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5년, 함께사는 大·中企](유)세진에프앤에스

순대는 원부재료가 간단해 만들기 쉽고, 값이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식감과 맛 덕분에 대표적인 서민 간식거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축산 부산물로 가공하는 과정에 늘 위생에 대한 우려를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순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합의된 후, 세진에프앤에스가 가장 먼저 공을 들여 경쟁력의 발판으로 삼은 화두도 바로 이 ‘위생’이었다.

전영무 대표는 1996년 창업 뒤 줄곧 순대를 중심으로 튀김 등 대중적인 간식류만을 생산해 오고 있다. 창업 뒤 곧이어 IMF를 맞으며 난관도 만만치 않았지만, 순대에 걸었던 승부는 그 사이 회사의 성장으로 되돌아 왔다. 세진에프앤에스의 주요 납품처는 전통시장과 유명 프랜차이즈 분식점, 식자재 공급 업체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벤더를 통해 대형 마트에 납품되거나 OEM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으니 판로도 꽤나 탄탄해졌다. 우리나라 전체 순대 시장의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기도 하다.

전영무 대표는 순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상 품목으로 합의된 것을 두고 상당한 심적 지원이 됐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확장 자제와 직접 제조 사업 철수를 담은 권고안이 발표된 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두려움이 적지 않게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순대가 분식점이나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되던 것을 넘어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전개되자,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맹목적인 신뢰는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됐다.

“적합업종 합의 후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시설 투자 등에 본격적으로 신경 쓸 수 있었죠. 대기업 진출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할 그런 장치가 없었다면 투자할 마음을 먹을 수나 있었을까요? 당장 대기업과 경쟁할 조건을 갖출 겨를도 여력도 없이 뒤쫓아 가기만 급급할 텐데 말이에요. 결국 적합업종 합의로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게 된 셈이었죠.”

이후 그가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설비 투자였다. 그 가운데서도 위생 설비에 집중했다. 20년 동안 순대의 맛을 내는 데는 자신이 있었기에, 훗날 대기업과의 경쟁, 특히 매장 판매 등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 1순위로 꼽은 것이 위생이었기 때문이다. 위생 설비 개선과 제조 자동화를 중심으로 다방면에 걸쳐 투자가 있었다.

전 대표는 앞으로도 만만치 않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를 발판 삼아 대기업 진입 이후 지금까지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도 내비쳤다.

한편으로는 이 제도의 한시성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약속한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이후 많은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것. 3년 단위의 합의가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현실적인지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영무 대표는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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