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의 순항이 이채롭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양대 해운사가 침몰하는 지금, 팬오션은 2000억원으로 업계 최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팬오션(옛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상태였다. 짧은 기간에 알짜 해운사로 환골탈태한 비결은 무엇일까?

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 해운사다. 2012년 당시 운용하던 배는 500여척에 이른다. 해운업이 호왕이던 시절, 팬오션은 덩치를 키우며 치킨게임에 베팅했다. 배를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 용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역풍을 맞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었다. 비싸게 맺은 용선료는 족쇄가 됐다. 팬오션은 결국 자금난을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표류하던 팬오션은 지난해 6월 하림그룹에 인수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고비용 장기 운송 계약도 법정관리와 함께 떨어냈다. 덕분에 한때 2000% 이상이던 부채비율도 77% 대로 감소했다. 운용하는 배는 193척으로 확 줄였다.

모기업 하림과 시너지 효과도 적중했다. 하림은 지난 1년간 옥수수 등 사료 30만톤을 팬오션을 통해 운송했다. 팬오션 인수 당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축산과 식품 가공업에 주력하던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함으로써 곡물 유통사업까지 거느리게 됐다”며 “미국 카길과 같은 곡물 메이저 회사를 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TX그룹 시절 팬오션이 외형과 매출을 키우는데 힘썼다면, 김 회장은 실속 경영을 구사하고 있다.

시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2월 300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680까지 회복됐다.

팬오션은 벌크선 시황이 최악이던 1분기에도 흑자를 유지했다. 증권가는 팬오션이 올해 매출 2조1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최대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적자 혹은 소규모 흑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견해운사는 영업이익은 최대 500억원대다.

팬오션은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침몰 중인 양대 해운사로 인해 더욱 돋보인다. 그렇지만 아이러니다. 사실 팬오션이나 양대 해운사나 상황은 비슷했다. 모두 비싼 용선료가 암초였다. 기초 체력이 달린 팬오션은 두 대형 선사보다 일찍 백기를 들었다. 덕분에 족쇄를 털고 재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하림그룹의 경영 전략도 유효했다. 두 대형 선사에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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