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이공계 출신에게 부여하던 병역대체복무제도(병역특례)를 2023년 이후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과학·산업계 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 1973년부터 시행중인 병역특례제는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으로 나뉜다.
산업기능요원은 군복무 대신 산업체에서 현역의 경우 34개월, 보충역은 26개월을 일한다. 전문연구요원은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인원이 군에서 21개월 복무하는 대신 연구개발 분야에서 36개월을 대체복무한다.

국내 대표 연구기관과 대학, 민간 연구소, 벤처기업 등에서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석·박사급 인력 상당수가 이 제도를 통해 경력 단절 없이 연구를 진행했다. 인력 양성은 물론 국가 R&D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병역특례 인원은 학사 이하 대상인 산업기능요원이 1만5000명, 석사 이상 전문연구요원이 2500명이다. 2014년 1만500명, 2015년 1만1000명에서 올해 60% 이상 급증했다. 보충역에 대한 병역지정 업체를 중견기업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마다 대상을 확대해 온 국방부가 돌연 “병역 자원의 감소로 인해 불가피한 사항” 이라며 2023년 이후 제도 전면 폐지를 발표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국방부가 발표한 계획안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 배정 인원은 2018년 6000명에서 2019년 4000명, 2020년 3000명까지 단계별로 줄여나가 2023년에는 완전 폐지된다. 전문연구요원도 2020년 2000명, 2021년 1500명, 2020년 500명을 거쳐 2023년 전면 폐지한다. 연간 1000명이 선발되는 박사 과정은 당장 2019년부터 폐지된다.

중소기업 4곳 중 3곳 “제도 영구화해야”
이와 관련,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병역특례제도가 없어지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병역특례제도를 활용 중인 중소기업과 연구소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 업체의 59.0%는 제도가 폐지되면 인력이 부족(매우 부족 13.3%·부족 45.7%)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이 있지만 미미할 것이라는 응답은 23.3%, 전혀 영향 없다는 응답은 7.3%에 불과했다.

인력 부족도를 5점 만점으로 점수화해보면 수도권(3.13점)보다는 비수도권(3.55점)이, 매출액 300억원 이상(3.26점)이나 매출액 100억∼300억원(3.40점) 기업보다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3.50점) 기업이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특례제도의 향후 제도 운영에 대해 산업기능요원 활용기업의 76.3%, 전문연구요원 활용기업의 68.0%가 ‘제도 운영 항구화하거나 18년까지 운영 후 재판단’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특례제도가 인력부족률 완화에 기여하는지와 관련, ‘기여한다’(77.0%)는 응답과 ‘기여하지 못한다’(7.0%)는 11배 가량 차이가 났고 기여도는 비수도권(4.22점), 중소기업(4.14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반 제조생산인력이나 기술인력 1명이 매출에 기여하는 수준을 100이라고 가정할 때 산업기능요원이 기여하는 수준에 대해서는 ‘80 이하’라는 응답이 44.0%, ‘96∼100’이라는 응답이 응답이 23.6%였다. 하지만 전문연구요원의 기여 수준은 ‘96∼100’이라는 응답이 31.7%로 가장 많았고 ‘80 이하’(26.2%)와 ‘100 이상’(18.2%)이 뒤를 이어 산업기능요원보다 기여 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특례제도를 활용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인력확보의 상대적 용이성’(66.3%)이 가장 높았고 ‘상대적 저임금으로 우수인력 확보가능’(41.0%), ‘복무완료 후에도 계속 근무로 장기고용 가능’(29.3%) 등을 활용 사유로 선택했다.

현행 제도 활용 시 애로사항으로는 ‘제도의 지속여부 불확실’성(28.3%)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고 ‘한정된 배정인원 문제’(25.7%), ‘잦은 이직 및 전직’(21.0%) 등이 뒤를 이었다.

병역특례 경제파급효과 1조원 이상
지난달 2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 발전방안 토론회’에서도 중소기업과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병역특례제도 폐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의 생산유발 효과가 1조87억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며 ‘제도 존속’을 주장했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산업기능요원으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1만4907명(농어업 종사자 제외)이었고, 평균 임금은 연 2064만원에 달했다. 생산유발 효과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은 8751억원, 중소·중견기업 및 대학교, 출연 연구 기관 등에서 일하는 전문연구요원은 1336억원에 달했다. 특히 산업기능요원의 매출액 기여도는 동일한 임금을 받는 일반 제조·생산인력에 비해 3.5% 높았다.

노 연구위원은 “대만의 경우 ‘연발체대역제도’를 기술혁신 활동의 최종 수요자인 기업 중심으로 운영해 병역대체복무제 기업 비중(79.7%)이 우리나라(39.0%)의 두배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연발체대역제도는 대만의 병역대체복무제도로 우리나라의 전문연구요원제도와 비슷하다.

노 연구위원은 “병역 대체 복무제를 폐지할 경우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특성화고나 이공계 대학(원)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신호를 주고, 이공계 우수인력의 경력단절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도 폐지시 이공계 인재 해외유출도 우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부족한 병력 자원 보충에 병역특례제 폐지가 답인지 의문”이라며 “1973년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 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국방문제 없었고, 중소기업 현장에선 크게 기여해 성공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 병력 부족은 직업군인 도입, 기계화 지원 등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정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도 “대체복무제도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데 효과가 있다. 산업계도 과거 개발시대처럼 성장할 수 없는 만큼, 새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적인 모델을 갖고 가야 한다”면서 “고급 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전문요원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용진 한산리니어시스템 상무는 “만약 제도가 폐지되면 부족한 인원을 충원해야 하지만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현장에서 일할 근로자를 뽑는 일은 쉽지 않다”며 “이에 따라 이직률이 높은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해야 하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고 기술 습득이 느려 생산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원테크에서 현재 전문연구요원으로 재직중인 정기영씨는 “또래 이공계 학생들은 국내기업 취업, 박사과정 취득, 해외유학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었지만 제도가 폐지되면 후배들은 더이상 이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기업 취업을 뒤로하고 그들은 미련없이 해외유학을 선택할 것”이라며 우수인재의 해외유출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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