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구직자가 참가등록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이 12.5%(올해 2월 기준)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대기업의 2.7배, 미충원인원은 7만8000여명(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다.  지난달 2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글로벌 중소·벤처 청년채용박람회’를 찾은 중소·벤처기업과 청년 구직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람회서 만난 중소기업] “스펙은 안 따집니다 열정만 가지고 오세요”
이번 박람회에는 총 417개(온라인 참여 198개사 포함)의 우수 중소·벤처기업들이 참여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인재들을 맞았다.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장기업은 최근 실업난이 우수 중소기업에게는 채용박람회가 기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고 말한다.

신동준 에이치케이 관리부장은 “우리 회사는 업력도 오래되고 코스닥에 상장돼 있을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지만 구직자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우리 기업을 소개하고, 복지제도도 알려주면 놀라며 꼭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구직자들을 봐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에게는 이번 채용박람회가 새로운 인재를 찾을 수 있던 기회가 됐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주식회사 한도는 5명의 신입 인재 채용을 위해 박람회를 찾았다. 지난해 매출이 10% 줄었지만 청년 1+ 채용운동에 동참하고,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신입인재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꺼리는 구직자들의 태도가 변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종원 부장은 “천안은 서울과 1시간 거리인데다 기숙사도 있지만 청년 인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왔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멀더라도 취업이 된다면 꼭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 인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충북 보은에 위치한 사출성형기 제조기업 우진플라임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20명의 청년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에만 20명 가까이 상담을 진행했다는 김인영 대리는 이중 기억에 남는 구직자가 두명 정도있었다고 귀띔했다. “사실 두명 모두 ‘스펙’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업계 현황과 우리 회사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에서 마음이 끌렸습니다”며 “집이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열정을 보인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창 커가고 있는 벤처기업에겐 이번 박람회가 미래를 같이 꿈 꿀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한 장이었다고 말한다.

2010년 설립된 한국아이티기술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10명의 SW개발자 업무를 담당자를 찾았다.
김진섭 선임은 “중소기업에 선입견이 있는 구직자들에게 우리 회사를 알리고 의욕 있는 청년 구직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채용 박람회에서 이력서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구직자들의 실제 능력을 판단할 수 있고, 우리와 같이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은 초봉은 많지 않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4~5년 후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도 받을 수 있는 만큼 구직자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잠재력을 보고 평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벤트 프로모션 기업 더와이즈의 김지현 대리는 “벤처기업 특성상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며 “학벌이나 스펙이 이같은 능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 때 이력서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해줬더니 몇시간 후 수정해서 다시 상담을 받으러 온 구직자가 있었다. 이정도 열정이면 가르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음주에 본사에서 최종 면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를 대표해서 회원사들의 채용을 독려하기 위해 박람회를 찾은 연합회(조합)들도 있었다.
장원호 광주아스콘협동화단지 본부장은 “중소기업계에서 추진 중인 청년 1+ 채용 운동 취지에 공감해 조합차원에서 참여하게 됐다”며 “조합원사 전체적으로는 8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본부장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업계 인력수급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예전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간단하고 반복적인 일을 주로 시켰는데, 국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면서 전문 기술직까지 외국인들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국가 기간산업에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아스콘 업종에도 청년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람회서 만난 청년]기업서 말하는 열정이 ‘열정페이’는 아니길…
글로벌 중소·벤처 청년채용박람회에서 만난 청년 구직자들은 다양한 업종의 우수 중소기업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넘게 구직활동 중이라는 안명준(27) 군은 이번 박람회가 새로운 기업을 알게 된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아랍어와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어 철강 영업 쪽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관련 대기업은 알아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박람회에 와보니 직원수는 적어도 매출액은 큰 탄탄한 기업들이 많아 적극적으로 면접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과 졸업생 중 10%만 취업할 정도로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강소기업에 대한 정보들이 많아진다면 구직자 중에서도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박람회를 찾은 최진석(28) 군은 오늘 마음에 드는 기업을 만났다며 설레어했다.

최 군은 “스펙이 좋지 않아서인지 직접 인사 담당자를 만날 기회조차 많지 않았는데, 오늘 많은 면접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인사담당자들의 성의 없는 태도가 아쉬웠다”며 “구직자에게는 기업의 첫 인상이 인사담당자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그들이 보다 상세한 기업 정보를 준다면 구직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기업 계열사 주도의 취업 박람회에 참여해 봤다는 강소연(26) 양 역시 이번 중소·벤처청년채용박람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 양은 “대기업 계열사들은 대부분 제조업종에만 집중돼 있는데다, 인사담당자들도 형식적으로 서류접수만 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었다”며 “이번 박람회는 참가한 기업의 업종이 다양하고 상담을 받아보면 기업에서 정말로 청년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교복을 입은 앳띤 모습의 고등학생들도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소재 무역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박지은(18) 양은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면 미래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성화고에 입학했다”며 “1학년 때부터 취업 박람회에 꾸준이 참가하면서 정보를 얻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취업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박람회에서 상담을 통해 어떤 점이 나의 장점이고, 부족한점은 무엇인지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여름방학 때 관련 자격증들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희망으로 박람회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와중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구직자들도 있었다.
대학 졸업반인 김미희(25) 양은 평소 눈여겨봤던 중소기업이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업체 부스를 방문했다. 마침 업체 대표가 부스 있어 상담을 진행하던 중 점심식사도 같이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안가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식사자리가 실망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털어놨다. 김 양은 “식사 내내 본인이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하시며 요새 청년들은 열정과 희생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의 연봉이나 복지제도를 물어볼 수나 있었겠나?”며 반문했다. “사장님이 다음주에 회사에서 다시 면접을 보자고 제안하셨는데 사실 망설여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입사 후 연봉 계약서를 쓸 때나 돼서야 급여나 복지제도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구직자들이 많았다. 실제로 박람회에서 배포된 기업정보자료의 임금란은 대부분 ‘내규에 따름’이나 ‘면접 후 결정’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직자는 “정부에서 소개하는 기업 정보는 막상 가보면 틀린 점이 많아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며 “최근 구직자는 잡플래닛 등 실제 근로자들의 후기가 담긴 민간 사이트를 선호하는데 이 모두 더 많은 기업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직자들이 가장 알고 싶은 연봉, 복지, 향후 비전 등의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이트가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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