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대결은 많은 분야에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산업 면에서는 제4차 혁명의 불을 당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증시 면에서는 1990년대 3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골디락스’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된 이상적인 증시를 의미)시대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알파고 신드롬’다.

4차 산업혁명은 1차 증기기관차, 2차 전기, 3차 정보기술(IT)에 이어 세계 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말한다.

알파고가 입증해 줬듯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유망기술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야가 ‘인공지능’(AI)이다. AI란 인간의 두뇌작용을 컴퓨터가 스스로 △추론 △학습 △판단하면서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AI와 함께 뇌 과학, 핵융합, 양자 컴퓨터, 자율주행차, 우주발사체, 휴머노이드 로봇,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 헬스케어와 바이오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10대 미래유망기술로 꼽힌다.

알파고 이후 트렌드로 부상

인터넷 보급과 함께 3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불어 닥쳤던 1990년대(길게 보면 1970년대 이후)의 시작은 암울했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동서독 통일로 한층 부풀어 올랐던 유럽통합 기대는 조지 소로스로 상징되는 유럽통화위기로 한순간에 꺾였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하지만 이 시기에 물가에 부담을 느낀 미국은 금리를 올려 나갔다. 유럽과 미국 간 통화정책에 엇박자가 난 ‘그레이트 다이버전스’(대발산)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신흥국에서 자금이탈이 본격화되면서 1994년 브라질 등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한국 등 아시아 통화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치달았다.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제칠 것으로 기대됐던 일본 경제마저 무너졌다. 1990년대 들어서자마자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무너지고 정책대응 미숙까지 겹치면서 금융과 실물 간 악순환이 반복되는 ‘복합불황’에 빠졌다. 

암울했던 1990년대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를 구해냈던 것이 3차 산업혁명이었다.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IT업종은 ‘수확체감의 법칙’(생산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적용되는 2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제조업과 달리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신경제’ 신화를 낳았다. 글로벌 증시는 ‘골디락스’ 시대가 전개됐다.

경제침체 돌파구 될까 주목

 2010년 이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를 1990년대 상황과 비교해 보면 ‘금융’에서 ‘재정’으로 성격이 바뀌긴 했지만 유럽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유럽통합도 회원국의 탈퇴와 분리 독립 움직임으로 최대 시련을 겪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는 경기와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완화정책의 최후 수단인 ‘마이너스 금리제도’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대발산의 재현’이다. 신흥국은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에 시달리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외화가 부족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금융위기로 악화될 위험을 않고 있다.

‘팍스 시니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 경제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성장경로 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성장통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경착륙’,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알파고 신드롬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시화된다면 저성장 늪에 빠진 세계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증시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0대 미래유망기술을 중심으로 골디락스 시대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인과 투자자는 4차 산업혁명의 싹이 돋기 시작하는 ‘그린 슛’ 단계부터 주목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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