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국인 상술의 원천이 가정교육에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새미는 얼마 전 졸업시험을 마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다. 새미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재벌이 쿠알라룸프르에서 문을 연 말레이시아 최대의 쇼핑몰 ‘타임 스퀘어’의 한 인형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점포 문을 열기 한시간 전인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을 일한다. 50평 가량의 점포에서 하루 종일 서서 손님을 맞는 일이다. 시간당 3링깃 50센트, 우리돈으로 1천80원, 일당으로 치면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받는다. 점심시간은 30분이고, 그나마도 점포 입구 옆에서 샌드위치 정도를 먹으며 들어오는 손님의 숫자와 물건을 사가지고 가는 사람의 숫자를 세서 기록해야 한다.
시간당 임금 3링깃 50센트는 KLCC(쌍둥이 빌딩)의 1층에 있는 일본계 백화점에서 성인이 받는 시간당 아르바이트 임금인 4링깃에 버금가는, 중학생으로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새미는 중학교 친구 몇 명과 함께 이 일을 20일째 하고 있다. 그동안 친구중 3명은 하루종일 서있는 일이 너무 고돼 그만 뒀다.
그러나 새미는 그만 둘 수가 없다. 앞으로 내년 고등학교 진학 때까지 꼬박 몇 달동안 이 일을 해야만 한다. 전국 주요 도시마다 큰 매장을 갖고 있는 준 재벌급인 이 인형가게 체인의 소유주가 바로 새미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새미와 마찬가지로 중국계인 친구 몇 명도 고된 이 일을 그만두려고 부모님께 하소연했다가 꾸중만 들었다. ‘그렇게 좋은 곳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려한단 말이냐?’하는 것이 부모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째인 라이(Lai)는 주방기구를 수입하고 일부 부품도 만들어 파는 중소기업 사장의 막내딸이다.
식구 5명에 승용차가 3대고 쿠알라룸프르 근교 중산층 주택가 3층집에 살고 있다. 언니, 오빠와 달리 대학 진학에 실패한 라이는 대학진학을 위해 영어학원에서 하루 8시간을 공부한다.
결석이나 지각을 하면 부모에게 통보되고 숙제도 많은 ‘학교보다 살벌한’ 학원이다. 일본이나 한국, 그리고 서남아시아, 중동국가 아이들도 많은 이 학원에서 대개의 아이들은 오후 5시 수업이 끝나면 근처 찻집 등으로 몰려가 한두시간 수다를 떨다가 집이나 기숙사로 돌아간다.
그러나 라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의 예외도 없이 집에 도착하면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는 바로 1층에 있는 사무실로 내려간다. 30분 가량 2명의 여직원으로부터 그 날의 업무를 인계인수 받고는 그들을 퇴근시킨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버지 회사의 여직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한달 1천160링깃(36만원정도)의 학원비는 이렇게 충당된다.
라이는 이런 주중 일과에 그리 불만이 없다. 다만 아쉽고 부러운 것은 승용차다. 얼마전 오빠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오빠 차 한 대가 주인을 잃었기에 그 차를 자신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아빠를 졸랐지만 거부됐다.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직을 하면 연료를 자신이 충당한다는 조건 아래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라이의 결정이었고 학원비는 그래서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 3시간의 대가로 지불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당 임금을 따져보면 18링깃 정도되니 아주 후하게 쳐주는 것으로 ‘백수’ 딸에게 용돈을 주는 것만도 얼마나 좋은 아빠냐는 것이 라이 아버지의 주장이다. 라이는 아빠의 말씀에 수긍하면서도 비슷한 나이에 차를 몰고 학원에 오는 아이들과 20분을 꼬박 걸어서 집에 가는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면 섭섭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결국은 선택의 여지없이 주말만 빼고는 ‘다람쥐 쳇바퀴’ 일과를 계속한다.
그저 매일 학원 다니고 돌아와서 숙제하며 사무실을 지키고 그래서 내년에는 대학생이 되는 꿈을 꾸며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인 것이다. 그리고 내년 대학 입학에 실패하면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다녀야하는 신세를 생각하면 저녁마다 하루 2~3시간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상술은 이런 환경에서 어려서부터 키워진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일도 안하며 부모로부터 많은 용돈과 좋은 차를 받아 흥청망청 하는 중국 청소년층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어느 집단이고 상위 20%가 나머지를 끌고 나아간다. 새미와 라이는 딸인데도 그렇게 키워진다. 중국계 아들들은 부모로부터 더욱 가혹하게(?) 키워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새미와 라이처럼 키워지는 중국 아이들이 최소 20%만 돼도 중국인의 상술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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