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신음하고 있다. ‘IMF 보다 더한 불황’이라는 말이 중소기업인들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원래 중소기업은 울기부터 한다는 약자논리를 차치하고라도 요즈음의 중소기업 경기는 바닥을 모르고 헤매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소기업의 죽는 소리는 짐짓 해보는 소리가 아닌 여러 경기지표들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2월이래 60%대의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창 돌아가야 할 공장기계 중 40%가 돈만 잡아먹으며 서 있다는 얘기다. 생산된 물건이 팔리거나 수출이 돼야 공장이 돌아가는데 지난해 9월 이후 생산품 재고지수가 110을 넘나들어 재고품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봐도 중소기업의 경기침체는 엄살이 아닌 것 같다. 중소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낌새를 보이면서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의 자금줄을 죄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의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中企 CEO 현상황 위기로 인식
중소기업 CEO들의 86%가 현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기반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조사보고도 나왔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절박하다고 봐야 한다. 중소기업인들의 소망은 큰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정부는 노동인력과 공장부지, 자금을 원활히 공급해 주려는 확고한 친기업적인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으로 오지 않는 생산인력을 제때에 공급해 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 노동부는 중소기업에게 충분히 외국인력을 공급해 주고, 30만명이 훨씬 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인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일환으로 불법외국인의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19만명의 불법체류자가 합법적인 신분으로 최장 2005년 8월말까지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하게 됐다. 3만7천명은 신고만 하면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한데도 한국에서의 장기체류를 위해 불법체류를 선택해 고용허가제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제 4년이상 장기체류자 12만명은 강제출국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간 이상할 정도로 불법체류자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던 정부가 이번만은 불법체류를 근절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불법체류자의 출국행렬이 인천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모처럼 공권력의 권위가 서고 불법체류자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산업연수생 조기 도입 절실
문제는 이들이 채우고 있던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인력공백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합법화 신청자 19만명 중 2만명은 비제조업 종사자, 미취업자 등으로 이들을 제조업으로 끌어들이면 전체적으로 중소제조업의 외국인력 공백인원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출국대상자 12만명이 한꺼번에 출국하기는 어려워 중소기업의 외국인력 공백은 이보다 적은 숫자일 것으로 추산되나 대략 외국인력 부족인원은 10만명 정도로 보면 무난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고용허가제에 의한 외국인력 도입은 빨라야 내년 8월 이후가 되며, 그나마 그때 가서 외국인력 수요를 가늠해봐야 도입여부를 결정할 것이므로 당장의 외국인력 공백을 메꾸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소기업은 고용비용이 많이 드는 외국인 근로자보다는 산업연수생을 선호하는 편으로 우선 산업연수생의 공급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연수생의 도입쿼터 13만명 중에는 3만3천명의 출국대상자가 있어 이들이 출국해야 연수생을 도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들이 출국해 새로운 연수생이 중소기업에 배치되기까지는 약 2~3개월의 공백기간이 생기므로 당장의 중소기업 인력대란을 막는데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중소기업이 한결같이 건의하고 있는 요구사항 중의 하나가 기존 생산현장에 투입돼 있던 연수생이 출국하기 전에 새 연수생을 배정해 달라는 것이다.
국가정책을 존중해 장기간 고용하고 있던 외국 숙련공을 내보는 것은 개인기업으로 볼 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내국인력을 구할 수도 없는 실정에서 생산인력을 고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직시해 산업연수생 출국대상자 3만명에 대해 도입절차를 미리 진행하는 정책적 단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국명(기협중앙회 외국인연수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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