시기다 이쯤이다. 이 뒤로 2000만대를 돌파한 데에는 불과 6년 뒤인 1999년이다.

신규로 1000만대 판매 돌파되는 시간은 이후에도 점점 짧아지는데, 4년 뒤인 2003년 3000만대를 2006년에는 4000만대를, 2008년에 5000만대를 돌파한다. 이렇게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급증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세계시장에서 점점 현대기아차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부터였다.

 다시말해 내수시장에만 기댄 성장에서 탈피해 세계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으면서 1000만대 신규 돌파의 기록은 계속 이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2010년에 6000만대를 넘어서고, 2012년에는 7000만대를, 그리고 1년 만인 2013년 8000만대, 이어서 지난해 9000만대를 돌파하게 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4위에 올랐는데, 1위는 도요타이고 이어 GM과 폭스바겐이 세계시장 탑3다.

첫 국산차를 만든 현대차
누적 판매 1억대가 되면서 다시 한번 현대기아차의 지난 54년의 스토리를 뒤돌아보는 일에는 3대에 걸쳐 경영해 온 오너가(家)의 그간 이슈들을 언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우선 현대기아차의 1억대 판매 금자탑의 초석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1967년에 현대자동차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의 인프라가 열악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인프라 구성에 막대한 자금을 들이는 중이었다. 시기를 잘 만난 것이다.

처음에는 독립적인 자동차 생산을 할 수 없었기에 미국의 포드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출발했다. 사업 첫해에는 포드에서 거의 모든 부품을 받아다가 조립해서 만드는 일 정도였는데, 그렇게 나온 첫 차가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코티나’다.

그런데 문제는 포드와의 관계에서 불거진다. 정주영 회장은 포드의 조립공장 역할로만 떠오르는 자동차 시장에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강력한 자동차 회사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포드의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 수출까지 계획했던 것이다. 그것을 포드가 반대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주영 회장은 그냥 하청업체로 남는 게 아니라, 100% 우리 손으로 만드는 자동차 회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포드와의 협력을 끊는다.

그 뒤 정주영 회장은 일본 미쓰비시와 기술협력을 해 자동차의 중요한 핵심인 엔진 개발의 발판을 마련코자 했다. 그리고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당시 유명한 디자이너인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디자인 총 책임자로 스카웃하게 이른다. 그렇게 해서 1976년 국산 자동차 1호라고 말할 수 있는 첫 차가 나온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인 ‘포니’다. 정 회장의 손에 의해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번째 자동차 생산국가에 오르게 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16번째 자동차 생산국가라는 기록도 남기게 된다.

이어 포니엑셀이라는 신차를 들고 1986년 무렵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본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당시 브랜드가 한참 열세에 놓여 있던 현대차가 마케팅했던 슬로건이 있는데, 지금은 좀 민망한 문구지만, ‘차 한대 값으로 두대를 살 수 있다’ 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당시 미국에서 매우 품질이 좋지 않은 저품질 자동차로 현대차를 꼽을 정도로 인식이 나빴는데, 세계시장의 높은 벽을 이때 실감했을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성장
1990년대 들어 정주영 회장의 둘째 아들인 정몽구 현 회장이 경영권의 바통을 이어 받게 되는데, 정몽구 회장의 업적은 한 마디로 ‘품질경영을 통한 세계화’다. 정몽구 회장은 1998년에 아주 중요한 승부수를 던진다. 바로 IMF외환위기로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기아차를 7조원에 인수한 것이다. 기아차를 인수한 정몽구 회장은 불과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기아차를 변신시키고, 현대차와 함께 단숨에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성장시켜 나간다.

그리고 당초 북미시장에서 포니엑셀로 큰 실패를 맛봤던 현대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설욕전을 펼치게 되는데, 이때 제시한 구매정책이 획기적이다. ‘10년, 10만마일 무상수리’를 약속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 어디도 이러한 파격적인 A/S 정책을 구사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품질에 있어 자신감이 있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인데, 왜냐하면, 10년 동안 갖은 고장으로 계속 수리를 받게 되고 이를 자동차 회사가 전부 비용처리 하게 되면, 사실 많이 팔아도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은 결국 통했다. 품질이 썩 괜찮았기에 무리한 A/S정책이 성장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북미 시장에서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북미시장의 소비자를 상대로 거의 30년만에 이뤄낸 값진 결과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정몽구 회장의 세계화 경영과 품질 경영은 중국시장에서도 통한다. 2002년 중국시장에 첫 진출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누적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게 됐다.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각각 중국시장에서 1000만대를 돌파하는데 걸린 시간으로만 따지면, 폭스바겐이 25년이 걸렸고, GM은 1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불과 13년이 걸렸다. 초고속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현대기아차를 보고 중국의 전문가들은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라는 말로 치켜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에서 통하는 현대기아차라면, 사실 어디에 내놓아도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품질과 마케팅 노하우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손자 정의선이 이끄는 현대차
이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실질적인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책임지는 차세대 경영자가 됐다.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이 국산차의 꿈을 실현했다면, 아버지 정몽구 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의 반열에 올려뒀고, 이제 손자 정의선은 현대기아차를 세계 1등 기업으로 혁신시켜야 하는 과업이 남았다.

요즘 정의선 부회장이 바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EQ900’의 신차발표회를 집적 진두지휘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에도 세계에서 개최되는 각종 모터쇼의 전시관을 직접 챙기고, 특히 연구개발(R&D) 개발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세계 자동차 시장은 격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가솔린·디젤 내연기관 일색의 자동차 경쟁에서 벗어나, 친환경 자동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 커넥티드 자동차 등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모델의 싸움이 본격화 되고 있기에 그렇다. 더욱이 기존 자동차 메이커사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구글, 애플, 테슬라 등 IT 전문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아주 복잡한 시장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이제 싸우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언제든 현대기아차가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54년간 누적 판매 1억대 돌파까지 쾌속질주를 해 왔다면, 이제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50년을 위한 혁신적인 성장엔진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3대에 걸쳐 이룩한 현대기아차의 성공신화가 계속 되길 희망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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