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 뛰었다 제천장 신발이 없어 못보고/바람이 불었다 청풍장 선선해서 못보고/청주장을 보잤드니 술이 취해 못보고. 보은 청산 대추장은 처녀장꾼이 제일이요/엄범중천에 충주장은 황색 연초가 제일이요. 쌀도 흔타 미원장날 어델 가서 요길 하나/내칭장을 보러가다 목계장에서 취해버렸다/지리구지리구 잘한다/품파품파 잘한다.”

신경림 시인이 전국 유명 장터의 대표 물건과 장 서는 날의 흥겨운 분위기를 노래한 ‘장타령’이다. 장터는 그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은 물론 영화, 연극의 주요 배경으로 나오는 이유는 장터가 지닌 진한 추억 때문일 듯. 장터는 어수선하고 불편하지만 삶의 진지함이 가득하다. 시골 상인들의 투박함 속엔 인정이, 구수한 사투리 속엔 인심이, 시끌벅적함 속엔 활기가 배어 있다.

그래서 장터를 다녀오면 인정과 인심, 활기로 에너지가 넘쳐난다. 서울 인근 5일장을 찾아 사람 구경과 더불어 맛난 장터 음식을 먹으며 추억에 빠져보자.   

볼거리 풍부한 ‘양평 5일장’
서울은 물론 수도권 어디서든 한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는 곳 양평. 두물머리, 세미원, 황순원문학촌, 자전거길 등 몸과 마음에 여유를 선사하는 아름다운 장소를 품은, 보물 같은 곳이다. 자동차, 전철, 자전거 그 어떤 교통수단으로도 편안하게 갈 수 있어 천상의 지역이란 생각이 든다. 자연환경이 뛰어나 사람의 인심이 넘쳐난다는 양평의 5일장은 그래서 늘 많은 이들로 붐빈다.

양평역 근처에 펼쳐지는 5일장은 매달 3·8·13·18·23·28일에 열린다. 장날마다 200여명의 도붓장수가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의류, 먹거리 등을 판매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할머니들이 용문산에서 캐온 산나물과 집 텃밭에서 키워 가지고 온 채소가 가장 인기. 100퍼센트 신토불이 상품들이다.
양평해장국, 족발, 냉면 등 소문난 맛집들도 수두룩하다. 배가 든든하다면 내친김에 용문의 용문사까지 달려 천년 은행나무를 둘러보는 여유를 부려도 좋겠다. 

90년 전통 자랑하는 가평·청평장
90년 전통의 가평장에 가면 왁자지껄한 소리만큼이 인심이 넘쳐난다. 매월 5·10·15·20·25일 열리는 가평장은 오전 8시 가화로 상점가 입구에서 장터 1·2·3길과 보납로 3·4번 길까지 골목골목 좌판이 들어서면서 장터길을 중심으로 ‘ㅂ’자형으로 형성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 건어물, 견과류, 각종 잡화전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해 시골 장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은 5월에는 장터 골목을 푸르고 향긋하게 하는 돌나물·미나리·곰취 등 산나물과 두릅, 엄나무, 방충나무 등이 최고 인기다. 직접 농사 지은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와 입담 좋은 어물전 아저씨 등의 인심으로 5일장은 활력이 넘쳐난다.

어디 이뿐이랴. 지글지글 구수한 기름내를 내며 철판에서 익어가는 메밀부침과 도토리묵, 두부, 올챙이국수, 족발 등 먹거리 장터에선 살아가는 이야기꽃이 활짝 핀다.
전철역, 버스터미널과 가까워 걸어서 3분 정도면 장터에 도착할 수 있다. 가평군에는 가평장 외에도 설악장(1·6일), 청평장(2·7일), 현리장(4·9일) 등 네 곳에서 5일장이 선다.

수도권 최대 규모 성남 모란민속장
모란민속장은 매월 4·9·14·19·24·29일에 장이 선다. 서울에서 가까워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는 물론 옛 시골장터를 구경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모란장을 대표하는 것은 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과 서양난, 동양난, 선인장 등 화분. 

10만여명이 몰리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장터로, 장날이면 중원구 둔촌대로 79 일대 1만1000여㎡의 대원천 복개지 위에 형형색색 파라솔 향연이 펼쳐진다. 평일엔 주차장으로 활용되므로, 반드시 장날을 확인한 후 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지하철 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에서 분당 방향으로 3분쯤 걸어가면 시끌벅적한 장터를 만날 수 있다.

모란장은 14개 부서로 정확히 구획돼 있어 장보기에도 편하다. 화훼부를 시작으로 잡곡, 약초, 의류, 신발, 잡화, 생선, 야채, 먹거리, 활어, 고추, 애견, 가금부 순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손칼국수, 팥칼국수, 잔치국수, 만두칼국수와 호박죽, 팥죽, 순댓국 등 손맛 넘쳐나는 음식에 막걸리 한잔 걸치면 노래가 절로 나온다. 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선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