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5년, 함께사는 大·中企]아워홈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에만 30억 원이 투입됐다. 공장부지 매입과 연구개발, 마케팅을 위한 투자는 포함되지도 않은 규모였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원점으로 되돌리기란 대기업이라 할 지라도 선뜻 결정하기 힘든 일.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상생이라는 보다 큰 가치에 대한 깊은 공감과 철학이었다. 적합업종 합의 품목의 사업 부문을 자진 철수한 결정으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아워홈’의 이야기이다.

더구나 순대라는 오랜 서민 간식을 소비자가 대형 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장기 보관 기술(최소 1개월에서 길게는 9개월 정도까지)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이를 발판으로 한식 세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던 아워홈이었다.

결론부터 말해 아워홈은 순대 제조 시장에서 스스로 ‘철수’를 결정했다. 사업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건 분명 아니었다. ‘상생을 위한 배려’, 그리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그것이 국민들의 뜻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고 조병박 식품사업부 상무는 말한다.

“상생이라는 큰 뜻에 맞는 일이고, 국민들이 대기업에 바라는 역할이기에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경영자도 저의 건의에 단호한 지지를 보내주었죠.”

부담이 큰 결정이었던 만큼 아워홈에 보내는 대중과 관련 업계의 시선과 평가는 매우 특별했다. 그런데 아워홈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과감한 희생도 마다 않았던 사례는 순대에 그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청국장이었다.

아워홈의 주요한 사업 부문인 급식에서 청국장을 쓰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맛은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역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최종 합의 됐고, 이에 대한 아워홈의 결정은 순대의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청국장 또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적용된 품목이었고, 시설 투자에만 30억 원이 소요된 의미 있는 사업 분야에 속했다. 그리고 청국장 제조 및 판매의 철수를 결정한 뒤 기술과 설비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역시 남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냄새 나지 않는 청국장을 개발한 기술을 양도할 중소기업이 나선다면 원천 기술을 양도하고, 그 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는 것.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잇단 사업 철수로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없죠. 그러나 그 시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저희는 또 다른 사업을 모색하고 이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할 여건과 동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배려해야 할 대상은 대기업과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중소기업 혹은 그보다 더 영세한 기업들이에요. 서로가 합의한 시간 동안 그들이 힘을 기르고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시장을 성장시킨다는 대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워홈의 결단이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적합업종 합의와 관련한 여러 보완책과 중소기업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제안도 잊지 않는다.

“설비를 현대화 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 하고 싶으나 쉬 그러지 못하는 영세 기업들이 많습니다. 적합업종 합의 제도가 시행되고 중소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려면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영세 기업들이 더불어 육성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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